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의 메모장
'네', '아니요'
"오늘 플로우차트 업데이트 날인데 완료되었나요?", "지금 하고 있는 데이터정리는 끝났나요?", "보고자료 준비는 완료되었나요?" 1on1 초기에 제가 많이 했던 질문들인데 공통점들이 보이시나요? 첫 번째는 1on1 때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질문이죠. 업무이야기는 사무실에서 하거나 다른 미팅에서 하면 되는 이야기니까요. 두 번째는 모두 단답형 대답을 유도하는 질문이라는 점입니다. 1on1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네', '아니요'라면 그 1on1은 실패했습니다.
저는 팀원들을 제 손으로 뽑아서 새로운 팀을 만들었던 적도 있었고, 기존 팀에 팀장으로 부임했던 적도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팀원들의 신뢰를 얻고 출발했기에 제가 조금 어리숙한 모습을 보여도, 1on1을 몇 번을 망쳐도 이해를 바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신뢰를 얻기까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평가자에서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것은 누구도 쉽지 않기 때문이죠. 1on1마저 딱딱하게 만들었다면 저는 아마도 신뢰를 얻지 못한 채 평가자로 남아있었을 것입니다.
그럼 어떤 질문들을 해야 1on1의 분위기를 편안하면서도 목표지향적인 대화로 이끌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의 대답 또한 간단합니다. 팀원이 말을 많이 할 수 있는 질문을 하면 됩니다.
이제 요리를 시작하기 위해 불을 지펴볼까요?
제가 몇 번의 1on1을 실패하면서 공통되게 메모해 논 내용은 '했어 안했어 질문금지'였습니다. 이야기를 더 이어 나기도 어렵고 채근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게 되고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딱딱해져 저에게 정신 차리라고 적어두었던 메모입니다. 몇 번을 적어두었다는 것은 그만큼 잘 안되었다는 것이겠죠?
팀장생활을 하면서 Top Down과 설득 사이에서 굉장한 고뇌를 해왔습니다. 일은 Top Down으로 받았으나 그래도 "나는 팀원들과 소통하면서 이 업무가 왜 필요한지 설득해지"라는 결심은 받아오는 일이 1개, 2개, 3개... 가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불가능해지고 소통보단 업무지시와 관리의 영역에 서 있는 게 편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팀원들과의 대화는 "했어?", "아직 안 했어?" , "왜 안 했어?"의 방식으로 굳혀지더라고요.
한번 몸에 붙은 소통의 방법은 참 바꾸기 어려웠습니다. 자연스럽게 1on1에서도 표면상에서는 우리 이제 방금까지 지고 다녔던 짐들은 여기 벗어 놓고 이야기 하자라고 이야기해 놓고 저는 더 단단히 여미는 꼴이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제 메모에 '단답형 질문 금지'를 10번 이상을 쓰고서야 제 짐도 조금은 내려놓으면서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질문방법이 필요해요?
우리가 1on1 대화를 나누는 목적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보겠습니다. 핵심 키워드는 '나와 팀원 간의 신뢰 구축', '개인의 성장 지원', 그리고 '목표 달성 촉진'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유연하고 개방된 분위기를 조성하며, 성장과 목표 달성을 도울 수 있는 응답을 유도하는 질문 방식이 필요합니다. 간단히 말해, 팀원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는 거예요.
이런 깊이 있는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질문을 3가지 구조(OCD)로 제안드립니다.
1. Open Questions : 오픈질문
2. Connected Questions : 연계질문
3. Deep Questions : 깊은 질문
[Open Questions : 오픈질문으로 시작하기]
단답형이 아닌 팀원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질문으로 포문을 엽니다. 이 때는 "When"에 집중하여 근황에 대해 질문을 하면서 요 근래에 팀원의 변화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하는 거예요.
"요새 새롭게 재미를 붙이는 것이 있어요?" 또는 "지금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였나요?"
오픈질문은 대화의 문을 열고 팀원이 자신의 생각, 느낌, 경험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게 합니다. 대화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될 거예요.
[Connected Questions : 연계질문으로 깊이 탐구하기]
오픈질문에 이어진 대답에 기반하여, 연계질문은 더 구체적인 내용을 탐색합니다. "What", "How", "Why"와 같은 궁금증을 해결하는 질문들을 던지는 거예요.
"그 순간이 보람되다고 생각한 구체적인 이유를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또는 "그 경험이 지금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연계질문은 팀원이 자신의 경험을 더 깊이 생각하게 하며, 그 경험이 개인적이나 업무적인 성장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고민하도록 돕습니다.
[Deep Questions : 깊은질문으로 미래를 조망하기]
팀원의 반응을 보고 파고들어야 할 내용이 있다면 과거, 현재, 미래를 파악할 수 있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깊은 질문은 과거의 경험, 현재의 감정, 미래에 대한 기대감 등을 포괄적으로 탐색합니다.
(현재) "지금 상황이 어떻다고 느껴지세요?"
(과거) "전에도 동일한 경험이 있으셨어요? 있다면 어떤 경험이었어요?"
(미래) "A님이 생각하기에 어떻게 하면 좋은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깊은질문은 팀원이 자신의 경험을 더 넓은 맥락에서 바라보고, 개인적인 가치와 목표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이 성찰하도록 유도하게 됩니다.
이 세 가지 질문의 흐름을 한번 시도해 보세요. 대화를 점진적으로 깊고 의미 있는 방향으로 이끌게 될 거예요. 오픈질문으로 시작해 관심사와 경험을 넓게 탐색하고, 연계질문으로 세부적인 이해를 높인 뒤, 깊은 질문으로 개인적인 가치와 미래 계획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팀원과의 신뢰를 구축하고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1on1에 대한 중요성 편, 사전미팅 편에 이어서 질문 편을 이어왔습니다. 다음 편은 피드백 편으로 찾아오겠습니다.
1on1 밥 먹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