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에게 실링 왁스가 필요한 이유
빈티지 손편지 모임을 열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원목 테이블에 둘러앉아 편지지를 고르고, 스티커를 붙이며 도란도란 나누던 이야기들, 그리고 마지막에 실링왁스로 꾹 눌러 봉인을 하던 순간. 어떤 이는 “요즘 이런 거 어디서 살 수 있어요?”라고 물었고, 또 다른 이는 “진짜 옛날 느낌이라 너무 좋아요”라며 봉투를 오래 만지작거렸다. 그때 나는 이 감성이 나만의 취향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아날로그적 정서라는 걸 느꼈다.
사라진 것들에 대한 그리움은 세대를 넘어 이어진다. 부모 세대가 사용하던 편지지와 우표, 어린 시절을 채웠던 다이어리와 스티커, 지금은 낯설어진 문구들까지. 모두 기다림과 손맛이 스며야만 완성되는 기록의 방식이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이런 물건들을 수집해 왔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것이 결코 나만의 취향이 아님을 더욱 확실히 느끼고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손으로 글을 쓰고, 서랍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오래된 편지에 설레며, 봉투를 뜯기 전의 긴장감을 기억한다. 우리는 모두 그런 기억의 조각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다. 그래서 내게 있어 실링 왁스는 한순간을 봉인하는 작은 의식처럼 다가온다.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오래 남는 흔적을 택하는 태도, 나는 그것이 아날로그적 삶의 방식이라 생각한다. 진정으로 오래가는 것은 늘 조금은 불편하고, 조금은 느리다. 그렇기에 더 다정하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이번 [실링 왁스 프로젝트]가 오로지 나의 개인적인 고집에서 비롯된 것일까. 어쩌면 이것은 우리 모두가 기다려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 같다. 누군가는 이 실링 왁스를 손에 쥐고 진심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프로젝트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길. 우리 모두의 추억을 봉인하기 위해 조금씩 나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