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나를 원하니?
망했습니까, 휴먼?
아무도 원하지 않을 것 같은 눈빛, 털뭉치. 그래, 내가 만든 미친 작품. 재료비 21,000원이 버려진 것 같은 느낌의 모루 키링이 드디어 탄생했다. 의도했던 것은 귀염 뽀짝한, 공주공주, 그러나 큐티 힙한 인형이 있는데, 어디서 킹 받게 생긴 개.. 아니 곰인가.. 싶은 동물이 나와버렸다. 순간 흠칫한 내 생각은.."과연 이게 팔릴까"였다. 망해버린 곰개는 나를 천연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대로 내 사업은 무너지는 것인가.
시작은 창대했으나, 결과물이 미미하다.(쥬쥬 하기도 하고) 재료를 탓하기엔 이미 유튜브와 인스타에 금손들이 가득하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예쁘게 만들지도 못할 거, 그냥 킹 받게 가기로 했다. 망해버린 나의 작품을 그냥 밀어붙여 보기로! 그래 일단 가보기로 했고, '그냥'이라는 정체성을 캐릭터에 불어넣었다. 그래 이렇게 태어나버렸다. 원했던 건 아니다. 그렇다고 어쩔 것이냐 세상아! 내가 사업이라면 사업이고 판매상품이라면 상품인 것이다!라는 마음을 가진채 말이다.
킹 받니? 난 왕왕이야.
세계관을 만들기로 했다. 킹 받는 캐릭터다. 몽롱한 눈빛, 유독 번쩍 거리는 코, 정돈되지 않은 털실과 대충 씌워진 모자. 킹킹 받는 왕왕이의 탄생이다.
뭐 하나 완벽한 것이 없다. 생김새 그 자체가 엉망이다. 그러나 당당하다. 그냥 그런 것이다.
캐릭터의 이름을 정하고 성격을 설정했다. 모루 인형을 만든 지 30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당장 인스타그램 계정을 생성했다. 그리고 최대한 재밌는 구도로 사진을 찍었다. 사진에 자막을 넣기 위한 빈 공간 고려했고, 어떤 글을 써야 할 지도 고심했다. 최근 유행하는 MZ세대 캐릭터에 걸맞은 캐릭터로 구체화하면서 말이다.
한동안 인형은 더 만들지 않을 것 같다. 우선 이 캐릭터가 대중에게 잘 받아들여지는지 측정할 것이다. 모두가 사랑하는, 원하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 머릿속을 지배하는.. 무의식이 존재가 되기 위해서 마케팅 전략을 세분화할 계획이다.
넌 나를 원하니? 원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시작은 달콤했고, 정말 뭔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만들다 보니 느꼈다. '난 정말 한참 모자라는구나.' '세상에는 정말 잘난 사람들이 많구나.' 그래서 내가 잘하는 걸 더 내세우기로 했다. 사랑받으면 사랑받는 것이고, 내쳐지면 내쳐지는 것이다. 관심을 받지 못하면, 그냥 그 자체로 상황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난 신나는 시작을 했고, 매력적인 캐릭터 하나를 탄생시켰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동안, 동방신기의 주문을 들었다. 흥겨워 들썩거리는 나의 춤사위에 옆에 있던 거울이 깨졌다. 이것이 내가 깨지는 소리인지, 나의 숨겨왔던 가능성이 깨어나는 소리인지, 시작해 봐야 안다. 왕왕이의 매력에 빠져 즐기는 그 순간까지. under my gaegom(개도 곰도 아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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