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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 janjan Jan 07. 2021

07. 인생은 시트콤?

잔잔의일곱 번째단어: 시트콤


인생은 시트콤이다?


    요즘엔 자기 전에 볼 영화 한 편 고르기가 너무 어렵다. 보고 싶은 영화들은 ‘내가 찜한 콘텐츠’에 고이고이 모셔둘 뿐이다. 왠지 마음먹고 봐야 할 것 같은 이 기분. 찜해둔 영화나 드라마는 왠지 곰곰이 하나하나 따져가며 아껴 봐야 할 것 같은데, 거기에 쓸 뇌 용량이 없다. 이런저런 부담감을 핑계로 매일 내 손이 향하는 곳은 20분 내외의 짧은 시트콤이다. 나는 모든 콘텐츠, 장르를 통틀어서 시트콤을 제일 좋아한다. 재밌고, 짧고, 생각 없이 봐도 되니까. 잔잔하게 시간 보내기엔 이보다 좋은 게 없다. 나도 저렇게 재밌게 살고 싶다는 부러움을 느낀다. 타성에 젖은 내 일상이 지루해질 때 남의 것을 구경하고 싶기도 하고. 내가 살지 못하는 보통의 삶을 바라보는 일은 때론 퍽 편안하고 즐겁다.


huh ~ salmon skin roll ~


    흔히들 인생은 시트콤 같다고 말한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와 인물들이기 때문일까? 나도 언젠가는 내 인생이 시트콤 같다고 믿고 싶었다. ‘네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너!!!!’ 따위의 말을 보면 왠지 내 삶도 몇십 개짜리 시즌의 시트콤은 아닐까 하고 상상한다. 그렇지만 하루하루 즐거워 보이는 프레임 속 사람들을 보면 왠지 나는 퍽 재미없는 삶을 사는 듯하다. 시트콤 속 그들의 삶은 표면적으론 평범해 보이지만 내가 살 수 없는 삶이기에 약간의 부러움과 동경이 섞인 눈으로 보게 된다. 나는 친구와 함께 살며 옆집 친구들이랑 매일같이 아침저녁으로 모여 커피를 마실 수도 없고, (대가족이 함께 살고 있긴 하지만) 명절이나 휴일마다 가족들과 공들여 시간을 보내지도 않는다. 또 난 경찰도 아니고, 괴짜 공대생도 아니고, 편의점 주인도 아니고, 사후세계에 똑떨어지지도 않았고… 어쩌고저쩌고

modern famiily christmas episode

    시트콤은 대개 해피엔딩이기도 하다.(하이킥 제외) I love happy ending...!!! 애간장 태울 필요 없이, 드라마 속에선 너무나도 쉽게 사건이 해결되곤 한다. 그래서 시트콤만 주야장천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인생도 저렇게 술술 풀렸으면 하는 도둑놈 심보랄까? 막상 시트콤에서 벌어진 일을 내가 겪는다면 그냥 인생에서 일어나는 여타 일들과 다름없이 힘들고 부담되고 무서울지도 모르는 일이다. 내가 겪지도 않은 갈등과 문제들을 막힘없이 술술 풀어내는 시트콤 속 주인공들이 그저 부러웠나 보다.  뭐 경찰서에서 핼러윈마다 챔피언 벨트를 차지하기 위해 싸운다던지, 아침마다 친구들이 다 같이 모여서 커피를 마신다던지 …


brooklyn99 - i want it that way ~

    시트콤을 서너 편 연달아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난다. 그러고 침대에 누우면 괜히 내 인생이 조금 팍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시트콤 속 주인공들이 겪는 일들도 팍팍하기 그지없을 텐데. 이게 스토리 텔링의 힘인가? (아무 말)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임에도 너무 자연스럽고 왠지 이 지구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 같은 그들을 생각하면 주책맞게 눈물도 나고 그런다.

the good place - jeremy bearimy

    

    남들에겐 내 일상도 시트콤 같을 수 있으려나? 누구나 타인을 바라볼 땐 파편적으로 볼 수밖에 없으니까. 남들이 볼 때 내가 시트콤 속 인물 같다면 좋겠다. 겉으로라도 재밌고 유쾌하게 사는 사람처럼 보였으면 좋겠다. 멀리서 보이는 희극같이. 사실 우리에겐 무엇을 겪느냐보다 어떻게 겪어내는지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내 인생이 시트콤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인생을 what이 아니라 how에 초점을 맞춰야지 하고 오늘도 잠들기 전에 프렌즈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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