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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포트: 오피스 전문가는 어떤 책을 읽을까?

트렌드에 휘둘리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추천하는 5권의 책

Work&Workplace 추천 도서 

by 사무환경연구팀


1월이면 유독 눈에 띄는 ‘트렌드’라는 말에 어쩐지 경계심을 품게 되는 분들이 계신가요? 여기 그런 분들을 위해 퍼시스 사무환경연구팀이 준비한 5권의 추천 도서 리스트가 있습니다. 새해를 맞이해 특별한 추천 도서 리스트를 찾아 다니시는 분들이라면, 함께 읽어보면 어떨까요?


지금부터 소개할 5권의 책은 건축/공간부터 인문사회/과학까지 서로 다른 분야에 속해있지만, 추천 코멘트의 맥락은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비판 없이 반복되어 말해지는 트렌드들에 의심을 품고 현상을 조금 삐딱하게 바라본다는 점인데요. 어떤 트렌드는 왜 만들어졌는지, 근거가 확실한지, 나만의 생각을 비판적으로 정리해볼 때 진정한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트렌드에 휘둘리고 싶지 않은 분들께, 독서가 트렌드 이면에 잠시 잊혀져 있던 본질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다음의 책을 추천드립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알맹이가 없는 트렌드의 반복에 피로감을 느끼는 분들

새로운 이론과 지식을 탐색하길 좋아하는 탐험가 분들

조직문화나 사무공간에 관심을 갖는 직장인 혹은 리더 분들

이왕이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싶은 잡식형 독서가 분들




01

Z세대는 그런 게 아니고

고승연, 북저널리즘


©스리체어스


추천인|M과 Z 사이


“MZ세대를 노려야 살아남는다!”, “요즘 세대는 ○○ 좋아한다며?”, “밀레니얼이 이렇대.”, “Z세대는 저렇대.”


무작정의 세대론에 질렸었어요. 심지어 기성세대들이 MZ세대를 ‘민지’라고 의인화까지 하는 것을 보면서 갈 데까지 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찰나 서점에서 발견한 <Z세대는 그런 게 아니고>는 ‘그런 게 아니고’에서 느껴지는 삐딱함의 포인트가 어디인지 알 것만 같아 읽기 시작한 책입니다.


다른 세계에서 갑자기 등장한 외계인 같던 Z세대들이 어떻게 그러한 특징을 띠게 되었는지 사회/문화적 배경과 맥락을 알게 되면서, Z세대들이 주도하고 있는 트렌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Z세대에 대한 선입견을 해소하고, 그 안에서의 의외성을 발견한 점도 흥미로웠지만, 가장 인상적인 인사이트는 Z세대와 다른 세대들 간의 관계성을 읽을 수 있는 부분들이었어요. 대부분 세대 간의 차이점을 발견하고 부각하는 기존의 세대론과는 다른 점이었다고 할까요.


‘생존’이 화두였던 X세대는 처절하게 조직에 적응했고, Y세대는 마지못해 적응하고 있다면, 이제 갓 조직에 들어온 Z세대는 더 적극적으로 저항하며 적응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조직 입장에서는 이 세 세대의 연립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쉽지는 않지만,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X세대 이후 Z세대까지 관통하는 하나의 성향이 있다면 자유주의적 개인주의다. 이것이 X세대에서는 ‘개성’이라는 말로 드러났고, 밀레니얼 세대 이후에는 ‘취향’이라는 단어로 표현되고 있다. 일부 차이는 있지만 결국 XYZ 세대가 전체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완전히 다르지는 않다는 의미다.
p.117


가령 Z세대가 부모 뻘인 X세대와 가족이라는 공동체 내에서 많은 가치관들을 공유하고 있으며, 그중에서 Z세대가 응용 발전시키거나 아예 반대의 성향을 띠는 것들이 있다는 점도 새로운 시각이었고. 또 여러 세대가 함께 모여 일하는 일터에서, 그저 도통 이해가 안 되는 요즘 애들인 실무진과 무슨 말만 해도 꼰대 소리 듣기가 일쑤인 관리자급이 어쩌면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한 줄기 빛 같은 가능성을 이 책을 통해 봤습니다.




02

그 회사는 직원을 설레게 한다

대니얼 M. 케이블, 갈매나무


©갈매나무


추천인|애자일은 생명


애자일 컨퍼런스에 참석했을 때 받은 책이에요. 독특한 제목에 먼저 눈길이 갔어요. ‘직원을 설레게 한다고..?’ 처음엔 말이 되지 않는 문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의 원제는 <Alive at Work>. 풀어서 해석하면 ‘직장에서 더 활기차게, 주도적으로 일하기’ 정도네요. 


저자는 오랜 기간 기업과 조직문화를 연구해 온 조직행동학 교수이자 컨설턴트로, 우리 두뇌의 '탐색 시스템'을 활성화시키는 다양한 방법을 책에서 소개합니다. 우리가 새로운 시도를 할 때 또는 의외의 것을 발견했을 때 작동하는 이 탐색 시스템을 회사에서 활성화시킴으로써 직원들이 목적의식을 되찾고 비로소 ‘Alive’하게 일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가벼운 책이지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각기 다른 실험 결과와 기업 사례가 등장할 정도로 레퍼런스가 다양하고, 무엇보다 짤막한 챕터 구성으로 쉽게 읽힙니다. 직장에서 기대와 열의를 높일 동기부여가 필요한 직원이나 그런 직원을 두고 있는 리더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사람들이 실적 평가나 보상, 처벌로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거기서는 아주 작은 변화가 나올 뿐이에요. 반면 숭고한 목표, 감정적, 유대, 새로운 실험, 선례를 통한 리더십은 훨씬 더 큰 움직임을 만들어냅니다.
p.160





03

건축 이전의 건축, 공동성

김광현, 공간서가


©공간서가


추천인|도서관을 사랑한 INFJ


새롭고 팬시(fancy)한 공간들이 주목을 받고 인기를 끄는 트렌드에 피로와 회의감을 느낀 적이 있었어요. 그게 나쁘다기보다는, 매일같이 화려함에 현혹되는 일상 속에서, 좋은 공간을 만들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가 손에 잡히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때 우연히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어요. ‘공동성’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좋은 공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저자가 정말 오랜 시간에 걸쳐 고민을 했다는 게 느껴져서 한 문장 한 문장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읽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공동성’의 개념은 디자인의 개인성과 독창성만을 강조하는 흐름에 반대하고자 내세운 개념이지만, 개인성을 억압하고 공동체를 강조하는 집단주의와도 거리가 먼 개념이었습니다. 그보다는, 한 장소에 사람들이 함께 존재할 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견되고 생겨나는 가치나 에너지를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를 말하는 것 같았어요.


공동성이란 이제까지 우리가 오랫동안 간직해 온 바를 나누고 함께하며 확인하여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공동성은 타자로 이동하기 위함이며, 공동체가 아닌 ‘사회적인’ 관계를 발견하기 위한 것이다.
p.25


그러면서 작가는, 놀라움과 감탄을 자아내는 새로움보다는 일상 속에서 주의를 기울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새로움에 대해 말하며, 그게 우리에게 더 가치 있고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특히 현대를 사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새로움을 위해 건축으로 새로움을 발견하려는 건축가는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새로움은 오늘 것이 어제 것보다 새롭고 내일 것은 오늘 것보다 새롭다는 생각뿐이다. 그렇지만 새로운 것을 생각할 때 현대라는 시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그대로 새로운 것이 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이러한 새로움은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p.57


최근에 이 책을 다시 훑어보면서, 내가 왜 사무환경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돌아보게 되었어요. 요즘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공간 경험을 위해 ‘비일상적인’ 공간에 갑니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카페, 시골 바닷가의 게스트하우스, 낯선 자재로 지어진 거대한 스케일의 미술관 등. 그런 공간에서 우리는 좋은 기분을 느끼지만, 그 기분은 일상적 감정으로부터 벗어남으로써 느끼는 해방감에 가깝지, 자기 삶과 관련된 행복은 아닙니다. 이 책의 개념을 빌어서 말하자면, ‘공동성’을 담고 있는 공간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사무환경은 너무나 일상적인 공간이에요. 거의 모든 현대인은 직업을 갖고 있고, 일을 합니다. 일을 하는 시간과 일을 하러 가는 장소,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좋든 싫든 하루하루를 지탱하고 있는 중심축이에요. 그렇기에 사무환경은 행복한 일상을 누리기 위해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일상 그 자체이기 때문에, 사무실이 ‘새로울 것이 없고, 재미없고, 지겨운’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내 안에도 자리하고 있는 이러한 생각을, 사무환경 안에서 발견되는 크고 작은 가치들을 깊이 들여다봄으로써 바꿀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급변하는 도시의 시끄러운 것, 번잡한 것, 토목이나 조경과 같이 건축이 아닌 것, 무언가에 선입관에 가려져 있는 것, 우리의 주목을 끌고 있지는 못하지만 본질에 가까워지게 해달라고 말하고 있는 작고도 불순한 것, 시시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사람들의 사소한 움직임 등을 담으려고 하고 그것을 드러내는 것에 주목하라. 그것이 오늘의 건축을 넓히는 일이다.
p.220


신선하고 자극적인 경험들을 점점 더 많이 더 자주 소비하는 트렌드 가운데에서, 일상적 공간의 자연스러운 가치를 강조하고 드러낸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가치를 단단히 세운 뒤에 출발하더라도, 공간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많은 혼란스러운 것들이 끼어들고 본질이 훼손되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종종 이런 책들을 읽으며 양질의 공간, 그리고 그것의 방향성을 잡아줄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가 무엇인지에 대한 감각을 잘 유지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04

공간이 만든 공간 

-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유현준, 을유문화사


©을유문화사


추천인| 별별 공간 탐험가


제가 이 책을 처음 만난 건 공간을 연구하고, 탐험하기 이전이었습니다. 학생의 신분일 때, 동서양을 막론하고 건축사, 미술사.. 뒤에 ‘사’가 붙은 수업은 지겹도록 들었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 관련된 지식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내가 아는 그 지식들을 연결 지어 새로운 관점으로 풀어냈습니다. 


저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건축 이야기는 흥미로웠어요. 동서양의 시각이 다르다는 것을 비교하면서도 이를 융합했을 때의 시너지를 이야기하면서 저자는 ‘새로움’이라는 단어를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책의 표지만 보면 ‘공간’이라는 단어가 강조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부제로 사용된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공간을 연구하는 사람이고, 사람은 공간 속에서 살게 됩니다. 고로 우리는 이 지구 상에 사람이 사라지는 날이 오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공간을 연구하게 될 거예요. (만약 영화 <돈 룩 업>처럼 혜성이 떨어진다면 모르겠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공감하겠지만 ‘새로움’은 이전보다 더 빠르고, 날카롭게 찾아옵니다. 저자는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의 방향은 ‘가상공간’이 될 수 있다고 말해요. 매일 출근하고, 하루 중 가장 오래 머물러있는 오피스 공간에 ‘가상’을 더하면 어떤 ‘새로움’이 만들어질지 우리는 계속해서 지켜보고, 탐구해야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05

정리하는 뇌

대니얼 J. 레비틴, 와이즈베리


©와이즈베리


추천인|J(계획형)가 되고 싶은 P(즉흥형)


최근 들어 진짜 ‘나’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검사와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어요. 그리고 서점에는 그렇게 발견한 ‘나’를 다시 정서적으로 돌보고 성장시키기 위한 에세이와 자기계발서가 넘치고요.


그 유명한 MBTI 검사에서 T(Thinking), 즉 논리 지표가 강한 성향의 사람이라면 아마 스토리텔링 형식의 에세이보다 이 책을 좀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바로 T······) 단순한 성향 찾기에서 나아가 나의 행동, 습관, 의사결정 뒤에 숨은 원인을 찾고  복잡한 뇌를 ‘정리’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목차를 보면 집안의 정리부터, 사회체계의 정리, 어려운 결정을 위한 정보의 정리까지 상당히 광범위한 정리법을 다루고 있는데(대충 책이 벽돌 만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중 가장 재밌게 읽은 부분은 5장 ‘시간의 정리’ 파트입니다. 매일같이 수많은 정보를 확인하고 끝없는 TO-DO 리스트를 쳐내는 우리 일상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식은 어떤 것이 있을지, ‘멀티태스킹’과 ‘하나에 몰두하는 전략’ 중 뇌의 피로를 덜어주는 일 처리 방식은 무엇일지 등 흥미로운 내용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주의를 한 과제에서 다른 과제로 옮겨 다니면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는 반면, 한 가지에 집중하면 에너지가 덜 들어간다.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간을 정리한 사람들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일을 마치고 난 다음에 덜 피곤하고, 신경화학물질들도 덜 감소된다.
p.256
당신이 우울할 때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면, 기억을 검색할 당시의 기분이 그 기억에 덧입혀져 당신이 그것을 저장소에 다시 저장할 때 그 사건이 조금 슬프게 기록된다. …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작은 변화들이 쌓이다 보면 결국에는 일어나지 않았던 사건에 대한 기억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p.100
요점은 당신이 지금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쌓아 두는 것보다는 지금 당장 처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 그 일들을 해치우고 넘어가는 것보다 그것을 하지 않고 무시하는 데 들어가는 정신적 에너지가 더 크다.
p.313
포스트잇 덕지덕지 붙인 내용 중 가져온 몇 가지 구절


책 초반에 기업 회장이 비서를 두는 이유를 설명한 게 기억에 남아요. ‘시간과 주의력을 좀 더 가치 있는 곳에 써야 하는 사람들은 주변에 비서나 보좌진을 둔다. 이런 사람들은 사실상 뇌를 확장해주는 역할을 한다. …(비서를 둠으로써) 얻는 궁극의 보상은 무엇인가? 바로 선禪과 같은 집중력이다.’ 우리 모두가 비서를 두고 일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책에서 소개하는 몇 가지 정리법을 적용한다면 당장 스스로의 비서를 하나 분리해두고 오롯이 ‘나’만의 집중력을 되찾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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