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어린시절의 기억을 안고사는 엄마들의 치유를 위하여
아이를 키우며 나는 잊고 있던 나의 어린 시절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때를 돌아보니 상처와 아픔으로 얼룩진 어린아이가 있었다. 그 상처를 다시 여는 것이 두려워 마음 어딘가에 꼭꼭 눌러 숨겨두었는데 ‘엄마’라는 역할은 기어이 내가 그 상처를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누군가 내게 지금까지 살면서 삶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망설임 없이 육아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나를 온전히 바쳐야 하는 육아라는 과정 속에서 나는 나의 민낯을 볼 수 있었다. 남들에게는 누구보다 상냥하고 예의바르던 내가 정작 내 아이들 앞에서는 예민하고 참을성 없는 엄마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경악했다. 부당한 상황에서도 싫은 소리 한번 제대로 못하던 나였는데 아이들에게는 모진 말을 쏟아내는 나를 보면서 무언가 잘못 되었음을 느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답을 구하기 위해 나는 내 안에 갇혀있는 어린 나를 다시 만나기로 했다.
이제는 다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한 번도 잊은 적 없던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이 나의 마음 속 어딘가에 남아 소리 없이 외치고 있었다. 이 아픔을 좀 봐달라고. 이 상처를 치유해 달라고. 나는 이제 그 상처를 가진 내 안의 아이에게로 눈을 돌린다. 아픈 상처에 따뜻한 눈빛을 보내고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져 준다. 소리 없이 외치던 아이는 이제야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한다. 한번도 울어본 적 없는 것처럼 끝없는 눈물이 흐른다.
이 책은 내 이야기이자, 상처받았던 그렇지만 내 아이에게는 그와 같은 상처를 물려주지 않기를 원하는 엄마들을 위한 이야기이다. 내 아픔을 드러내는 것이 두렵고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조금 더 용기를 내보려고 한다. 나를 위해. 그리고 내 아이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