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인디밴드 좋아해요."
나는 홍대병이 있다.
"아 저도인데, 누구 좋아하세요?"라는 사교적인 대답에,
"모르실 거예요" 하며 우쭐거리는. (근데 실제로 모르시잖아요..)
웨딩홀 - '베뉴'는 왜 이렇게 입에 안 붙는지 - 상담을 예약하면, 보통 다음 순서는 통칭 스드메로 불리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이다. 이미 고도화된 웨딩 산업에서는 플래너를 통해 스드메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여기서 남들과는 "조금" 다른 선택을 또 해봤었다. 스튜디오 대신 강원도 쪽에서 야외 스냅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나의 강아지들과 함께 해변에서 찍는 그림 같은 사진. 청량하고 특별한 나의 모바일 청첩장을 보면서 감탄하는 지인들에 대한 상상까지 다 마쳤을 때까지 나는 몰랐다. 웨딩 업계에서 정해진 길을 벗어나는 것은 돈도 많고 시간도 많은 사람만 할 수 있다는 걸.
우선 스냅 업체를 정했다. 스튜디오의 경우 플래너가 내 취향에 따라 추천해주는데, 내 경우엔 강원도 지역의 스냅 업체를 손수 알아봐야 했다. M카페에서 강원도 스냅을 검색하고, 후기가 좋은 글을 찾아 인스타에서 업체를 찾아보고 피드를 훑었다. 인스타에 직접 #강원도스냅 을 검색하기도 했다. 스냅 업체 선정은 어렵지 않았다. 왜냐면 애초에 후보군이 두 군데 정도였기에....... 제주도의 경우 업체가 더 다양하고 선택지가 더 많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집 둘째 강아지가 8킬로여서 제주행 비행기를 탈 때 화물칸에 타야 하는데, 그 겁쟁이가 잘 있을지 걱정되어, 육로로 갈 수 있는 강원도로 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드메였다. 스냅 업체에 컨택하여 제휴 업체를 문의하고, 웬만하면 제휴가를 받아서 한 번에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스냅 일정을 금요일로 할 것이냐, 토요일로 할 것이냐, 그럼 언제 출발해서 언제 돌아올 것이냐, 드레스는 언제 빌리고 메이크업은 언제 하냐, 숙소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고민들에 지쳤고, 만나지도 않은 플래너가 그립고, 보고 싶고. 안내받은 메이크업 제휴 업체의 인스타 프로필에 들어가서 디엠을 보내기 직전, 내려본 타임라인에 짝짝이 눈썹만 없었어도 눈 꼭 감고 그냥 예약했을 텐데. 아니 사실, 체리색 모 립밤만 다섯 번 바른 것 같은 입술도 그냥 지나치긴 어려웠다.
웨딩 산업은 정말 크고 다양한 니즈가 있는데, 정말, 정말 폭넓은 니즈였다. 나같이 홍대병 걸려서 취향 호불호 심각하게 갈리는 사람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요구사항을 체크해야만 평타를 칠 수 있는 것이었다. 세련된 느낌 ~ 정도로 말했다가는 150만 원 내고 JYP 비닐바지를 입을 수도 있는 광활한 웨딩 산업. 아무튼 내가 마음에 쏙 들진 않더라도 적당해 보이는 드메 업체를 찾기 위해 (그 와중에도 드, 메를 따로 찾기는 너무 괴로웠다) 또 모 카페에서 찾아보고, 인스타에 #강원도스드메 검색해서 다섯 개 정도의 업체를 보고 내가 용인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업체를 찾아서 북마크 해뒀다.
나는 간살간죽을 좌우명으로 하는 항상 쿨하고 싶은 사람인데, 돈도 쿨하게 쓰고, 결혼 뭐 ~ 다 허례허식이지~ 하고 싶은데, 정말 쿨한 사람들은 플래너의 손을 잡고 가자는 대로 잘 닦인 포장도로를 걸어 결혼식장에 입장하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나는 야외 스냅이라는 샛길로 잠깐 빠졌다가 웨딩 카페를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드는 결혼과몰입러가 되어야 했다. 이후로는 플래너가 하라는 것만 하는 -이거만 해도 너무 많아서 기절할 것 같다- 몰개성 결혼으로 가고 있다. 공장식 결혼 최고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