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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휘 Jan 07. 2024

쉬운 채식, 매일의 밥과 반찬

매일의 삶이 아니면 지속하기 어렵다.

앞 글에서 말한 대로, 텃밭모임에서 6월과 10월에는 식생활 강사님을 초청해 오픈 요리 워크숍을 열였다. 단순 요리 교실이 아니라, 건강한 식생활과 건강한 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


제철 채소를 이용한 요리교실을 야외에서 진행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야외 요리 교실이라니, 낭만이 넘쳤다. 개수대가 따로 없어 텃밭 물주는 호스 옆에 대야에 물을 받아 식재료를 씻고 다듬었지만, 그 모든 과정도 즐거웠다. 

햇살 좋은 날, 야외에서의 요리교실


제철채소 요리교실을 진행해주신 식생활 강사님은 한살림 가공식품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계셔서 가공식품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셨다. 원래 강사님은 가공식품을 거의 드시지 않고 건강을 생각하면 안 먹는 게 맞다고 생각하셨다고 했다. 그런데 직장생활과 여러 활동으로 바쁜 도시 사람들은 가공식품 없이 매 끼니 재료를 사서 요리해 먹을 시간과 에너지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시게 되었고, 가공식품도 건강한 식품으로 잘 선택해서 먹는 것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셨다. 


우리 보통 소비자들은 건강한 가공식품을 사고 싶으면 가공식품을 살 때 뒷면의 성분표를 보고 알아서 내용을 이해해서 내 기준에 들어오는 가공식품을 사는 게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한살림 생협은 조합원이 운영하는 생활협동조합이기 때문에, 가공식품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포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조합원이 의견을 내서 결정한다고 한다. 강사님과 같은 가공식품위원회에서 어떤 가공식품을 어떤 재료와 어떤 첨가물을 넣어서 만드는 것을 허용할 것인가 아주 오랜 검토를 거쳐 결정되는 것이라고 알려 주셨다. 그러다보니 보통 식품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생산자들이 원재료를 다양한 방법으로 판매하기 위해서 가공식품을 제안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를테면 사과를 생과일로만 판매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까 사과주스를 만드는 식이다. 그야말로 소비자 조합원, 생산자 조합원이 함께 만드는 것이다. 양쪽 모두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모델이라니, 신기하다.


강사님은 또 ‘지속가능한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가공식품도 활용하고 쉬운 음식을 해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도 해 주셨다. 이 때의 ‘지속 가능한’이란, 우리가 건강한 식생활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요리워크숍 때 6월에는 카레라이스, 10월에는 고추장찌개를 알려 주셨는데, 정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레시피를 알려 주셨다. 제철 재료를 활용해서 영양은 챙기면서 만드는 것은 쉽고, 한 번 만들어서 몇 번 나눠 먹을 수 있는 음식. 강사님은 건강한 음식, 채식이 거창하면 접근하기 어렵고 매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고 특별한 음식만 하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대단하고 특별한 음식이 아니라, 매일 먹는 밥과 국으로 메뉴를 선정해서 알려 주신 것이다.


6월의 토마토카레밥과 10월의 고추장찌개

6월의 카레라이스에는 여름 제철 채소인 토마토를 저수분으로 익혀 넣고, 10월의 고추장찌개에는 제철을 맞은 무로 채수를 내고 감자, 양파, 파 같은 평범한 재료를 넣어 만들었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참여자 중 어떤 분은 요리를 처음 해 보신다면서 칼과 도마를 처음으로 사서 오셨다는 분도 계셨다. 그 분의 첫 요리를 함께 하게 되어 참 기쁘고 뿌듯했다. 


만약 첫 요리가 근사하고 건강하지만 자주 접하지 않는 특별한 요리였다면 어땠을까? 아마 다시 하기에는 좀 많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 분이 다시 요리를 시도하셨는지는 모르지만, 부디 조금씩 쉽고 간단한 요리를 직접 해 보는 용기를 갖게 되셨기를 바란다.


요즘에 ‘지속 가능한’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채식은 지구에 지속 가능한 식단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채식이 그리고 요리가 우리의 매일의 삶에도 ‘지속 가능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쉽게, 매일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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