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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팝 Nov 27. 2020

돈 이야기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2020년이다. 계획되었던 모든 일들이 다 취소되었다. 다행히 온라인 강의 일이 생겨 완전 백수는 면했지만, 올해 수입은 작년, 재작년에 비해 말하기 민망할 정도이다. 다행히 남편 일은 잘 되고 있어, 정부 지원금은 못 받았어도 남편 지원금을 여러 차례 받아 생활중이다. 우리는 돈을 완전히 섞지 않지만 남편 통장은 공동 명의로 되어있어 내가 원하면 가져갈 수 있다. 원래는 그러지 않아도 되었었는데, 올해는 어쩔 수 없이 계속 도움을 받는 중이다.


'새벽밥TV'라는 어떤 자영업자의 눈물섞인 영상들을 보다가 감정이입이 너무 심하게 된 나머지, 한국 거리가 텅 비어버리는 꿈도 꾸고, 현재 상황 때문에 힘들어할 사람들을 생각하니 며칠째 마음이 좋지 않았다. 돈이 싫다. 돈이 사람들을 궁지에 몰아넣는 세상이 너무나도 싫다. 나중에 언젠가 돈의 가치가 떨어졌을 때, 그때 미래의 인간이 현재를 회고할 때 얼마나 안타깝게 생각할까. 그런 세상이 오기는 오는 걸까.


이런 저런 하소연들을 하는데 남편이 힘내라고 그 자리에서 돈을 보내줬다. 그런데 눈물이 왈칵 나는 것이다. 자기도 나름대로 하고싶은 일 안 하면서 하는 남의 일인데, 나름대로 스트레스 받아가며 건조해지는 눈알을 댓가로 받는 돈인데, 아무리 결혼한 사이라고 하지만 전혀 아까워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든든하고 고마웠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이 돈이 지금 얼마나 급하게 필요할까, 그래서 무슨 일들을 하고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눈물이 났다.


외국 시골에 살면 한국 밤 거리의 화려한 불빛들이 그립다고 별 생각없이 말하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모두 다 누군가들의 눈물이 만든 불빛들이었던 것 같다. 가족들과 오붓한 저녁 식사 한 번 못 하고, 남들 자는 시간에 불을 키고 새벽에 밥 먹으며 지켜낸 불빛들. 그 불빛조차 허락이 되지 않는 시대에, 사람들은 "누구나 다 힘들어."라고 말하며 외면하지만, 사실은 "누구나 다 도움이 필요해."라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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