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임신 시도 1년 동안 기다렸던 소식이 없자 결국 시험관 시술 병원으로 향했다. 시작은 호기로웠다.
“네가 제일 젊은 것 같아! 어깨 펴”
남편은 혹 내가 기가 죽을까 걱정했는지 병원에 들어가면서 귓속말을 건넸다. 남편 말을 듣고 병원을 둘러보니 용기가 생겼다. 다들 나이가 적지 않은 것 같았다.
‘만 30세’
진료 안내서 위 내 나이가 반짝반짝 빛나는 느낌이었다. 그 숫자가 뭐라고 표정에 여유가 스며들었다. 만 나이를 쓰는 건 다른 사람들도 같을 텐데 만 나이가 괜히 반가웠다. 진짜로 어려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의사 선생님도 희망적인 이야기를 잔뜩 해주셨다. 이 정도면 젊은 편이고 가장 걱정인 자궁내막증도 크게 임신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자궁 상태도 괜찮은 축에 속한다고 했다. 남편 검사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한결 더 여유로워진 표정으로 진료실을 나왔다.
곧 임신을 할 것이란 희망 풍선만 잔뜩 분 채로 본격적인 과배란 과정을 시작했다. 난포를 여러 개 키워주는 주사를 배에 스스로 놓는 것인데 평균 6~9일 정도 맞는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주사를 직접 놓는 게 간단치 만은 않고 일부는 부작용이 있기도 해서 많이들 힘들어한다. 조심스레 배에 주사를 놓는 내게 남편은 카메라를 들이 밀었다.
“아가야, 엄마가 널 보기 위해서 이렇게 고생하고 있어”
“아~ 뭐야, 하하하”
다 추억이라며, 기록으로 남기자며 영상까지 찍은 것이다. 이를 비웃듯 피 검사 결과는 0점. 그 때는 진정 몰랐다. 내가 시험관 시술을 7번을 더 하게 될 줄은.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더니 깝죽대다 된통 당한 꼴이었다.
임신은 하늘의 뜻이라고 한다. 어느 베테랑 난임 의사 선생님들도 성공률 100%를 장담하지 않는다. 의료진 모두 최선의 노력을 하지만 결국 아이는 신의 영역이라고 고백한다.실제 인터넷 후기들을 보면 엄청 조건이 좋지 않은데도 한 번에 되기도 하고 모든 수치가 좋은데도 번번히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기도 한다.
‘시험관 1차 성공은 로또’ 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겨우 시험관 8번 밖에 안 한 사람이지만 시험관을 시작한다면 단 번에 성공하리라 기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대하는 만큼 실망하는 법. ‘꽤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으면 좋겠다. 한 번에 성공했다면 넉넉히 감사할 수 있게.
반대로 기대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큰 실망도 큰 자책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신이 정한 ‘그 때’가 오지 않은 것이니까, 당신의 책임이 아니니까. 그 어떤 말로도 무너지고 또 무너져 버린 마음을 채울 순 없겠지만 뻥 뚫린 마음에 잔잔히 부는 따뜻한 입김 정도는 되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