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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한 Nov 06. 2020

어른이 된다는 게 이런 거라면

시작하는 글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어른이라는 단어의 첫 번째 사전적 의미이다.

내가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가 하신 말씀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너도 이제 성인이니까 네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해."

그때는 그 말을 듣 순간 콧 방귀가 절로 나왔다.

'언제는 내가 책임 안 졌다는 거야?' 하는 반감과 '요즘 시대에 스무 살이 무슨 힘이 있어서 독립한다고....' 하는 왠지 모를 서운함이 교차했다.


지금 그 말을 떠올려보면, 분명..., 나의 아버지는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감성이 남다른, 예인었을 거라 확신한다.


책임을 강조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언제쯤 철들래?" 하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살았다.

"너도 이제 어른인데...."

"철없는 소리 할래?"

.

.

.

어느 정도의 사회적 지위를 가진 후에도, 누군가의 아내가 된 후에도, 여전히 주변인들의 '어른 타령'은 현재 진행형이다.




위대한 세종대왕님과 문종이 남기신 훈민정음이라는 대한민국의 언어, 한글은 알면 알 수록 신비한 매력을 가진 언어이다.

'어른'이라는 이 단어를 살펴보자.


1.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2.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

3. 결혼을 한 사람.

4. 한 집안이나 마을 따위의 집단에서 나이가 많고 경륜이 많아 존경을 받는 사람.

5. 남의 아버지를 높여 이는 말.


물론, 다 맞는 말이지만 어느 하나 속 시원히 어른의 정의를 내려주는 뜻풀이는 없는 느낌이다.

육체적 성장이 멈춘 다 자란 시점을 우리는 어른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이가 많다고 다 어른일까?

혹은 결혼을 했다고 해서,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이라 해서 모두가 어른다운 어른일까?

(*4, 5번의 어른은 다른 어감의 어른, 우리가 흔히 '어르신'이라 부르는 단어의 의미이므로, 생략한다.)


깊이 생각해보면 언제나 어려운 질문이다.


도대체 어른이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걸까?




그러다 문득, 철없다는 말 뒤에 숨은 의미를 떠올려보기 시작했다.

"너는 그 나이 먹고 왜 그 모양이니?"

하는 질문 뒤에는 언제는 다른 이들이 정해놓은 규율과 규범, 사회적 가치라는 것이 존재했다.

그 법칙은 누가 정한 걸까?

왜, 어른이 되려면 꼭 그들이 정해놓은 틀 안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걸까?


예를 들자면, '결혼'이라는 것도 그런 규율 중에 하나이다.

왜 결혼이 되어야 어른이 된다는 걸까?

물론, 결혼을 해본 사람으로서 어느 정도 그 의미를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꼭 결혼해야만 어른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혼한 뒤에도 철부지처럼 살아가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다음 질문은 바로, 2세 문제로 이어진다.

결혼을 했으니,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거다.

결혼하고 1년이 지나면 당연하다는 2세 문제를 논하곤 한다.

아이 생각이 없다 하면 "넌 애가 왜 그러냐, 아이를 낳으면 그때 비로소 어른이 되는 거다."

대충..., 이런 식이다.


소위 '철없다'는 말을 들을 때면, 항상 속으로 되뇌고 되뇌던 말이 있었다.

이런 게 어른이 되는 거라면, 이런 게 철드는 거라면....


나는 평생 철없는 사람으로 살겠습니다.


 철없어 보일지언정, 말도 안 되는 꿈을 꾸고, 디즈니를 사랑하고, 물질적인 가치보단 보이지 않는 가치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이빨 빠진 할머니가 되어서도 뜨거운 여름날의 달달한 아이스크림 한 모금의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좀처럼 오지 않는 기회를 노리며 아등바등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나에게,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오늘 하루도 있는 힘을 다해 버텨낸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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