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년생 팔 남매 엄마
연어는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 알을 낳는다
우리 부부는 대형 마트에 안 간 지 오래되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마트에 간다는 것은 물건을 산다는 단순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너무나 많은 에너지 소모를 일으키는 경제적이지 못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나열해 본다면 이렇다. 먼저, 아이들이 타고 내리기 편한 주차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장애인 자리는 항상 비어있어도 우리처럼 교통약자인 다자녀 영아가정을 위한 자리는 없기 때문이다. 운 좋게 입구와 가까운 자리를 찾아 주차했다 치자. 그다음은 아이들을 한 명씩 내리게 하고 차들이 오가는 위험한 주차장에서 뛰어다니지 않도록 여러 번 주의를 준 뒤 둘씩 짝을 지어 마트에 들어가야 한다. 여기서부터 이미 아이들은 마트에 간다는 흥분상태에 접어들어 진정시키기가 힘들다. 장을 보러 가는데도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 기저귀와 물티슈, 생수 등의 용품은 필수 지참이다. 장을 보기 전부터 이미 기력이 많이 소진되었다. 다음은 최대 난코스인 장보기.. 열 명의 식구가 나란히 같은 속도로 걸어 다니며 원하는 물건을 찾아내어야 하는데, 여러 가지 장애물이 도처에 포진해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 코너는 절대 들어가면 안 되는 요주의 1순위 지역이다. 한번 들어갔다간 8명의 아이들이 폭주하는 수가 있다. 과자 및 간식 코스는 뭐라도 하나 사서 하나씩 입에 물리고 시작해야 한다. 유제품, 주스, 달걀 빠르게 식품 코너 돌며 장을 보는데, 시식코너에 아이들이 달라붙지 않도록 조심하지 않으면 난감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 와중에 더 힘든 것은 사람들의 노골적인 시선이다. 우리 부부 뒤를 따라오며 큰소리로 아이들의 숫자를 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종종 용감한 어르신들이 다가와서 나에게 단도직입적으로 혼자 다 낳았느냐고 물어보시기도 한다. 나는 우스갯소리로 애를 대신 낳아주는 사람도 있느냐고 되려 물어보며 웃어준다. 대부분 한가족이라고 하면 입을 벌리고 쳐다볼 뿐 아무 말도 못 하신다. 그래도 셋 낳았을 땐 애국자 소리 들었는데, 다섯이 넘어가면서 입 벌리고 쳐다보느라 아무 대답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한 번은 무슬림으로 보이는 외국인들이 와서 다자녀를 보니 자기 나라 사람 보는 것 같아 반갑다며 같이 사진을 찍자 했다. 반갑게 웃으며 인사하고 이야기하다 보니, 자기네 나라는 일부다처제라 다자녀일 뿐만 아니라 엄마도 여럿이라 한다. ㅎㅎ;;
지금 시대는 바야흐로 저출산의 시대, 인구절벽에 다다른 시대, 아이를 많이 낳는 사람을 신기하게 여기는 시대가 되었나 보다. 도대체 왜 그렇게 아이를 많이 낳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 앞에서 나는 종종 연어를 떠올린다.
연어에게 왜 그렇게 알을 낳으려 힘들게 강을 거스르느냐고 물어본다면 연어는 뭐라고 대답할까?
시류를 거슬러 사는 삶은 여러모로 고되고 힘들다. 그렇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놀라운 가치와 기쁨이 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사서 고생을 왜 하느냐는 질문에 연어의 삶을 떠올리는 나는, 할 말은 많은데 글 쓸 시간이 모자라는 81년생 팔 남매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