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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간수집가 LSH Jun 17. 2022

인테리어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해야할 일

우당탕탕 조닝 일지

우당탕탕 조닝

※조닝 : 거주 구성원에 맞게 방의 용도를 정하고 배치하는 것



"TV는 무조건 있어야 한다고!"

"내가 도쿄 살 때는 TV 안 보고도 잘 지냈잖아"

"내가 일본어를 못 하니까 그렇지. 그리고 방송국 일하는 사람 집에 TV 없는 게 말이 돼?"


이사할 신혼집은 세 개의 방이 있었고 남편이랑 어떤 방을 구성할지 어떤 가구를 들일지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의견이 부딪혔다. 3n 년 다른 곳에서 살았으니 당연할 수도 있다.


나는 TV를 보지 않는다. 보지도 않는 TV에서 흘러나오는 백색소음도 싫어한다. 남편은 TV의 백색소음이 좋단다. 스포츠 중계도 봐야 한단다. 방송국 MD로 일하기 때문에 본인이 편성한 광고도 봐야 한단다. 일과 연관이 된다고 하다니 결국 TV를 들이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너무 내 생각만 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방을 어떻게 쓸 건데?”

세 개의 방을 어떻게 쓰고 배치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우리는 서로의 생활패턴과 취향을 나열해 보기로 했다.


⊙ 남편의 평일 생활패턴

매일 수원에서 서울로 출퇴근한다. 아침에는 일어나서 출근 준비 후 바로 출근하기 때문에 아침에 이용하는 공간은 욕실과 옷방뿐이다. 저녁 퇴근 후에는 보통 운동을 하고 들어와서 바로 샤워를 하고 간단히 저녁을 먹는다. 차려먹는 저녁이 아니라 정말로 간단한 음료나 과일, 아이스크림 정도만 먹는다. 우리 부부는 둘 다 하루 16시간 공복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낮에 거하게 먹고 저녁은 잘 먹지 않는다. 주로 거실에서 TV를 켜고 야구 중계나 예능쇼, OTT 영화 등을 본다. 휴대폰 게임이나 콘솔 게임을 하며 여가를 보내기도 한다.



⊙ 나의 평일 생활패턴

아침에 일어나 오전에는 차를 마시며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다. 식물을 많이 키우는 식집사로 주로 오전에 식물들도 케어한다.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점심을 먹고 낮에 비상근으로 빈티지 숍에 나가 일을 하거나 개인 업무를 보며 유연하게 일을 한다. 재택근무도 자주 한다. 저녁에 운동을 하고 집에 와서 바로 샤워하고 간단한 요기를 한다. 방에 들어가 음악을 틀어놓고 블로그 포스팅을 하거나 책을 읽는다. 가끔 야구 중계를 보거나 콘솔 게임을 하기도 한다.



⊙ 우리의 주말 패턴

주말은 거의 함께 보내는데 집에 있는 것보다 외출하는 빈도가 더 많다. 등산이나 골프 같은 운동도 좋아해서 2주에 한 번은 멀리 나가 운동을 한다. 가끔 영화를 보거나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아울렛 쇼핑을 하기도 한다. 둘 다 여행을 좋아하는데 요즘은 호캉스로 대신해서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호캉스를 다닌다.



⊙ 남편의 취향과 니즈

• TV는 있어야 한다 거실이든 침실이든

• 옷이 제법 많기 때문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옷방이 있었으면 좋겠다

• 소설책이나 만화책, 영화잡지 등 수집하는 책들을 둘 서재가 필요하다



⊙ 나의 취향과 니즈

• 잠을 잘 때만큼은 TV를 켜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 작업실이 있었으면 좋겠다

• 책이 많아서 서재도 있었으면 좋겠다

• 요리는 하지 않지만 빈티지 찻잔은 많으니 찻잔들을 진열할 만한 공간이 필요하다

• 화장품이 그리 많지 않고 화장도 잘 하지 않으니 파우더룸은 최소화를 해도 괜찮다




생활패턴과 취향을 합치니 세 개의 방의 용도가 나왔다.


• 침실 -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심신이 아늑한 공간

• (파우더룸을 겸한) 옷방 - 화장부터 코디까지 용모단정을 위한 합리적인 공간

• (작업실과 수납장을 겸한) 서재 - 책과 수집품을 두고 독서와 업무를 볼 수 있는 사적인 공간


방을 제외한 다른 공간도 용도가 정해졌다.

• 거실 - 휴식과 여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용 공간

• 주방 - 자주 사용하지 않는 만큼 최대한 간소화한 미니멀 공간

• 욕실 -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는 깨끗한 공간


그렇다면 방의 배치는 어떻게 할까?”

욕실과 옷방은 세트! 욕실에서 가장 가까운 방을 옷방으로 정했다.

서재는 그릇과 찻잔 수납장을 함께 겸하고 있어서 주방 옆에 있는 방에 배치했다. 게다가 공용 여가 공간인 거실과 떨어진 독립적인 위치가 좋을 것 같았다.

침실은 거실은 둘 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쉽게 오고 갈 수 있는 방으로 배치했다. 그리고 TV는 결국 거실에 배치!

집에서 요리를 하거나 음식을 먹는 행위를 잘 하지 않는 우리는 다이닝 공간을 따로 두지 않고 거실의 한쪽에 3단 접이식 앤틱 식탁을 두었다. 장식용 협탁부터 2인용 식탁, 그리고 손님맞이 4인용 식탁까지 변신 가능한 식탁으로 실용적으로 배치했다.



서로의 생활 패턴과 취향, 그리고 니즈를 확인하면서 조닝을 하다 보면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도 알게 된다. 삐걱대긴 했지만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삶으로의 항해를 조금씩 준비해 가고 있었다.





인테리어의 시작, 조닝 하는 법



집 계약을 마쳤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나는 조닝을 가장 우선으로 하라고 말하고 싶다. 조닝을 하지 않으면 인테리어부터 이사하기까지 계속 막막해질 수 있다.



조닝(Zoning)이란?


조닝은 인테리어를 시작할 때 공간을 평면으로 본 다음, 용도에 맞게 공간을 나누고 배치하는 걸 말한다. 주거공간이든 상업공간이든 조닝은 꼭 필요한데 주거공간에서의 조닝에 대해 살펴보자.


주거공간일 때의 조닝은 거주 구성원에 맞게 방의 용도를 정해서 의도에 맞게 구분하고 배치하는 걸 말한다. 조닝(ZONING)이라는 말 그대로 존(ZONE)을 정한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조닝이 중요한 이유

조닝은 공간을 구성할 때 매우 중요하다. 조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집에서의 생활이 편해질 수도 힘들어질 수도 있으니까.


예를 들어 보자. 집에 방이 총 3개가 있다고 한다. 그럼 방을 어떤 식으로 사용하면 좋을까? 이럴 때는 가장 먼저 거주하는 구성원을 살펴봐야 한다.


1인가구의 경우, 침실, 옷방, 작업실, 서재, 취미공간, 스터디룸 등 오롯이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이 담긴 공간으로 조닝할 수 있다.


2인가구의 경우는? 커플일 경우는 침실을 하나로 두고 나머지 두 개의 방을 용도에 맞춰 나누면 되지만 형제자매나 완전히 남남인 하우스메이트일 수도 있다. 이때는 각자의 방을 쓰니까 방은 하나가 남는다. 이 남은 방에 대해 어떻게 쓸지 궁리해 봐야 한다.


3인가구일 경우를 생각해 보자. 아이가 있는 커플이라면 커플의 침실과 아이방이 있어야 하고 나머지 하나의 방을 어떻게 할지 고민한다. 3인 모두 하우스메이트일 경우 각자의 방으로 사용하면 된다.


4인이상 가구일 경우를 생각해 보자. 4인 이상일 경우는 한 방을 같이 쓰는 룸메이트가 필요한 방이 생기거나 거실을 방처럼 해서 4인 모두 개인의 공간을 가질 수도 있다. 


이렇게 거주 구성원에 따라 그리고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공간의 용도 자체가 달라진다.



라이프스타일로 그리는 조닝

조닝을 할 때 선입견을 가질 필요 없다. 꼭 제일 큰 방을 안방으로 이용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거다.


중요한 건 거주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아는 거다. 그러니까 거주할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취향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


제일 먼저 집에 얼마나 머무는지 체류시간을 고려해 보자. 그리고 그게 하루 중 언제인지도. 평일은 아침과 밤에 아주 잠깐만 지내더라도 주말은 온전히 집 안에만 머무는 사람들이 있을 테고, 집은 잠만 자는 공간이라 생각하며 평일이나 주말 상관없이 집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사람들도 있다. 재택근무자나 전업주부 같은 경우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만큼 조닝에 대해 더 신중해져야 한다.


집의 체류시간을 알고 나면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더 구체화해볼 필요가 있다. 일단 가 현재의 집에 있을 때 가장 많이 하는 행동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일이나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면 티비부터 키고 잠이 들 때까지 티비를 곁에 두는 사람. 깔끔한 게 좋아 아무리 바빠도 매일 청소기를 돌려야 하는 사람. 이른 새벽에 일어나 독서나 글을 쓰는 부지런한 사람. 집 밥이 좋아 퇴근하고 집에 오면 요리부터 준비해서 설거지까지 주방에 있는 시간이 많은 사람. 집에서도 조용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 공부를 해야 하는 수험생. 내가 할애하는 시간이 많은 공간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 고민해 봐야 한다.


그러고 나서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의 양을 재단해 봐야 한다. 옷에 애착이 심해 엄청난 양의 옷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 옷을 버리는 것도 어려워하는 사람들. 수백 권의 책을 가지고 있는 장서가. 다양한 물건을 수집하는 수집가. 선반에 다 안 들어갈 정도로 많은 그릇을 가지고 있는 주부. 다양한 패턴의 사람들이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의 양에 따라 공간과 수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걸 생각나는 대로 다 적어보자. 아무리 생각이 나지 않더라도 최소한 세 가지는 작성해 보는 걸 추천한다. 티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단순히 티비보기가 아니라 어떤 장르의 프로그램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티비로 연결해서 큰 화면으로 보는 걸 즐긴다든지 혹은 티비를 보지 않고 백색소음으로만 즐긴다든지 뭔가 더 깊이 구체적으로 서술해 보자. 식물을 가꾸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화분에 가꾸는 식물을 좋아하는지 생화를 사와 꽃꽂이를 취미로 하는지.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장르의 책이 좋은지 어느 지역의 책을 좋아하는지 어떤 작가의 책이 좋은 지도 써본다. 스스로를 알아가면서 모은 거주자의 취향으로 조닝은 물론 인테리어의 힌트가 될지도 모른다.



거주자는 어떤 사람? 

조닝을 하기 전 꼭 작성해 보자. 그리고 거주 구성원이 여러 명이라면 한 명이 독단적으로 하지 말고 구성원 모두 작성해 보자. 서로의 합의점을 찾아야 하니까.



조닝에 도움 되는 원칙

통상적으로 조닝에 도움이 되는 원칙도 있다. 효율적인 생활 동선을 감안하여 조닝하실 때 참고하길.


욕실과 파우더룸 그리고 드레스룸은 가까우면 좋다.  

- 옷을 벗고 씻은 뒤 다시 옷을 입는 흐름은 아주 자연스럽다. 그래서 이 세 공간이 가까이 있는 게 편리하다.


주방과 다이닝 공간은 가까우면 좋지만 리빙 공간과 다이닝 공간은 무리해서 가까이 두지 않아도 좋다.     

- 다이닝 공간은 거주 구성원이 식사를 하는 공간이다. 모두 모여 함께 할 수도 있고 각자가 따로 할 수도 있다. 때에 따라서 다이닝 공간을 별도로 두지 않고 주방에서 혹은 거실에서 다이닝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조리를 하는 공간과 식사를 하는 공간은 당연히 가까우면 좋다. 이와 반대로 거실을 무리해서 식사하는 공간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 다이닝 공간의 배치를 고민한다면 주방의 위치와 함께 고려하는 게 더 맞다.


아이 방의 배치는 아이의 연령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한다.          

- 아이가 어릴 때라면 안전을 위해서라도 안방에서 가까운 공간으로 배치하는 게 좋다. 하지만 아이의 연령이 더해질수록 가족 간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게 좋다. 특히 사춘기 때부터는 안방에서 조금 떨어진 공간이 더 좋다.


가지고 있는 물건이 많은 방을 큰 방으로 쓰면 된다.          

-앞서 선입견을 가지지 말라고 한 내용과 일치한다. 무조건 가장 큰 방은 안방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옷이 많다면 가장 큰 방을 옷방으로 두어도 좋다는 것이다. 책이 많다면 가장 큰 방이 서재가 될 수도 있겠다. 거주자의 생활 패턴에 맞게 큰 사이즈의 방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게 좋다.


누구나 개인의 시간은 필요하다.

-1인가구라면 상관없겠지만 다인이 사는 집에 각자의 공간이 부족하다면 개인의 시간을 가질만한 공간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모두가 쓰는 서재라도 밤늦게는 엄마가 들어가 사용하는 룰을 만들어보는 거다. 누구에게나 개인의 시간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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