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간수집가 LSH Jul 04. 2022

동선 생각하며 도면에 가구 배치하기

펜이랑 기름종이 가져와 봐!

"안녕하세요..."


레이저 측정기와 줄자를 가지고 이사할 집에 들어갔다. 집은 이전 세입자가 사무실로 쓰고 있었기 때문에 그곳 회사 사람들이 잠깐 이용하고 있었다.


"집 사이즈 좀 재려구요."

"아.. 네.. 저희 신경 쓰지 마시고 하고 싶은 거 하다 가세요."

"넵!"


이벽에서 저 벽으로 레이저를 쏘며 벽과 천장의 사이즈를 측정해갔다. 눈치가 보이긴 했지만 실측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집 사이즈를  측정하고 싶다고 부탁드렸고 흔쾌히 요구를 받아들여주셨다.



빠른 시간에 일을 끝내드려야 할 것 같아서 A4용지 한 장에 이것저것 마구 휘갈겨 썼다. 대충 방의 위치를 알고 있었기 대문에 미리 베이스를 그려놓고 사이즈의 수치를 추가로 써 내려갔다.


나중에 남편이 메모한 종이를 보더니 자기는 도저히 못 알아보겠단다. 그럼 이제 나만 해독할 수 있는 이 그림을 도면으로 옮겨 그려야 할 시간이다.


종이와 펜, 삼각 스케일자를 가지고 간단한 도면을 새롭게 옮겨 그렸다. 벽과 문, 창문만 그려놓아 공간의 구조만 알아볼 수 있게 했다. 이제 베이스가 완성된 것이다.


이미 조닝을 통해 방의 용도는 정해졌으니 이제는 가구를 배치해야 할 시간이다. 기름종이가 필요할 때다.


베이스가 되는 도면을 아래에 깔고 그 위에 기름종이를 덧대어 계속해서 가구 배치를 수정해갔다.


침대는 이쪽, 아니 저쪽!

다이닝 공간이 없는데 그럼 식탁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

옷방 행거의 배치는 ㄴ자로 할지 ㄷ자로 할지...


앞으로 살아갈 우리의 생활 패턴을 상상해가며 가구를 배치해나갔다. 맞지 않은 동선으로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던가 생활하는데 불편해지는 일이 생긴다면 그 가구 배치는 실패다. 그럼 플랜 B로 바꾼다.


그렇게 서서히 집의 도면이 완성되어 갔다.



도면에 가구 배치하기


조닝은 하더라도 도면 그리는 걸 안 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하지만 인테리어를 하려고 마음먹었다면 도면 그리기의 과정은 꼭 필요하다. 집에 들어갈 가전, 가구들을 미리 배치해가면서 동선과 사이즈를 확인해 봐야 하니까. 


도면 그리는 순서

1. 실측하기

먼저 집의 사이즈를 직접 실측을 해야 한다. 이미 집의 도면이 마련된 집이라면 그 도면을 받아 바로 진행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직접 집의 사이즈를 측정해야 한다.


레이저 거리측정기 같은 편리한 도구가 있으면 좋겠지만 없더라도 다이소에 판매하는 3미터 줄자만 있어도 충분히 집의 사이즈를 쉽게 잴 수 있다. 만약 사정상 실측할 수 없는 경우에는 집에 가서 자신이 들어간 사진을 많이 찍어둔다. 그럼 나중에 사진 속 나의 키에 맞춰 집의 사이즈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는 벽과 벽 사이의 거리나 청장 높이만 알면 되지만, 여건이 된다면 꼭 문과 창문의 위치와 사이즈도 잘 파악해두라고 하고 싶다. 가끔 가구의 위치 때문에 문을 다 열지 못 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하고, 가구가 문의 유효너비보다 커서 들어가지 않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2. 도면 그리기


실측한 집의 크기를 알면 이제 도면을 그려봐야 한다. 


초보자도 가장 쉽게 그릴 수 있는 건 칸이 그려져 있는 그리드 노트다. 한 칸씩 사이즈를 정해두면 선을 따라 쉽게 스케일(비율)을 맞출 수 있다.


초보자라면 가장 쉬운 1/100 스케일로 추천.


그리드 노트에 측정한 집의 구조를 그려본다. 벽과 문의 위치를 그리는 정도면 충분하다.





3. 가구 배치하기

기본 도면이 그려졌다면 기름종이라고 불리는 트레이싱지를 올려 다양한 패턴으로 도면을 그려본다. 이렇게 그리는 이유는 기본 도면 위에 바로 그리면 일일이 지우거나 처음부터 도면을 다시 그려야 하는데 트레이싱지를 기본 도면 위에 대고 그리면 다양한 케이스를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가전, 가구를 사이즈대로 잘라 인형 놀이하듯이 다양하게 배치를 해보는 것이다. 이 방법은 시간 절약과 초보도 쉽게 참여할 수 있어서 좋다.


가구 배치할 때 유의할 점

・콘센트나 전등 스위치의 위치도 미리 파악해서 불편함 없이 생활하도록 가구를 배치하자.

・공간에 따라 햇빛이 들어오는 시간을 알아두면 참고해서 가구 배치를 할 수 있다.

・싱크대나 세면대, 변기처럼 옮길 수 없는 설비의 위치도 중요하다.



이사를 하기 전,  도면을 그리고 가구를 배치해보는 일은 유의미하다. 말도 안 되는 불편함을 미리 예방할 수도 있고, 공간을 더 넓고 윤택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 또한 새로운 집에서 살아갈 라이프스타일을 상상하며 이곳에서의 생활리듬을 미리 파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완벽하게 도면을 그리고 가구 배치했다고 생각하더라도 살아가면서 가구 배치를 바꾸는 일은 종종 일어난다. 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뀔 수도 있고, 불필요한 움직임이라 생각한 쪽이 사실은 더 편리하다는 깨달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 가구 배치는 살아가며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집의 모양을 구체화시켜보자.


'빈티지 하우스 감성 리모델링 하기' 매거진의 다른 이야기 확인하기↓

https://brunch.co.kr/magazine/vtghouse



이전 06화 계산기 두드리며 예산 짜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