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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샘 Jul 18. 2022

 제주 돌담집 향기를 수채화에 담다

내면을 관찰하는 시간

한적한 바닷가 근처, 구좌읍 행원리 마을을 거닐다 보면 제주의 전통 가옥들만나곤 한다. 

제주 도민들의 삶의 희로애락의 숨결이 그대로 전해지는 돌담집.


평화로움, 여유로움감성 충만은 덤이다.

초록 잔디 마당과 돌담이 쌓여있는 집들마다 그 소소한 특색을 자랑한다.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행원리길을 거닐다 우연히 만난 집,  너른 마당에  초록빛으로 물든 넝쿨들이 감싼 주황빛 지붕, 빨간 미닫이 문과 현무암 돌이 틈틈이 박혀있는 담과 작고 아담한 창문에 발길이 절로 멈춘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청록빛 화분 하나가 정겹기까지 하다.  휴대폰에 찰칵 담아본다.


 뇌리에 계속 남아 감도는 풍경,  어느새 연필로 집을 스케치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새하얀 도화지에  집을 그릴 구도를 잡고 지붕을 표현하고  집의 구들을 스케치한다. 구들까지 스케치 후 마당의 풀들과 집 옆의 아담히 서있는 나무도 살짝 쿵 그려 넣는다.


진한 4B연필로 전체적인 구도와 윤곽을 잡은 후 펜으로 덧 입힌다. 펜을 덧입히니 흐리던 그림들이 선명하게 살아난다. 팔레트에 다양한 색채의 물감들을 짜내어 그림 위에 덧입힐 색을 조합해 원하는 색을 창조해본다.


건조했던 붓모가  촉촉해지면  다양한 색감의 옷을 입혀본다. 물을 가득 머금은 붓으로 파아란 하늘을 물들이고 지붕과 구들, 그리고 초록빛의 향연의 넝쿨까지 표현하다 보면 어느새 화폭의 절반이 색으로 채워진다.

마당을 물감으로 적시고  소담스러운 주위 풍경들까지 색을 입히면 어느새  정겨운 돌담집을  마주하게 된다. 각각의 단색의 물감들이 어울려 새로운 색이 탄생될 때의 기쁨의 희열은 크다. 수채화에 집중하다 보면 세상의 소란스러움이 잠재워진다.  오롯이  나에게 몰입한다. 면에 집중하며 관찰하는 시간이 된다.



붓을 살포시 내려놓고 나만의 선과 색채로 채워진 그림을 마주하다 보면  마음 충전을 물론 온기로 데워진다.  제주에서 발견한 소소한 풍경들이 그림으로 완성되는 순간, 평범한 이 시간이  더 특별해진다.


 붓에 물감을 묻혀서 한 방울 톡 떨어뜨리는 순간 투명하게 번지며 신비함을 머금은 색으로 변해가는 묘한 매력에 빠지는  찰나를 자주 접할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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