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나왔습니다
브런치에 이런 저런 글을 쓴 지 삼 년 정도 되었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가 닿아 책이 나왔다. 채식을 하는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모아서 엮은 책으로, 나도 한 꼭지 참여하게 되었다.
책 제목은 <하우 투 채식>이지만, 채식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매뉴얼은 아니고, 각자가 채식을 하면서 겪고 생각한 것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 경험담이다. (내가 채식 생활에 도움이 되는 나름의 팁을 약간 써 놓긴 했다.)
책을 받아들고 한 분 한 분의 글을 읽어보았다. 각자 서로 모르고, 하는 일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르고, 채식의 계기, 채식의 정도, 모두 다르지만 모든 분들의 글에 깊이 공감했다.
‘이렇게나 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이렇게나 비슷한 경험들을 하고 있구나!’
작년까지 나는 채식을 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실제로 거의 본 적도 없고 대화를 나눠 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좀 외로운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동물 문제나 환경 문제 때문에 채식을 하는 사람도 아니어서, 선뜻 채식 모임을 찾아서 나가기도 어려웠다. 어쩐지 거기에는 환경과 동물에 대해 열정이 가득한 분들만 있을 거 같았다. 게다가 나는 사실 식사를 그다지 정성스럽게 차려 먹는 사람도 아니라서, 건강을 위해 채식을 하는 사람과도 마음의 거리감이 있었다. ‘나는 참 여기나 저기나 애매하구나’라는 생각만 스스로 하곤 했다.
그러다, 브런치에 채식 관련한 글을 쓰고 나서는 거기에 달리는 공감의 댓글을 보며 ‘비슷한 사람이 꽤 있구나!’ 싶어 굉장히 기뻤다. 나 자신이 애매한 사람이고 그래서 나에 대한 편견이 불편하다는 글을 써 놓고도, 나조차도 ‘채식하는 사람들은 다 아주 열심히 하는 사람일 거야’라고 내 멋대로 편견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책 쓰는 데 참여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았을 때, 참여하시는 분들이 어떤 분인지 여쭈어 보았다. 다들 비건이셨거나 지금 비건이신 분들이라고 했다. 사실 처음에는 ‘아, 난 비건도 아닌데 끼어도 될까......?’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내 이야기도 재미있게 보아 줄 사람이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참여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이지, ‘비건과 나는 많이 다를 거야’라는 내 생각 자체도 얼마나 편견이었는지. 글 쓰는 데 참고하라고 각 사람이 나름대로 작성한 목차를 출판사에서 미리 공유해 주셨었는데, 그 목차만 봐도 다들 비슷한 생각, 비슷한 경험을 하는구나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야기가 겹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다른 이야기를 할까 고민이 되었었다. 책이 완성되고 나니 역시나, 다양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비슷한 경험들이 녹아 있었다. 무엇보다, 사회에 어떻게 나를 포지셔닝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이 있었다. 불완전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이 책에 참여한 분들을 만난 적 없지만 내적 친밀감이 뿜뿜 생겼다. 한 분 한 분의 경험담에 내가 공감받고,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그래, 다들 그저 스스로를 털어놓고 싶어서 글을 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부터 시작한 채식 모임에 책이 나온 소식을 알렸다. 채식하시는 분들은 책이 참 공감되었다고 다들 말씀하셨다. 맞아, 그렇지, 그렇게 느끼지, 이거 너무 공감했어요, 나도 이런 말을 들었어요, 하며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자의 채식 이유는 다르고 실천 정도도 다르지만, 비슷한 경험들을 하고 비슷한 생각들을 하게 된다. 다르지만 한편으로 같은 경험들, 그래서 같은 생각들. 사회에서 비슷한 편견을 마주치고, 비슷한 말을 듣고,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대답하려고 눈치를 살피고,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있는 식당을 찾는 경험들은 모두 가지고 있었다.
주변 지인분들도 책을 읽어주셨는데, 한 분이 ‘이건 흡사 편견과 싸우는 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평을 해 주셨다.
우리 모두는 편견과 싸우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서로 공감할 수 있고, 서로 이해할 수 있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많이 이해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많이 위로가 되었고, 이 책이 나오면서 더 많이 위로가 되었다.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