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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Apr 10. 2024

11. 태국 라이프 소감문 - 치앙마이 여행기

열흘간의 태국 라이프를 마무리하며

이렇게 기대도 생각도 없이 떠난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9박 10일 일정으로 그리 짧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즐길 거 다 즐기고 볼 거 다 보고 쉴 거 다 쉬었다. 그래서 더욱 만족스럽다. 


식문화

솔직히 식문화 나랑 너무 잘 맞았다. 한 끼 평균 2~3천 원 드는데 거의 코 박고 설거지하고 나오는 곳이 많았다. 팟타이나 팟카오무쌉 같은 한국사람이 잘 아는 대중적인 픽들은 물론이고 돼지고기와 향채를 특유의 동남아 향신료로 볶아낸 음식들은 전부 비슷한 빛깔과 향이 나지만 은근히 다른 맛을 보여준다. 


양이 적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건 오히려 좋았다. 나는 한국에서 항상 두 끼씩 먹던 사람이라 요기 와서 비로소 아침, 점심, 저녁을 다 먹을 수 있었다. 


카페

사실 이건 베트남과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다. 

그냥 베트남 압승이다. 어디까지나 커피 맛이나 종류에 한정한 비교지만, 그래도 한국 카페랑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카페의 수준은 높아서 큰 문제는 없다. 오히려 치앙마이만의 감성이 더해진 카페들이 많아서 그런 부분에서는 여기도 이점이 있다. 


하지만 커피가 그냥저냥 한 맛인 곳이 많고, 양도 적으며 그나마 깔끔한 카페는 다 양산형 카페들이다. 비슷한 인테리어에 비슷한 커피맛, 비슷한 감성으로 승부하는 곳이 많다. 


그래도 이만하면 훌륭하다. 이건 장담한다. 


한 달 살기


지금부터 한 달 살아볼래?

네!


왜 한 달 살기를 여기서 하는지 알겠다. 숙박, 식음료, 생활 서비스 등 일단 거의 모든 면에서 한국보다 저렴하다. 시차도 2시간밖에 안 나서 부담이 없고 인터넷 환경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도 중간중간 산책을 할 수가 있다는 점이다. 어딜 걷던 여기는 이동이 아니라 산책이 된다.


이번엔 열흘짜리 정찰이지만, 나는 꼭 돌아올 거다. 일을 하고 있는 상태라면 더 좋을 것 같다. 한 6시쯤 일어나서 일할 준비를 하고 오전 업무를 한다. 태국 시간으로 한 10시까지만 하면 된다. 그리고 10시부터 산책 겸 점심식사를 하고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업무를 하면 하루가 종료된다. 점심 먹고 자리를 근처 코워킹 스페이스나 카페로 옮겨도 좋을 것 같다. 


4시면 이제 해가 조금씩 떨어지고 태국에서 가장 예쁜 석양이 지는 5~6시를 바라보는 시간이다. 적당히 준비하고 저녁 겸 산책을 나갈 수 있다. 펍에 가서 술을 한잔 할 수도 있고, 멀지 않은 곳에 놀러 갈 수도 있는 좋은 시간대다. 


이렇게 1달만 살아봐도 좋겠다. 정말 되도록 일할 때 오고 싶다. 그냥 여행이나 한 달 살기로의 한 달은 조금 지루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낮에 맥주 안 파는 거 좀 그렇다

베트남과 비교되는 부분 중 하나다. 점심에 맥주 좀 팔지 여기는 낮 시간대에는 편의점에서도 안 판다. 오후 5시부터 12시까지만 주류를 판매할 수 있고 이건 외국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짭조름한 메뉴 하나 시켜서 맥주 한 잔을 음료 삼아 먹는 거 내 동남아 유희인데, 요긴 얄짤없다. 


그래도 저녁시간대에는 팔기도 하고, 보통 술 먹을 음식은 저녁에 많으니까 괜찮았다. 아쉬울 뿐이지. 워낙 더우니까 생각이 날 수밖에 없고, 기분 좋게 한 잔 마시더라도 가격도 싸고 걷다 보면 금방 술이 깬다. 이 매력을 못 느끼는 게 그냥 아쉬웠다. 


정산

정확히 정산하긴 그렇고, 대략적인 부분만 적으면 다음과 같다. 


비행기 티켓 : 170,000(in 치앙마이) / 150,000(out 방콕). 아마 날씨가 40도에 육박하는 비수기라 그런 듯하다. 성수기인 가을-겨울 시즌엔 더 비싸질 듯하다. 

슬리핑 기차 티켓 : 37,000원

하루 평균 식비 : 10,000원 정도 - 현지식으로 식사 때우는 식으로 먹으면 하루에 5~6천 원으로도 해결 가능하다. 하지만 맛있는 거 좀 섞어서 먹으면 한 2만 원까지도 나온다. 

하루 평균 숙박비 : 20,000 정도. 방콕이 치앙마이보다는 비쌌던 것 같다. 룸 컨디션은 가격대비 좋다. 5성급 호텔인데도 한 10~20만 원대에 잘 수 있는 곳이 꽤 많다. 


나는 돈이 많이 안 든 편이다. 휴양지인 만큼 돈을 팡팡 쓰고 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쇼핑도 안 하고 사치도 안 부려서 그냥 밥도 현지식 먹고, 카페 정도 갔다. 라이브 펍 가서도 술 한잔에 공연만 즐기다 나오는 편이라 소비 측면에서는 거의 타격이 없었다. 


아마 밤문화를 즐긴다면 돈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클럽이나 라이브 펍에 가면 현지 물가의 2~3배는 우습게 웃도는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고 노는 분위기와 그럼에도 저렴한 가격 때문에 돈을 막 쓰기 쉽기 때문에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 


디지털 디톡스와 1일 1 발행


여행 시작할 때 내가 꼭 지키기로 한 원칙이 디지털 디톡스와 여행기 1일 1 발행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디지털 디톡스는 정말 꽤 잘 지켰고 좋은 성과를 얻었다고 볼 수 있겠다. 100%는 못 지켰다. 시간이 너무 뜰 때 멍하니 있기는 싫어서 가끔 봤던 것 같다. 공항이나 기차에서는 뭐 폭주하듯 봤고. 


1일 1 발행의 경우도 잘 지키다가 중간에 새벽까지 놀았던 며칠 못하고 하다 보니까 좀 밀렸었다. 그래서 이건 한 절반정도 지킨 듯하다. 그래도 시리즈는 마무리했고 이 글을 마지막으로 방점을 찍을 예정이다. 


소감은 말이다. 음.. 이번에 정한 원칙은 내게 꼭 필요했고, 적중했다고 생각한다. 이 원칙을 생각하니 어느 정도 억제기처럼 행동에 제약이 걸리긴 한다. 스스로와 한 약속이다 보니 의지가 약해질 때도 있지만 결과를 놓고 보니 꽤 효과가 있었다. 


Que Sera Sera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될 대로 돼라!

Que Sera Sera의 말뜻은 '될 대로 돼라'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마치 Yolo처럼 한번 사는 인생 내 멋대로 살겠다와 비슷한 맥락을 가진 어구로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말뜻은 다중해석을 거치며 왜곡된 해석이고, 진짜는 앞에 단서조항이 붙는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이 말은 우리의 조바심과 근심걱정을 없애준다. 우리가 어떤 일에 대해 쏟아 넣는 진심을 인정하고 그 레벨 너머의 가치들, 즉 운이나 심판과 같은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요소들에 대한 불안을 날려주는 어구다. 


이번 여행기의 1화를 보면 나는 여행의 테마를 '놀면 뭐 하니'로 잡았다. 관악구 귀퉁이의 집구석에서 전전긍긍 왜 안될까 뭐가 문젤까 안 달나 있지 말고 의미 있는 일을 하자는 뜻이었다. 의미가 없더라도 집안에서 곪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게 최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에서 이번 여행은 아주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볼 수 있다. 손톱을 물어뜯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그렇게 낭비할바에 하고 싶었던 거 하고 못했던 거 하자. 


얼른 다음 여행을 준비해야겠다.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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