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삶이 해피엔딩이길
출산 경험은 없고, 이번이 네 번째 임신이다.
임신 초기에 2번, 중기에 한번 유산을 경험하며
우리 부부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길고 긴 터널에 진입한다.
나는 어둠의 터널에 홀로 앉아 자주 울었다.
종종 가족들도 그 터널에 들어와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함께 울어주었지만, 이별의 슬픔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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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지옥이다. 무자식이 상팔자다. 모두가 나를 위로했지만
내게 진짜 지옥은 만나기로 한 날짜에 나타나지 않는 아이를…
얼굴도 모르는 그 아이를 홀로 기억하며 내가 뭘 잘못했더라
뭘 잘못했기에 매번 이렇게 아프게 이별을 경험해야 하는가
20대를 지나 10대 시절까지 곱씹고 돌이켜 보며
그래 그때 내가 너무 했네… 내가 나빴네 하고-
반성을 벗 삼아 터벅터벅 더 깊은 터널 안으로 들어가던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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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주에 아픈 아가를 보내주고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엄마를 붙잡고 엉엉 울었다.
내가 아가와 함께 가줘야 하는 건 아닐까
우리 아가 외로워서 어떻게 혼자 보내냐며
분만실에서 들려오는 아가 울음소리를 bgm 삼아
나는 목이 터져라 울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조금 지나고 매일 같이 나를 찾아와 준 엄마를 여느 때와 다름없이 현관문 앞에서
배웅하는데 웃고 있는 나를 보며 엄마는 울었다.
웃어줘서 고맙다고… 우리 목숨은 연결되어 있어서
너 죽으면 나도 죽는데 네가 그렇게 활짝 웃으니
너도 살고 나도 살겠다 싶어 졌다고
살아 있어 줘서… 엄마를 살려줘서 고맙다고
현관 앞에 한참을 서서 꺼이꺼이 우셨다.
남편은 작은 일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재활용 분리수거만 해도 잘했다고 고맙다고 인사해 주었다.
그리고 밤이 되면 내 이마에 손을 올리고 한참을 기도했다.
이모들은 수시로 전화를 걸어 소리 내어 기도해 주셨다.
제일 친한 친구는 육아와 일로 정신없는 와중에도
종종 집 앞으로 찾아와 얼굴 봤으니 됐어하고
먹을거리를 손에 쥐어주고 쌩하니 돌아가곤 했다.
조카는 뱃속에 있는 아이는 언제 세상 밖으로 나오냐며
아직 밖이 무서운가? 내가 세상은 재밌는 곳이라고 설명해 줄게
하고 아이가 가고 아무도 없는 내 배에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크고 작은 마음이 모여 터널에 빛을 비춰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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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밖으로 나와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기도였다.
코로나 시대 예배를 드린다고 모두가 교회에 손가락질하던 그때
클럽에서 노는 사람들과 교회를 동일시하던 그때
흔들리지 않고 영상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예배와 기도를 드렸다.
모르겠다고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고-
그냥 당신만 사랑하며 살겠다고,
데려가신 우리 아이들 그곳에서 신나게 뛰어놀게 하시고
주님이 이끄시는 대로 나 살게 하시라고 매일 눈물로 기도했다.
기도의 응답은 로켓 배송만큼이나 빨랐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주님은 내게
새로운 직업과 새 생명을 동시에 주셨다.
눈물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세상 밖으로 나오라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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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을 하고도 입이 떨어지지 않아 주변 사람 그 누구에게도
선뜻 말하지 못했다. 내 입을 통해 행복이 달아날까 두려웠다.
이제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배를 보고 사람들이 자리도
양보해 주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가에게 말도 걸어준다.
겁이 나서 아이 용품 구매는커녕 검색도 못하고 있던 나와 달리
어제저녁에도 남편은 트렁크 한가득 육아용품을 싣고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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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너 거기 잘 있어? 하고 배를 손으로 두드리면
똑똑똑 응 나 여기 잘 있어. 하고 아이가 내 손을 툭 하고 찬다.
생채기 가득했던 온몸 구석구석 따뜻한 사랑이 움튼다.
내가 살아있다. 살아서 이렇게 사진도 찍고 글도 올린다.
기적은 늘 우리 가장 가까운 곳 당연한 것들에 숨어 지낸다.
당신의 아이가, 당신의 오늘이 누군가에겐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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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기다리고, 품고 있는 모든 예비 엄마들의 결말이
따뜻한 해피엔딩이길 간절히 바란다.
2021. 05. 30
(저 출산했어요. 이제 곧 100일을 앞두고 있어요. 힘든 시간 얼굴도 모르는 분들께 브런치를 통해 큰 위로를 많이 받았습니다. 앞으로 육아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