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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 janjan Mar 03. 2022

나는 눈시울이 참 쉬운 사람: 울보를 위한 작품 둘

잔잔 Vol4 : 눈물


이 작품과 이어지는 글입니다!

https://brunch.co.kr/@janjanby040dd/61



040의 지난 글 <눈물 참는 법>을 읽었다. 040이 쓴 ‘바삭한 눈물샘’이라는 단어에 마른 멸치처럼 쪼그라든 눈물샘이 상상되어 혼자서 피식 웃었다. 나는 잘 울지 않는 사람이 조금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는 수분 가득한 눈물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슬픈 이야기가, 동물 친구들의 귀여움이, 좋은 글과 음악이, 어려운 문제가 내 눈물샘을 쿡 찌른다. 금세 코 끝이 찡해지고 눈가가 촉촉해진다. 리트리버가 수영장에 빠진 개구리를 구해주는 10초짜리 짧은 영상에도 눈물이 차오른다. 못해도 스무 번은 본 것 같은 감동 썰에 눈가가 촉촉해진다. 디지털 풍화가 일어난 오래된 짤을 보며 눈앞이 흐려지는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솟아나는 액체를 어찌할 도리가 없다.


수분 가득한 눈물샘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좋아하는 노래 한 곡과, 좋아하는 시 한 편을 소개하고 싶다. 진동욱의 곡 <호수>와 이병률의 시 <내가 쓴 것>.


 작품의 공통점은 촉촉한 눈가를 표현한 구절이 있다는 이다.






진동욱의 노래  <호수>


https://www.youtube.com/watch?v=q3F9vmrBer4


Lyrics


한 떨기 나무에 젖은 가지 쭉 짜내

그 아래 강물까지 흐르는 슬픔을 닦을 새도 없지

이 땅에 비와 바람이 많아

그대는 일부러 낙엽이 된 건가

어차피 내게서 떨어질 셈였던가


나는 눈시울이 참 쉬운 사람

아주 찰나라도 그대 생각 또 내 동공 호수 위에 둥둥 떠오르면

어느새 붉어지고 또 홍수가 일어나는 이 범람의 끝은 어디

내 눈가는 언제 마를까


한줄기 눈물에 잠긴 옷가지 말려내

다시 입을 때까지 한참을 나는 헤엄쳐야 하겠지만

저 멀리 보이는 마른 뭍에는

반가운 얼굴이 자라나 있겠지


나는 눈시울이 참 쉬운 사람

아주 찰나라도 그대 생각 또 내 동공 호수 위에 둥둥 떠오르면

어느새 붉어지고 또 홍수가 일어나는 이 범람의 끝은 어디

내 눈가는 언제 마를까






이병률 <내가 쓴 것>





눈을 뜨고 잠을 잘 수는 없어

창문을 열어두고 잠을 잤더니

어느새 나무 이파리 한 장이 들어와 내 옆에서 잠을 잔다


그날 아침

카페에 앉아 내가 쓴 시를 펴놓고 보다가

잠시 밖엘 나갔다 왔는데

닫지 않은 문 사이로 바람이 몹시 들이쳤나 보다


들어와서 내가 본 풍경은

카페에 모인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바람에 흩어진 종이들을 주워

내 테이블 위에다 한 장 두 장 올려다 놓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우리들은 금세 붉어지는 눈을

그것도 두 개나 가지고 있다니

그럼에도 볼 수 없는 것들도 있다니


사실은 내가 쓰려고 쓰는 것이 시이기 보다는

쓸 수 없어서 시일 때가 있다






<내가 쓴 것>의 마지막 두 연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 구절 중 하나이다.


우리는 금세 붉어지는 눈을

그것도 두 개나 가지고 있다니

그럼에도 볼 수 없는 것들도 있다니


사실은 내가 쓰려고 쓰는 것이 시이기 보다는

쓸 수 없어서 시일 때가 있다


왜 울어? 하고 누군가 물었을 때 항상 부끄러웠다. 유난인가 싶기도 하고.

하지만 이 시는 왜 우냐고 묻지 않는 사람 같다. 눈물에는 여러 겹이 있으니.

 


최근 예전보다 눈물에 조금 박해졌다는 평가를 스스로 내린 적이 있다.

하지만 두 편의 글을 다시 읽고, 옮기면서 금세 눈이 붉어지는 걸 보니

여전히 여전히 나는 눈시울이 참 쉬운 사람인 것 같다.


BY. 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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