비혼주의였던 내가 남편이랑 결혼한 이유
오랫동안 함께 하는 사이가 되려면
“엄마, 나는 평생 결혼 안하고 즐기면서 살거야”
“그래! 너 능력있으면 결혼하지말고 자유롭게 살아”
20대 때의 나는, 결혼이 곧, 나를 가두고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에게는 참 미안한 일이지만, 두분의 결혼생활은 결코 행복해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부모님처럼 사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다.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끊임없이 하면서 사는 관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어지지 못하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말이다.
열심히 스펙을 쌓고 일하면 월급의 80%를 저축하면서, 악착같이 살았다. 그 이유는 ‘나는 어차피 혼자 독립해서 살아야 하니까’ 였다. 덕분에 나 혼자 살아 갈 수있을 정도로 집도 사고, 투자도 하며 남들한테 '왜그렇게까지 열심히 사니'라는 소리를 들으며 살았다.
결혼을 전제하지 않으니, 모든 연애가 쉬웠다. 무조건 끝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으니 불편한점이 있거나 미운점이 있으면 헤어지면 그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을 만났다.
회사로 힘든 어느 날은 ‘일이 괜찮아 질거야’라는 말보다 ‘힘들었지? 너 좋아하는 닭발 사줄게. 가자’라는 말로 나를 위로해줬다.
마음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아 속상했던 어느 날은 ‘천천히 해도 괜찮아, 너만의 속도로 가면되’ 라고 위로했다.
퇴근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 소주 한잔 콜?’이라고 맞아주었다.
남과 비교하는 날에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고 답해주었다.
내가 사람에게 크게 배신당한 어느 날은 어쩌면 나보다 더 크게 화를 내주기도 했다.
진심을 담은 그의 위로 한마디는 성문처럼 닫혀있던 내 마음을 활짝 열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4년 후,
아이를 낳고 10kg나 살이 찐 나에게 “TV에 나온 여자 연예인보다 훨씬 이쁘다”고 말해준다.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수고로움을 아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수고로움에 고마움을 전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를 만난 그 작은 인연 하나로 인해,
나의 부모님이 주었던 상처를 용서할 수 있게 되었다.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따뜻한 말을 나누는 관계,
그것이 결혼한 부부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작은 인연 하나 때문에,
살아갈 이유가 생겼다.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먼저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오늘 하루도 정말 고생 많았다고
따뜻하게 말 한마디를 건내보는 것이 어떨까?
그 따뜻함이 결국엔 전염되어,
서로에게 큰 위로가 되는 관계를
오랫동안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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