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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의 담소 Nov 15. 2023

세계에서 제일 비싼 호박과 노아의 방주

 한때 꿈이 화가였던 적이 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았지만 보는 것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엄마는 방학이나 주말마다 오빠와 나를 데리고 다양한 박물관에 데리고 가셨다. 어릴 적 나에게 미술이란 그림이었다. 그런 나의 시각을 넓혀준 건 대학교 새내기 때였다. 교양과목 과제가 미술관에 가는 것이었고 때마침 진행 중인 전시가 보고 만질 수 있는 전시였다. 그중에서 가장 와닿은 것은 공간 미술이었다. 큰 방 안에 들리는 빗소리와 물방울이 떨어지는 조명 연출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 공간을 그대로 집 방 한 곳에 옮겨두고 싶을 정도로 너무 마음에 들었었다. 그때부터 미술의 개념이 더 넓구나를 깨달은 것 같다.



 미술의 개념을 한층 더 넓혀 생각하면 건축물도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제주도에는 세계적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지은 본태미술관이 있다. 미술관 안에서 다양한 작품도 볼 수 있지만, 건축물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작품을 보는 기분이다. 제일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한 거울방-영혼의 광채]라는 공간 미술품이다. 관람 시간에 줄 서서 기다리면 일행끼리 입장을 하고, 2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다. 우리는 사람이 없는 평일 낮에 방문했던지라, 센스 있고 친절하신 직원분이 원하는 만큼 관람하시고 말해달라고 하셨다. 덕분에 충분하리 만큼 관람할 수 있었다. 방문을 닫는 순간 방안의 빛이 거울에 반사되며 우주 한가운데에 내가 떨어져 있는 기분이다. 우리는 우주의 먼지라고 하듯, 그 말을 시각화해 주고 채감으로 와닿게 해주는 공간이었다.



 무한거울방 바로 앞에는 호박 전시품이 있는데, 그 호박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호박 중 하나이다. 쿠사마 야오이의 전시품인 호박은 세계 곳곳에 있는데, 언니를 통해 듣기로는 몇 백억짜리도 있다고 들었다. 미술품의 값어치를 알려주는 언니 옆에서, 나는 하나하나 무얼 표현하고 싶었을까 파악하기 바빴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 미쳐서 천재가 되었다는 작가 쿠사마 야요이. 작가에게 호박은 희망과 친구를 표현하는 것이고 두려움과 고통을 점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화려한 색감의 큰 희망은 두려움과 고통 또한 덕지덕지 붙어 자라나는 형태로 보였다. 희망은 두려움을 동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태미술관을 다 보았다면 꼭 바로 옆 방주교회를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박물관 구경을 끝내고 나니 시간이 조금 떴고 무엇보다 지쳐있었다. 카페에 앉아서 핸드폰 충전도 할 겸 본태박물관 옆에 있는 방주교회를 우연히 가게 되었다. 안도 다다오가 왜 세계적인 건축가인지 나는 본태박물관보단 방주교회를 보자마자 느꼈다. 노아의 방주를 그대로 제주도에 옮겨놓은 기분이었다. 교회를 노아의 방주로 현상화시켜서 짓다니. 얇게 깔린 물이 하늘을 반사하여 건물이 마치 바다에 떠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녁쯤 세차게 내리는 비를 뚫고 마지막으로 아르떼 뮤지엄을 갔다. 웅장한 크기의 빛의 향연이 아름다웠지만, 하루 종일 전시품만 보다 보니 지쳐 있었다. 특히 아르떼 뮤지엄은 규모도 있고, 보고 즐길 수 있는 게 많기 때문에 마지막 일정으로 넣은 것이 실수였다. 그래도 마감 시간에 촉박하게 들어갔지만, 어찌어찌 관람은 다하고 나올 수 있었다. 박물관 일정은 하루에 몰아서 넣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정을 나누어 온전히 하나의 관람에 집중하는 게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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