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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키 Jun 22. 2022

제31회 신춘문예 단막극전 <나의 우주에게> 비평

거리두기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요

희곡을 함께 읽었던 학우들 중 누군가는 기대하고 다른 누군가는 상당히 걱정했던 지점이 서로 같았다. 바로 지구와 우주라는 아주 먼 공간에 떨어져 있는 두 주인공을 연결시켜주는 가상의 기술 '드래그'를 어떻게 무대 연출로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했던 것이다. 하지만 연극 <나의 우주에게>의 연출가 홍순섭은 ‘거리감’을 되려 전반적인 연출의 콘셉트로 삼아 현명하고 또 효과적인 무대 연출을 보였다. 작은 소극장 위, 물리적으로는 가까이 위치해있는 두 주인공 유성과 해미가 빔 프로젝터를 통해 '연결'되는 과정을 거쳐야만 서로와 소통할 수 있는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설정상 연결되어있지만 방향도 위치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대화하는 모습이 마치 두 인물의 물리적 거리감뿐만 아니라 그들의 심리적 거리감을 보여주는 듯했다.


뿐만 아니라 연기의 디테일과 변주가 기억에 남는다. 우선 우주로 떠난 남자 친구 유성을 기약 없이 기다리는 해미를 찾아온 천문학도가 그녀의 직업을 묻자 해미가 대답 대신 본인 목에 걸린 사원증을 벗어버리는 디테일이 좋았다. 그 행동은 본인 소개를 거절하는 의사표현이자 '유성의 여자 친구'이기에 그녀를 찾아왔던 사람들에 대한 신경질로 보였다. 또 유성과 해미가 서로 같은 자세를 취하는 장면이 두 차례 있었는데 첫 번째는 해미가 유성이 가족도 아닌 본인과 드래그한(원거리에서도 정신을 연결할 수 있는 사람으로 해미를 택한) 이유를 듣기 직전의 장면이고, 두 번째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마침내 화가로 데뷔한 해미의 전시장에서 둘이 만나는 장면이다. 두 장면 모두 해미가 연결을 끊고 떠남을 택하기 직전이라는 점에서 공통되어 흥미로웠다. 

  더불어 네 개의 의자가 좌표처럼 찍힌 컴컴한 무대에서 먼 거리를 둔 채 소통하던 유성과 해미가 해미의 전시장에서 서로를 직접 마주하는 장면은 관객석까지 훤히 비추는 조명으로 연출된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빛의 조절로 만들어낸 대비감은 존재감이 엄청났다. 유성과 해미 둘 사이에 존재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먼 거리의 간극이 줄어들었을 때 모든 것이 명료해지지만 동시에 분명하게 관계의 끝을 맺게 된다. 거리두기의 과정, 결과, 그리고 또다시 시작되는 유성의 거리두기의 의미가 조명 조도의 차이에서 느껴졌다.


짧지만 그만큼 몰입하기 좋은 공연이었다. 부끄럽지만 내가 공연에 홀려 작품을 만끽할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해당 공연의 연출가 홍순섭이 밝힌 의도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로 비평을 마무리하고 싶다. 



‘코로나 세상이 던져준 거리두기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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