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좀 하지?"
"귀찮아. 매일 연락하는 것도 귀찮고, 만나면 뭐 먹을래 물어보는 것도 귀찮아. 혹시나 오늘 힘든 일이 있지 않았을까, 아무 일 없었다면서 왜 표정은 어두운지 걱정하는 것도 귀찮아. 자기 전에 잘 자라고 인사하는 것도 귀찮고 자는 동안 가끔 꿈에 나오는 것도 귀찮아. 주말이 되면 뭐할까? 물어보는 것도 귀찮고, 나하고 상의 없이 다른 약속을 잡았을 때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것도 귀찮아. 헤어지면 보고 싶은 것도 귀찮고, 아프면 신경 쓰이는 것도 귀찮아. 사람 만나는 게 귀찮고, 새로 만난다고 생각하니 그것도 귀찮아. 그냥 다 귀찮아. 그것뿐이야."
"너... 정말 연애하고 싶구나..."
똥인지 된장인지 꼭 먹어볼 필요는 없다. 둘의 쓸모가 워낙 다르기 때문에 구별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둘의 다른 쓸모만큼이나 구별하는 일도 쉽다.
A식당이 맛있는지, B식당이 맛있는지는 꼭 먹어봐야 안다. 식당의 쓸모는 똑같기 때문에 먹어보지 않고는 구별할 수가 없다.
오늘이 외로운지, 심심한지를 구별하는 일은 그래서 더 어렵다. 둘의 쓸모는 같다. 나에게 무엇인가를 채우는 데 필요하다. 그렇지만 구별하기가 어렵다. 외로울 때는 사람이 필요하다. 여기까지는 쉽고 명쾌하다. 그런데 심심할 때가 어렵다. 심심하면 놀아야 하는데 무엇을 하며 놀아야 할 줄 모른다. 그래서 그냥 그 마음을 '외롭다.'로 퉁친다.
그러니 친구를 만나도 외롭고 연애를 해도 외롭다. 외로움과 심심함은 그 해결책이 완전히 다름에도 모두 외로운 줄로만 아니, 사실은 심심한데, 그래서 내 마음을 즐겁게 해 줄 놀이가 필요한데, 기승전 '외롭다.'고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 만나줄 친구 한 명 찾는 일보다 내 마음이 심심하지 않게 해 줄 놀이를 찾는 일이 훨씬 어렵다. 따지고 보면 참 말도 안 되고 슬픈 일이지만, 우리는 그렇게 자라 그렇게 직장인이 되었다. 그러니 지난 일은 탓하지 말고, 이제라도 재미있는 놀거리를 찾아야 한다.
심심함을 외로움과 구별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친구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녀)와 헤어지고 잘 자라는 인사까지 마치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이 되었을 때 여전히 무언가 더 필요하다는, 괜히 외로워지는 마음이 든다면 그때가 바로 심심할 때이다. 외롭지 않은데 외로울 때가 바로 심심할 때이고, 당신만의 놀이가 필요할 때이다.
약속 없는 금요일은 저녁은 외로운 걸까, 심심한 걸까.
아무 계획도 없는 주말은 외로운 걸까, 심심한 걸까.
내 마음속에 있는 외로움과 심심함의 차이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차이를 알아야 가끔 외롭기는 해도 심심하지는 않은 삶을 살 수 있다. 혼자 살아도 더 이상 외로움이 두렵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다. 외로움에는 다른 누군가가 필요하지만, 심심함에는 나 하나면, 내 즐거움 하나면 충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