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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의 담소 Nov 08. 2023

다름에서 오는 신선한 자극

서로 다른 여행 스타일

*EP.1은 [여행 - 볼빨간사춘기]를 들으면서 읽으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여행의 테마는 '쉼'이자 '사색'이었다. 정처 없이 돌아다니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그런데 몇몇 지인들이 내가 제주도를 가는 걸 알게 되자 함께 가고자 했다. 그렇게 여행의 시작과 끝에 2박 3일은 각각 다른 지인과 함께 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내내 홀로 있는 것보다 좋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마무리를 함께 하는 친구와는 한라산을 가기로 해서 기대감까지 생겼다.


 문제는 시작을 같이 하는 언니였다. 여행의 스타일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2주간 자유여행을 해야 하는 나는 돈과 체력을 절약하고 싶었다. 그러나 2박 3일을 잠시 온 언니는 최대한 많은 것을 즐기고, 돈도 쓸 만큼 쓰고 싶어 했다. 나는 카페나 바다가 보고 싶었다면, 언니는 박물관을 가고 싶어 했다. '박물관 하나정도야 이해가 가지만, 제주도까지 가서 박물관 투어를 한다고?'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이내 색다른 자극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여행은 길었기 때문에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숙소 선정부터 타협점 찾기가 시작되었다.


 언니는 좋은 호텔로 숙소를 잡고 싶어 했다. "언니 제가 여행을 2주간 가는 거라. 솔직히 말하자면 여유롭게 여행을 가진 못할 것 같아요. 호텔은 아무래도 무리예요." 타일러 보았지만 계속 1박 예상지출 비용보다 높은 가격대의 숙소를 보내왔다. 사진 찍기에도 예쁘고 쉬기 좋은 곳말이다. 특히 5성급 호텔인 메종 글래드에 가고 싶었던 언니는 어떻게 할인가를 알아보고 와선 1박을 예약했다. '얼마나 가고 싶었으면 저렇게 알아봐 왔을까. 이번 여행 중에는 저런 숙소 못 가니까, 초반에 가는 것도 좋겠다' 그렇게 언니덕에 예상도 못한 5성급 호텔을 가게 되었다. 대신 나머지 1박은 저렴한 숙소로 예약을 잡았다. 서로 타협점을 맞춘 것이었다.


 비행기를 타자마자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도착 후 제일 먼저 숙성도라는 고깃집에 가서 웨이팅을 걸고, 숙소에 짐을 풀었다. 흑돼지 맛집으로 알려진 숙성도는 본래 웨이팅이 어마무시하다. 다행히 숙성도는 숙소와 가까웠고, 웨이팅을 먼저 해둔 덕에 짐을 풀고 고깃집으로 돌아가니 타이밍이 딱 맞았다. 둘 다 고기를 좋아해서 제주도의 첫끼부터 완벽했다.



 만족스러운 식사 후에는 호텔의 수영장을 이용하기로 했다. 4월의 제주도 날씨는 제법 쌀쌀하다 보니, 수영장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수영장에서 우린 서로 번갈아 사진을 찍어주었다. 홀로 여행할 때의 가장 아쉬운 점을 하나 뽑자면 사진이다. 돌아보니 제주도 2주 여행 중 가장 나를 예쁘게 담은 사진들은 전부 언니의 솜씨였다. 언니의 눈에는 내가 그렇게 보였던 것 같다. 참 다정한 시선이었다.



 청푸른 밤하늘, 고요한 도심 속 수영장, 따뜻한 물 온도와 대비되는 약간의 찬 공기. 수영장의 분위기는 마침내 여행을 왔다는 것을 실감 나게 해 주었다. 사실 계획을 짜는 것부터 힘이 들었던 터라, 같이 여행을 가면 힘이 들지 않을까 걱정했다. 결과는 걱정과는 다르게 생각지도 못한 호화를 누렸다. 때때론 나만의 방법만 고집하지 않고, 다른 이의 방법을 따라가 보는 것도 여행의 묘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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