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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의 담소 Nov 04. 2023

뚜벅초 제주도로 떠나다

퇴사 후 제주도

*프롤로그는 [도망가자 - 선우정아]를 들으면서 읽으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코로나 시절, TM영업을 하고 있던 때 시작된다. 몇 없는 입사 동기였지만, 그들 중 단연 영업실적 1위를 유지했다. 통화점수는 영업직 전원 중 상위권에 들어 상여도 받았다. 그 일을 했던 이유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어서였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꿈을 이루기 위한 지출비용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시작도 전에 그 꿈은 내가 이루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돈을 모으는 이유가 없어졌다. 영업직 특성상, 성과만큼의 만족스러운 급여를 받았지만, 일하던 회사는 오로지 수단이었기 때문에 일이 하기 싫었다.


 친구 중 한 명은 "꿈이 왜 직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돈은 돈대로 모으고 하고 싶은 일은 따로 두어도 되잖아. 그러니까 나중을 위해서 돈을 모아둬."라며 조언했다. 친구의 조언대로 처음엔 '버텨보자' 생각도 했다. 그런데 하루는 고객과 통화를 하는데, 눈에 눈물이 맺혔다. 목소리는 낭랑하고 표정은 웃고 있음에도 시야가 가릴 정도로 눈물이 났다. 그날 부로 바로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의미 없이 '돈'만 벌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미래를 위해 돈을 모으기엔 원하는 미래도 없었다. 무엇보다 삶의 연속되는 큰 사건들에 지쳐있었다.


 인생을 사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성공과 명예를 위해, 누군가는 가족을 위해, 또 다른 누군가는 꿈을 위해 산다. 각자 저마다의 기준으로 삶을 살아간다. 나의 기준은 인생의 사건마다 몇 번씩 바뀌었다. 언젠가는 꿈이었다. 때론 무언가 지킬 힘이었다. 행복이기도 했다. 적어도 인생을 사는 기준점이 '돈'이었던 적은 없었다. 무슨 철없는 소리겠냐는 말을 할 수도 있다. 나 또한 돈이 얼마나 중요하고 사람을 치졸하게 만드는지 안다. 돈이 없으면 어떤 꼴이 나는지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돈이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닌 것 또한 알고 있다. 인간은 돈이 없어도, 너무 많아도 흥망성쇠 한다. 그렇기에 오직 '돈'만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퇴사를 확정하지 못한 채 엄마와 대화를 했다.

"이렇게 퇴사하는 게 맞을까요? 남들은 돈도 모으고 경력도 쌓아야 한다고 하는데. 그냥 버티면서 일할까요?"

"일하다가 울정도로 하기 싫은데 어떻게 하니.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하지 마. 어차피 해도 안돼. 누누이 말하지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멋있게 살아! 나는 내 딸이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 남들이 뭐라고 하는 게 뭐가 중요해. 그렇게 살아도 사는데 지장 없어. 사람마다 각자 인생 알아서 사는 거야. 그리고 여짓 안 쉬고 달려왔잖아."


잠시 삶에 쉼표를 찍고 도망가자.

 영영 도망가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삶이 내가 쓰고 있는 글이라면, 쉼표를 찍을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퇴사를 한 지 10일 만에 제주도로 떠났다. 제주도로 떠난 이유는 단순했다. 첫째, 적어도 생활 반경에서 멀어지고 싶었다. 휴식을 위해 집에 있어도, 고민과 걱정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결국 무언가를 하는 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코로나 때문에 해외는 가기 힘들었고, 제주도는 혼자 여행하기도 쉬웠다. 한 가지 문제라면, 면허는 있지만 운전 경력은 없었다. 그래서 뚜벅이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운전도 안 하면서 어떻게 무거운 짐을 들고, 혼자 여행을 가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계획형 인간인 나는 사전 조사를 철저하게 했다. 이번 여행은 쉬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계획도 안세우려했다. 그러나 최소한 숙소와 짐 옮기는 방법은 해결해야 편할 것 같았다.


여기서 Tip 하나를 말하자면, 제주도에는 짐 옮김 서비스가 잘되어있다.

 이 서비스에 대해 꽤나 모르는 분들이 있다. 짐이 무거우면 들고 다니면서 여행하기 힘들다. 다음 숙소에 미리 옮기자니, 이동에 쏟는 시간과 비용이 많아진다. 이럴 때 짐 옮김 서비스를 찾으면 좋다. 업체에 미리 예약하면, 공항 > 숙소, 숙소 > 숙소 또는 숙소 > 공항으로 짐을 옮겨준다.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있어서 다음 숙소에 미리 전화로 말해두면 짐을 보관해 준다. 어떤 숙소는 미리 오는 짐들을 따로 두는 장소가 있을 정도였다. 요금은 짐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며, 사전예약 시 할인을 해주는 업체도 있다.


숙소는 해변도로를 따라 예약했다.

 제주도 해변을 도는 버스는 배차가 조금 느려도, 많은 편이다. 그러나 제주도 안쪽을 지나가는 몇몇 버스는, 배차를 잘못 보면 큰일이 나는 수도 있다. 보통 게스트 하우스와 호스텔을 이용했고, 여행 시작과 마무리만, 지인들이 잠시 같이 여행을 하자고 하여 호텔을 이용했다.


 그렇게 일상을 잠시 놓아두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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