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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May 30. 2023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상)>

[내 마음대로 책읽기] 수도원에서의 의문의 죽음

20년 전쯤, 소설 <다빈치 코드>를 보면서, 2가지 생각을 했었다. 첫째, 가톨릭 교회와 성경의 이야기 뒷편에 숨어 있는 내용을 진실인 듯 보여주고 있는 것에 놀랐고, 둘째, 그럼에도 소설이 너무 재미 있었다는 것에 놀랐다. 그 뒤로 댄 브라운의 소설은 대부분 찾아서 봤었다: <인페르노> <로스트 심벌> <오리진> <디지털 포트리스> <천사와 악마>. 기억되는 내용은 뒤죽박죽이지만, 흥미롭게 읽었었다는 기억은 난다.


사실 움베르토 에코는 <논문 잘 쓰는 법>을 통해서 접했었다. 그저 글을 잘 쓰는 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소설을 접하고 나니, 댄 브라운 보다는 한 단계 더 위에 서 있는 작가가 아닌가 싶다. 14세기 가톨릭 교회의 교리와 이단에 대한 논쟁, 교황과 황제 사이의 다툼을 너무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수백년전의 가톨릭 교회 내부를 구석구석 보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물론, 자세한 내용이 소설의 이해를 조금은 방해하고 있기는 하다.


소설은 윌리엄 수도사와 수련생 아드소가 이탈리아의 어느 수도원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내용이 중심을 이룬다. 그들은 교황과 황제측 사이의 회담이 열릴 수도원에 먼저 방문하지만, 살인 사건을 목격하고 수도원장의 요청으로 사건을 수사해 나가지면, 하루에 한명씩 사망을 하는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윌리엄 수도사는 사건의 핵심은 장서관에 있음을 발견하고, 그곳을 파헤치려고 하고, 세번째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상권은 마무리가 된다.


한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교황과 프란체스코 수도회 사이의 청빈 논쟁이었다. 수도회는 청빈을 그리스도의 중요한 가르침으로 여기지만, 교황은 그리스도도 재산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청빈은 성경적이지 않다고 주장을 하면서 갈등을 하게 된다. 중세 시대의 가톨릭 교회는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청빈과는 거리가 멀었다. 프란체스코 수도회는 교황에게 반기를 들고, 갈등은 깊었다.


언젠가 "청부론"이라는 말이 유행을 한 적이 있었다. 그리스도인들이 부유한 자가 되어, 세상에 선한 영향을 끼치자는 주장이었다. 물론, 그리스도인이 부자가 되면 좋겠지만, 부자가 되고자 목표를 삼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청빈"이 그리스도인의 삶에 더 적절한듯 싶다. 삶의 목표가 부자가 되는 것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예수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권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는 하지만, 읽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읽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상)>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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