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식에 관심 있는 단 한 사람

나보다 세상과 더 친한 사람들에게

by 구어령

아침 출근길은 바쁘다. 밤사이 나온 새로운 뉴스도 챙겨봐야 하고 어제 이슈가 됐던 사건의 뒷 이야기도 알고 싶다. 친구들의 근황도 살펴봐야 하고 내가 좋아하는 셀럽의 소식도 궁금하다. 유행하는 예능이나 드라마도 빼놓을 수 없다. 처음부터 볼 수는 없으니 짤방으로 해결한다. 관심분야의 최신 트렌드는 자기 계발을 위한 필수 코스이다. 아직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어디 써먹을 곳이 없나 생각해본다.


작은 시간도 낭비하지 않는, 무엇도 놓치지 않는 나란 사람. 나는 진정 스마트한 직장인이다.




'가끔' 참 해박한 사람들을 만난다. 정치, 경제, 연예, 스포츠, 문화, 부동산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분야에 통달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에는 막힘이 없다. 그런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는 부담도 없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하지 않아도 알아서 다 해주니까. 사장님도 그런 사람들을 좋아한다. 자기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을 직원으로 두는 것은 당신이 효율적으로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직장인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뉴스를 놓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SNS까지 팔로워 한다. 다양한 교양 강연을 놓치지 않고 그들의 생각을 내 생각으로 삼는다. 시시콜콜한 연예인 이야기도 놓칠 수 없다.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정보'라고 생각하니까.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런 온갖 지식을 갖고 우리가 하는 이야기는 이렇다.


"그 뉴스 봤어? 그 얘기 들었어? 그 드라마 봤어? 그 용어 들어봤어? 그게 이랬데. 그게 저랬데. 원래 그런 거래. 원래 저런 거래. 그것도 몰랐어? 그 정도는 알아야 하는 거 아니야?"


누구보다 세상은 잘 따라잡고 있지만, 정작 다 남 이야기뿐이다. 그 안에 내 소식 같은 것은 없다. 내가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살고 있는지, 내 고민은 무엇인지,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같은 것에 대한 고민도 없다. 빠른 세상을 따라잡는 것으로 내가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하지, 그 세상을 따라잡는 나라는 사람의 속도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니 '스마트한 직장인'이 되겠다는 다짐은 언제나 실패로 끝난다. 엔진이 버텨내질 못하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거의 모든 분야에 통달한 사람들은 그런 정보 수집 행위 자체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 알려고 찾는 것이 아니고, 재미있다 보니 계속 찾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즐겁게 얻은 정보를 즐겁게 전달하니 상대도 함께 즐거워진다. 그런 이들은 자신의 삶을 재미없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루하루 즐길거리가 새로 생겨나는데 지루할 틈이 없다. 흔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가끔'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대다수의 스마트함을 지향하는 직장인들은 노력파이다. 오늘 만날 거래처 사람을 위해, 내일 만날 얼굴 모를 누군가를 위해 늘 이야깃거리를 준비한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늘 어딘가 불편하다. 그들의 이야기에는 오직 정보 전달만 있다. '그 얘기 들었어요? 그랬데요.'가 전부이다. 그 이야기에 어떠한 개인적인 감정도 느낄 수 없다. 오직, 말하기 위해 말을 준비한다. 그래서 조금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왜 저런 것까지 알려고 노력하며 살까.' 하는 마음마저 든다. 술이라도 한 잔 하면 금세 들통날 의미 없는 노력을 말이다.


세상 일은 그 일의 정보만 아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진심 어린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겉핥기에 그치고 단순한 정보전달자만 될 뿐이다. 내가 꼭 아니어도 될 '전달자' 말이다. 만약 그런 일이 내 취향이 아니라면 아닌 채로 두면 된다. 그냥 조금 재미없는 사람, 세상 돌아가는 일 잘 모르는 사람이 되면 그만이다. 그런다고 내 월급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니까.


대신 나에 대해서 만큼은 확실하게 안테나를 열어 두어야 한다. 오늘 돌아가는 나의 생각과 나의 마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연예인 누가 아니라 내가 좋아한다는 무엇을 먼저 찾아야 한다.


누구나 세상일을 다 알 필요는 없다. 따지고 보면, 세상을 다 안 다는 것은 그 사람의 쓸모의 문제이고, 쓸모로 판단되다 쓸모로 소비되고 쓸모가 없어지면 끝나는 무상한 일일 뿐이다. 대신 나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알아두자. 나는 내가 써야 할 평생의 쓸모를 가진 존재이니까. 세상 그 어떤 일이 내 일 만큼 중요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