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간수집가 LSH Oct 26. 2022

나에게 맞는 빈티지 하우스 찾기

빈티지 하우스란?

나는 도쿄에서 12년간 거주하며 오랜 시간 상업공간 디자이너로 일했다. 매일같이 도면을 그려댔고, 시공업자들과 실랑이를 이어가는 일에 익숙해 있었다. 작업물들이 잡지에 실리거나 주목을 받기도 하면서 한동안 쉴 새 없이 일했던 것 같다. 퇴근하고도 일정이 비면 지친 몸을 이끌고 핫플을 찾아다녔고, 휴일이면 집에 있기보다는 친구들과 어디든 나가는 타입의 사람이었다. 심신이 지쳐 쉴 곳이 필요해도 집에서 편하게 휴식을 취한다는 선택지는 안중에도 없었다. 타국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면 집에 대한 환상은 가지기 어렵다. 집 계약이 끝날 때가 다가오면 갱신을 하거나 이사를 하거나 하는 양자택일의 선택지만 있거든.


3년 전 결혼을 결심하고 한국으로 귀국했을 때 비로소 집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30대 중반에 들어서서 이제야 내 집 마련에 대해 생각하는 건 너무 늦은 게 아닐까 불안해졌다. 하지만 이내 시기는 상관없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든 없든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


젊은 세대들이 집 사는 것을 포기한 최초의 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이사를 하며 유목민의 생활을 당연하게 느끼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모두에게 집이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나 또한 그러했고.



구옥 주택을 찾게 된 이유


어릴 때부터 아파트에서 살았던 나는 가끔 마당이 있는 구옥 주택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 가면 그들의 집이 한없이 부러웠다. 내가 옛날의 영화를 동경하거나 그리워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호방한 집의 크기라던가 붉은 벽돌, 화려한 천장 조명, 목재로 된 벽 같은 디테일의 8~90년대 구옥 주택은 한 번쯤 살아보고 싶다는 로망이었다. 그리고 그 시기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왠지 지금이어야 할 것 같았고.


그렇게 평범한 아파트가 아닌 오래된 구옥 전셋집에 들어가 개조해서 살아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니까 어쩌다 보니 살게 되었다기보다는 처음부터 구옥 주택만 집중적으로 찾아다닌 것이다. 


쉽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난관은 무려 부동산에서부터 시작했다. 오래된 구옥을 찾는다고 하면 웬만하면 다들 이해를 못 했다. 돈이 없는 거라면 구옥보다는 신축빌라를 하라고 권해주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부동산 업자분들을 설득해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예정에는 없었던 신축 빌라도 실컷 봤지만 도저히 내 마음을 돌이킬만한 집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또 한 가지. 고칠 수 있는 집을 찾는다고 말하면, 왜 세입자가 내 돈 들여가며 남의 집을 고쳐주냐고 모두가 난색을 표했다. 생각의 차이겠지만 한국에만 있는 전세라는 시스템은 나에게는 혁명적이었다. 보증금만 내면 공짜로 집에 살 수 있다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적은 돈을 들여 집을 개조해 더 편하게 살 수 있다면, 나에게는 전혀 아깝지 않았다.


남들의 오지랖과 눈치 때문에 꿈꿔왔던 빈티지 라이프를 포기할 수 없다. 지조 있게 구옥 주택만 찾아다녔다. 오랜 시간 여러 집을 보러 다니다 지금의 집을 발견했을 때, 이곳은 공간 디자이너로서의 나의 영감을 자극하는 집임을 직감했다. 집 내부를 모두 파랗게 칠해놓았던 이전 세입자의 독특한 취향 때문에 저렴한 가격임에도 집은 쉽게 나가고 있지 않았다. 주인아주머니께서는 다행히 내가 집을 개조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셨다.


그렇게 직접 고쳐쓸 수 있는 구옥 주택을 전세로 얻을 수 있었다.



빈티지 하우스란?


빈티지 하우스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흔히들 '빈티지'는 100년이 안된 오래된 것을, '앤틱'은 100년이 넘은 오래된 것을 말한다. 하지만 두 단어 모두 '오래된 것'이라는 개념으로만 치부하고 싶지 않다. 거기에는 '소장할만한 예술적 가치'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빈티지 하우스> 역시 오래되었지만 가치 있는 모든 집이라 정의하고 싶다. 파리의 낡은 아파트도, 버몬트의 타샤 튜더의 집도 빈티지 하우스가 될 수 있다. 물론 전통 한옥이나 90년대에 지어진 구옥 주택 또한 마찬가지로 한국식 빈티지 하우스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 맞는 빈티지 하우스 찾기


나는 구옥 주택에 대한 로망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구옥 주택에 꽂혀있었다. 하지만 빈티지 하우스는 앞서 말했듯이 구옥 주택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빈티지 하우스에 살아보고 싶다는 의향이 있다면 먼저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국을 기준으로 구축 아파트, 구옥 빌라, 구옥 주택, 한옥으로 총 4 개의 빈티지 하우스를 선정해보았다. 시작하기에 앞서 이 문항들은 빈티지에 대한 취향이 있는 사람만이 해볼 수 있도록 작성되었으니 이 중 어느 것에도 관심이 없다면 넘기면 된다.



나에게 맞는 빈티지 하우스를 찾았다면, 이제 어떤 식의 빈티지 하우스를 만들 건지 구체화시켜볼 준비가 되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