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의 핵심은 공원이다
치앙마이 여행기에 웬 방콕 찍먹이냐 하면,
원래 그냥 치앙마이 9박 10일 하려고 했는데 방콕을 일정에 넣은 이유는 오로지 하나다. 비행기 가격차이가 심했다. 그래서 지난 화에서 슬리핑 기차로 방콕으로 이동했다.
나랑은 어울리지 않은 도시라고 생각했다. 밤의 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술, 유흥 등 나랑은 상극의 도시라고만 생각했다. 근데 이게 웬걸, 방콕도 아기자기하고 예쁜 곳들이 너무 많았다. 맛있는 음식도 많았고! 내 인생 공원을 만나기도 했다.
정말 정말 맛있었던 방콕의 음식들 모음이다. 이건 이틀 내내 먹은 것들인데, 사실 별 기대를 안 했다.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겠어, 그냥 치앙마이에서 먹었던 것처럼 태국 향신료들이 주연이고 재료가 주연인 그런 요리들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방콕에서 너무 맛있게 먹어서 놀랐다.
일단 선택은 전부 유튜버 '정원의 세계여행'의 방콕 편에서 반응이 좋았던 음식들을 먹었다.
아래 오렌지주스는 마트에서 갈아주는 주스였는데, 정말 설탕을 쏟아부은 것처럼 달고 안에는 봉봉처럼 오렌지 과육이 가득 들어있는 인생 오렌지주스였다. 나 이거 먹으러 또 방콕 가야겠다. 오른쪽은 핫팟이라는 음식이었는데, 중간에는 숯이 들어있다. 계속 엄청 뜨거운 채로 유지되고 갈비탕 국물에 여러 소내장과 소고기가 가득 들어있는 맛있는 요리다.
이게 진짜 비싸지만(현지 기준) 맛있었는데 게 한 마리가 통으로 들어있는 누들이었는데, 다시 가면 또 가고 싶은 집이다. 이게 300밧였는데, 한국돈으로 한 11,000원? 말이 안 되는 가격이다. 이 맛에 태국오나 싶다.
누가 태국 가서 공원을 가냐 싶겠지만, 나는 어떤 여행지를 가던 공원을 꼭 가보고 즐기는 사람이라 방콕에도 혹시 있나 찾아봤다. 치앙마이에선 없었다. 공원이라 부를만한 곳이 없고 그냥 길가에 나무가 항상 공원만큼 있어서 별생각 없이 다녔던 것 같다.
근데 방콕에서 인생 공원을 만났다. 이렇게 좋은 공원은 살면서 처음 봤다. 나는 이곳에서만 3시간을 산책했다. 그것도 39~41도를 육박하는 오후 12시 ~ 3시 사이에.
카메라에는 다 담기지 않겠지만, 정말 아름답다. 그저 나무만 이렇게 심어놓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이 공원의 핵심은 아이러니하게도 강렬한 태국의 햇살이다. 빛깔이라는 용어가 이 설명에 꼭 알맞는다.
이 모든 사진의 나무 색은 가까이 가서 보면 비슷하다. 어떻게 보이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빛이다. 빛에 따라 강렬하게 받은 나뭇잎은 노란색에 가까운 빛깔을 내고 그렇지 않다면 검은색에 가까운 빛깔을 낸다.
나는 이 동영상을 찍으며 일본 가수 아이묭의 Marigold라는 노래가 떠올라 바로 헤드셋을 착용했던 기억이 나는데, 여름이라는 계절과 정말 잘 어울리는 노래다. 듣다보면 첫사랑 소환술을 할 수 있다.
수질은 좋지 못해도, 대기질이 나빠도 햇빛이 이렇게 건재하고 비만 안 오면 이 공원은 항상 이렇게 다채로운 색감을 보여줄 것 같다.
별거 없다. 방콕이라고 뭐 특별한 뭔가가 있다기보다 태국 바이브가 녹아있는 도시 중에서도 가장 현대화된 도시라고나 할까. 빌딩 많고, 카페 많고, 나무 많고. 그 정도 느낌을 받았다. 치앙마이가 확실히 도시와 휴양지의 경계에 있다면 이곳은 도시에 가깝다.
방콕에서 1박 2일을 있었는데 각각 무려 2만보를 넘게 걸었다. 시간은 없는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 재밌어서 어쩔 수 없었다. 최고온도 40도가 넘는, 태국에서 가장 더운 3-4월임에도 행복하게 걸어 다녔다.
방콕도 멋진 도시다. 기대보다 두 배는 즐기고 왔다.
나처럼 out을 위해 일부러 들른 도시로 오면 안 될 것 같다. 내 기대 이상이었던 여행지라 1박 2일은 너무 아쉬웠다. 또한 이곳은 밤의 도시라는 이명이 있을 정도로 밤문화가 잘 되어있는데 나는 야시장도 안 가고 클럽이나 바도 가지 않았다. 어쩌면 50%만 즐기고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음에 오면 친구들이랑 와서 방콕의 100%를 즐겨보고 싶다. 혼자 오니까 쉽사리 갈 수가 없는 곳들이 많다. 반대로 나의 원픽인 공원같은 곳은 혼자 와야지만 올 수 있다. 아무도 나랑 공원 안와줄것 같다. 그런 점에서는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