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나의 기쁨 나의 엄마
늦은 저녁 엄마로부터 걸려 온 전화 한 통.
- 딸, 팡팡 전화번호 좀 가르쳐 줘.
- 팡팡?? 그게 뭔데??
- 왜 있잖아. 네가 생수랑 이것저것 아침에 배달 시켜 주는 곳.
- 쿠팡???
- 응, 그래 쿠팡. 거기 가게 전화번호 좀 가르쳐 줘.
- 거기 전화번호는 왜??
- 나도 필요한 물건 새벽에 가져다 달라고 전화하려고 매번 너한테 부탁하기 미안해서 그래.
- 엄마 쿠팡으로 전화 주문하게?
- 그럼~ 나도 그 정도 주문은 문제없어! 어서 줘 팡팡인지 뭔지 거기 전화번호!
쿠팡으로 전화 주문이라니…
신박한.. 아니 어쩌면 엄마 입장에서는 당연한 그 논리가 귀엽기도 하고 사랑스러워서 나는 어쩔 줄 몰라했다.
가르쳐 달라는 번호는 안 부르고 왜 그렇게 웃기만 하는 거냐고 신세 지기 싫으니 어서 번호 내놔라~~
재촉하시던 엄마도 딸의 웃음소리가 듣기 좋으셨는지 곧 따라 웃으시며
내가 또 실수한 거지?
내가 또 틀렸지? 하신다.
또 한 번은 엄마와 함께 화장품 가게 구경을 갔는데 엄마가 살까 말까 망설이시던 눈썹 펜슬이 온라인에서 6천 원이나 저렴하고, 무료 새벽 배송까지 가능하다길래 고민 없이 앱으로 주문했다.
- 엄마, 나가자~ 내가 인터넷으로 주문했어 내일 새벽에 온대
- 뭐를??? 이거를??? 왜 또 네가 주문을 했어!!! 내가 돈 낼 건데
- 인터넷이 여기보다 6천 원이나 더 싸~ 배송비도 없고
- 그럼 만 원도 안 하네??? 만 원도 안 하는 걸 새벽에 갖다 달라고 했다는 거야?? 얘가 미쳤어!!!
화장품 가게에서부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엄마는 미안해서 이를 어쩌냐... 걱정 주머니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계셨다.
요리를 하는 동안에도 몇번이나 " 진짜 만원도 안하는 걸 나 갖다 주겠다고 새벽에 온다고 했다고?? " 묻고 또 물으시며 고마워서 어쩌나~ 미안해서 어쩌나~ 주문처럼 같은 말을 되풀이하셨다.
“엄마.. 마음이 정 불편하면 새벽에 마중나가서 인사라도 해. 인사로도 부족하면 아침밥 먹고 가시라고 잡던가 ㅋㅋㅋ “
내 딸이지만 너는 센스가 좋다며 엄마는 그렇게 또
다정하고 사랑스럽게 한참을 아이처럼 웃으셨다.
작은 일에 감사할 줄 알고,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일에 마음 써주는 엄마를 만난 건 어쩌면 내 인생에 가장 큰 기적인지도 모르겠다. 매일 엄마와 통화를 한다. 저녁 메뉴로 무엇을 준비했는지…
남편과 무슨 일로 웃었는지…
오늘 내 아가 율이가 무슨 애교를 부렸는지…
일거수일투족 엄마에게 조잘조잘 떠들면 엄마는 큰 소리로 웃기도 하고 어우야~ 하고 핀잔을 놓기도 하신다.
그 소리가 듣기 좋아 매일 저녁이 되면 아니지..
무슨 일이 생길때 마다 나는 수시로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똑같은 뉴스를 함께 보고도 반만 이해하는 엄마가 좋다.
빨간색 바구니를 저저저저 퍼런주머니~ 라고 말하는 엄마가 좋고, 다른 사람 말은 잘 안 믿으면서 딸 말이라면 하늘이 두쪽 나도 믿는다는 엄마가 좋다.
아빠 흉을 보다 그래도 불쌍한 양반이니까 사랑해줘야 한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엄마의 논리가 좋고, 네가 살아야 내가 산다는 엄마의 삶의 이유가 그 어떤 상황에도 무너지지 않고 온 몸에 힘주어 일어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오늘은 엄마의 골수검사가 있는 날이다.
우체국 실비가 갑작스럽게 너무 올라 실비전환을 앞두고 건강검진을 받으셨는데 적혈구 수치가 높게 나왔다.
일주일 사이 “ I am 적혈구 박사에요.“
아무것도 정확하게 진단받은 것이 없는데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
대문자 F인 나는 일주일 사이 살이 4Kg이 빠져버렸다.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기도를 하고 콩닥 거리는
마음을 잡고자 오랜만에 이곳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몇자(?) 적어본다.
갑작스럽게 잡힌 일정임에도 남편이 흔쾌히 연차를 써준 덕분에 아이를 맡기고 엄마 병원에 따라갈 수 있게 됐다.
오래 살 생각은 없고 90살까지는 살아서 우리 율이
장가가는 건 봐야겠다던 엄마의 앞뒤 안 맞는
논리가 꼭 지켜질 수 있기를…
이 검사 또한 예방하는 차원의 검사이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바라며 오랜만에 글을 적는다.
엄마는 나에게 가장 큰 사랑이자
때로는 자식 같기도 해.
지켜주고 싶고 안아주고 싶고 챙겨주고 싶고
더 해주지 못하는 것이 마냥 미안하고 짠해.
내가 직업이 있었더라면
내가 운전을 할 수 있었더라면
이런 마음이 조금은 덜 했을까.
해 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데
해드리고 싶은 것이 너무나도 많아
내 마음이 오늘은 좀 아프네.
90살 넘게 사셔-
그 사이 나 성공할지 누가 알아. 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