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대로 책읽기] 내 능력이 아닐진대
한국인들은 불공정의 피해자가 아닐 때에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지만, 불공정의 피해자라고 생각할 때에는 큰 목소리를 내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있는 위치에 누군가가 불공정하게 들어왔다면 큰 목소리를 낸다. 대학 입학에서 누군가가 비리를 저질렀다고 생각했을 때는, "불공정"을 외치면서, 공정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외친다. 그래서 부모를 통해서 대학 입학에 조금이라도 혜택을 보았다면, 불공정한 사회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느 누구든 자신만의 능력으로 그들이 누리는 혜택을 온전히 받았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누군가는 부모를 통해 다양한 혜택을 누렸고, 누군가는 신(하나님)을 통해 받은 건강을 통해서 그들의 위치에 있게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능력이란 자신만의 온전한 능력이 아니라는 말이다.
"어떤 사람은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자신이 3루타를 친줄 안다"는 말에 크게 공감했다. 애초에 출발선 자체가 다른데 어떻게 공정함을 주장할 수 있을까.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은 처음부터 공정할 수 없는 세상일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서있는 위치에서 자랑할 필요도 없고, 낮은 위치에 있다는 사람들을 비난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저 자신들이 놓여 있는 위치에서 자족하는 삶, 그러면서 타인에 대한 겸손함을 보여주는 것이 바른 삶의 태도일 것이다.
이 책은, 사실 좀 어렵다. 논문을 확장해서 대중적으로 풀었다고는 하지만, 쉽게 읽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저자가 하고자 하는 주장에는 많이 공감했다. 대중적인 책을 표방했다면, 좀더 쉬운 문체로 글을 썼으면 어떨까 싶다. 어쩌면 내 이해력의 부족함 때문일 수도 있겠다. 박권일의 <한국의 능력주의>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