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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Jun 08. 2023

김동선 <사랑이 다시 살게 한다>

[내 마음대로 책읽기] 상실의 여정

아들이 3살 때, 교통사고가 났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아이는 자동차 밑에 깔려 있었다. 이성을 잃은 나는 울부짖었고, 주변에서는 짐승이 소리지른다고 생각하고 밖으로 나와보았다고 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말이다. 다행히도 아들은 뼈조각 하나 부러지지 않았고, 지금껏 건강하게 잘 살아있다.


딸이 2살 때, 숨을 헐떡 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보니, 눈동자는 뒤로 돌아가 있고, 입은 거품을 물고, 팔다리는 경직이 일어나고 있었다. 입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는 혓바닥에 아이가 숨을 쉬지 못할까봐 손가락으로 혓바닥을 잡아 내려고 했었다 (나중에 들으니 절대 그런 행동을 하면 안된다고 했다). 911에 전화를 해 울부짖으며 “My daughter is not breathing”이라고 외쳤고, 2분이 채 안되는 시간에 소방차와 구급대원들과 경찰이 왔다. 건장한 구급대원들 10여명이 작은 아파트에 들이 닥쳤고, 온갖 기계를 아이에게 붙이며 상황 판단을 하고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Your daughter is okay. She is breathing.”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들어가서 온갖 검사를 한 뒤, 의사는 열성 경련(seizure)이라고 말해주었다. 그 뒤로, 2주에 한번씩 경련이 왔고, 반복되는 경련에 담당 의사는 신경안정제를 먹는 것이 좋겠다고 했고, 5살까지 3년동안 매일 신경안정제를 먹었다. 지금은 너무도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


자녀를 잃은 사람의 이야기를 읽는 것을 꺼려했었다. 그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될까봐 무서웠다. 그냥 외면하고 싶었다. 아이들이 아프기만 해도 이성을 잃었는데, 그 이상을 생각해보고 싶지 않았다. 생각보다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자녀를 먼저 하나님 품에 보냈다. 때로는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때면, 그 고통과 상실이 얼마나 클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김동선 목사님의 상실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구입하지 않았었다. 무서웠으니까. 그러다 목사님이 선물로 주신 책을 비행기 안에서 읽어 내려갔다. 사실, 울컥한 순간이 좀 많았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비행기 안이여서 울음을 안으로 삼킬 수 있었다. 내가 어떻게 그분의 상실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을까.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아니, 상상하고 싶지 않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위로의 말도 전할 수 없어서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차라리 내가 무심한 사람이 되는 것이, 되도 않는 위로를 건내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었다. 글을 읽으니 목사님이 어떤 과정을 겪으며 그 상실의 과정을 지나왔는지 알게 되었다.


목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상실의 이야기를 담은 책과 영화가 상당히 많이 있다. 그 이야기들이 상실을 경험했거나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작게 나마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도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딸을 하나님 품에 먼저 보낸 아빠의 일년여의 기록이 위로가 될 것이다. 김동선의 <사랑이 다시 살게 한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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