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머즈 Sep 27. 2022

문제가 왜 문제냐고?

머무를 곳이 없는 골목에선 모든 것이 흘러버린다

자, 문제를 파자!


우리가 문제라고 얘기하는 것의 대부분이 문제가 아니라 현상이라는 것을 파악했다.

그럼 우리가 문제라고 인식하는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꺼리가 없어 동네를 돌아다닐 일이 없어요"라고 말하며 동네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주민,

"이 동네는 사람이 없어요" 라며 사람이 없어 상품이 팔리는데 한계가 명확하다는 상인.


이 상반되는 관점에서만 바라본다면 서로를 탓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보다 객관적인 잣대가 필요했다.

왜? 사람이 돌아다니지 않아, 사람이 없는 것 같은 동네가 되었을까?









여기서는 어쩔 수 없이 우리가 하는 사업 기획의 근간이 된 모종린 교수님의 골목활성화를 위한 제시 모델을 소환해본다. 그 모델은 C-READI 모델로 C(Culture) 마을의 문화 인프라를 활용하거나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장려해 문화인프라 확충, R(Rent) 소상공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제도를 활용한 적정 임대료의 유지, E(Entrepreneur) 다양한 유형의 창업자 유입을 통한 기업가정신 고양, A(Access) 편리한 교통체계 확보로 접근성, D(Design) 친환경적이고 도화로운 도시 디자인, I(Identity) 골목문화 혹은 전통이 내재된 라이프 스타일 등의 정체성 의 여섯가지 요소가 균형을 이루는 모델을 의미한다.


따라서 골목에 다양한 주체들이 있어야 하고, 그 주체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전제는 그러했다. 우선은 저 주체들이 있어야 하고, 협조가 된다는 전제하에 저 구조가 형성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럴리가 있겠나.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비관적으로 생각하자면) 있어야 할 것은 없고, 없어야 할 것은 있는게 세상이다. 









여기서 우리 동네에 없는 요소는 무엇일까?

아, 하나하나 뜯어보니 전부 다다... 다 조금씩 부족했다.


이 중에 우리가 힘들이지 않아도 이미 확보 되어 있는 접근성과 우리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임대료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살펴 보았더니, 이미 우리동네 골목 문화 인프라와 골목의 정체성은 변화하고 있었다. 특히나 오래된 벽돌집이 허물어지고 재건축 되는 빌라의 대부분이 1층에 상업용 근린 시설을 넣지 않는 것에서부터 골목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고 있었다. 

이웃에게 싫은 소리 안하고, 어느정도의 배려를 깔고 가는 우리동네 사람들은 주변에서 유(柔 : 부드러울 유)하다고 평가된다. 이런 특성이 작용했을까? 기존에 상점이 있던 건물도 1층에는 주차장으로 바뀌기 일쑤였다. 간간히 오래된 상가 건물 1층에 상점이 있긴했지만, 상점의 흐름이 이어지지 않고 뚝뚝 끊겨 일부러라도 머무를 수 있는 요소가 부족했다. 그러니, 산책을 하며 동네를 거닐기에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게다가 건물이 새롭게 들어서며 기존에 있던 특색있는 공방들과 상점들이 대로 건너로 이사를 가거나 1층이 아닌 다른 층으로 이사를 갔다. 이미 무너진 상권에 더이상의 희망을 걸지 않는 것은 상인 뿐 아니라 건물주도 마찬가지인걸까? 그냥 주거용 빌라로 마음을 바꾼 것일까? 알 수 없었다. 


바로 대로 건너만 하더라도 재건축을 하는 건물 1층에는 다양한 근린 시설이 들어갔다. 하지만, 우리 동네의 골목은 달랐다. 공간이 없어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문화적이거나 골목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만한 요소들이 스르르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공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거기엔 높은 임대료라는 넘사벽이 존재했다.





비는 공간이 생기면, '아, 이곳엔 어떤 어떤 업종이 들어오면 좋겠는걸..' 이라고 생각하며 부동산 사장님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우리 내부적으로는 가급적이면 우리동네 골목 상권에 도움이 될만한 업종이면 어떻겠냐는 의견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비어있는 공간에 문구점이나 분식점을 입점시키고 싶었으나 내로라 하는 분식점 체인 운영경력을 가지고 계신 동네 주민분도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 고개를 저었다. 임대료 대비, 운영이 가능한 매출이 일어날만한 수요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것이다. 그나마 기존 메뉴들도 점심 장사 때만 팔고, 점심 장사 후에는 배달만 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렇게 수요, 인구 유동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매겨진 상점 임대료는 "고객을 직접 만나지 않아도 되는 업종"을 불러들였다.







임대료가 높아지면 들어오는 상점의 입장에서도 고민이 커진다. 돈의 무게가 달라지는 만큼 사업 아이템에 신중을 기하게 되는 것이다. 월 수백만원에 달하는 임대료의 무게는 상상외로 크다. 평균 열평 내외의 공간에 백만원이 넘어가는 월세는 부가세와 기본 운영비, 공과금을 합치면 쉽게 150~200만원선이된다. 전문가들은 한달 월세의 5~10배의 매출이 일어나야 그 가게가 유지가 된다고들 하는데, 그만큼을 바라는 건 동네에서는 무리다. "현실적으로" 기본 임대료에 재료비, 그리고 본인의 인건비를 더하면 "최소한" 6~700만원의 매출이 역산된다. 한달 30일 중 25일을 여는 매장에서 평균 25만원 내외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 고객에게 익숙한 새로움의 존재로 다가가기 위해서 무한 반복 되는 개인적 숙련과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비용과 시간, 노력은 별도다.


투철한 장인정신 혹은 창의적 도전 정신이 있는 사람들이라도 수백만원의 임대료를 감당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다. 혼자만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은 이미 죠비의 단계를 지나쳐 잡-비즈니스 혹은  사업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캐럴로스는 그녀의 책 [당신은 사업가입니까] 에서 ‘죠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취미애호가들은 내가 죠비(jobbie)라고 명명한 방식으로 취미를 돈벌이로 발전시키려고 한다. 죠비라는 말은 일과 취미를 합성한 단어로, 사업으로 위장된 취미'를 뜻한다. 만약 당신이 취미와 관련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지만 충분한 매출을 거두지 못한다면, 당신의 사업은 진정한 사업이 아니라 죠비일 뿐이다. 나는 죠비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한 리트머스 테스트를 만들었다. 당신이 사업에 전념하고 있는데도 시간당 매출(급여가 아니라)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칠 뿐더러 그 이상을 벌 수 있는 현실적이고 신뢰할 만한 계획이 없다면, 당신의 사업은 죠비에 불과하다. 당신이 재미삼아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부수입을 버는 것이라면 그런 일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SNS 상의 취향에서 시작해 사업으로 연결되는 예를 종종 본다. 그리고, 작게 시작했던 매장이 온라인 유명세를 타 급 성장 하는 예도 종종 본다. 남이 하는 일은 무척 쉬워 보이는 법이다. 그래서 쉽게 시작하고 내가 만들어 내는 것에 모두가 열광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내놓는 족족, 팔리는 족족 재료비를 제외한 모든 것이 수익으로 차곡차곡 쌓이리라는 상상을 한다. 거기엔 나의 열정과 노오력, 주변의 도움이나 희생은 들어가 있지 않다. 그래서 캐럴로스는  ‘나는 당신이 취미에 쏟던 열정을 사업으로 전환시키면 리스크를 감당할 만큼 충분한 보상이 되돌아온다고 가정하지 말 것을 충고하고 싶다. 대개의 경우 리스크와 보상의 밸런스는 잘 맞지 않는다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면 당신이 가진 현재의 직업을 버려서는 안된다. 취미를 즐길 여유가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이었는지 후회할 것 같다면, 당신은 취미를 죠비로 바꾸는 일에 신중해야 한다. 그래도 취미를 죠비로 전환하고 싶다면 더욱 열정을 가지되 과대망상에 빠지지 마라. 또, 심층적인 평가를 하지 않은 채 뜻밖의 대박이 터지리라 기대하지도 마라. ‘ 라는 진중한 충고도 잊지 않는다.



작게는 천만원 단위에서 수억원에 이르기까지의 투자금이 들어가는 사업을 시작하며 고민을 거듭하다보면 결국 프랜차이즈 또는 배달 전문 업종을 선택하기가 쉽다. 프랜차이즈는 투자대비 수익률이 어느정도 보장될 거라는 믿음이 들기도 하고, 운영에 대한 노하우, 기본 재료, 홍보에 대한 고민을 누군가가 대신해 준다는 것은 상당히 큰 메리트다. 그래서 임대료가 높을수록 프랜차이즈 매장이 들어오기가 쉽다.  조금 작은 규모의 매장이더라도 점주의 개성을 살린 독특한 아이템 보다는 배달 전문 업종이 들어오는 경우가 늘어났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에 익숙해진 분위기도 한몫 하겠지만,  한 매장 한 사업자를 가지고 여러개의 브랜드로 운영이 가능한 것도 매력적이다. 매장 컨디션 관리, 고객응대, 회전율 등의 고민 없이 온라인 접객만 제대로 해도 성업이 가능하고, 여차하면 메뉴를 넣고 빼는 것도 원활하다.







한편, 새롭게 들어선 건물은 대부분 10평이하~15평 정도의 원룸과 투룸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간혹 걔중에 오래된 빌라 건물에 18평 전후의 쓰리룸이 있긴했지만 구조가 그닥 잘 빠지진 않아서 성장한 아이들과 함께 쓰기에는 무리가 있기도 했다. 이런 형태의 주거 환경 변화에 따라 정주민의 형태가 달라지고 있었다. 즉, 혼자 살거나 신혼부부,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집이 대부분이다.


그에 따른 소비 형태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일요일 저녁쯤 동네를 돌아보며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내 놓은 모습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확실히 예전보다는 분리수거 배출 쓰레기가 많이 증가했다. 1인가구가 뭔가를 해 먹기 위해 일일히 재료를 사고 요리에 정성을 들이는 것보다는 사먹는 편이 나으니 끼니는 대부분 배달 음식이나 택배로 해결하는 편이다. 그런 소비가 2~3인 가족이라고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오히려 아기가 있는 집에서는 택배 주문이 일상이 되고 키즈 프렌들리한 매장을 찾아 차를 타고 외부로 나가기도 한다. 특히, 전업맘이나 당분간 육아를 전담하고 있는 엄마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나의 경험을 돌아봐도 모처럼 남편이 쉬는 주말엔 더욱이 보상이 필요했다. 평일 내내 동네에 아이와 함께 매여 있던 일상을 보상받고 싶어져 차를 타고 나가게 되더라.

이런 현상 덕분인가.. 동네에서 가장 활발한 소비를 하는 곳은 편의점과 배달앱이 된지 오래다. 그를 증명하듯, 슈퍼마켓, 공판장, 마트의 이름을 쓰며 유지해오던 매장은 올해 초 대규모의 편의점으로 거듭났고, 무인 매장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적했던 동네는 식사 시간이 되면 배달 오토바이가 바삐 다닌다. 






그래, 이런 현상은 재개발이 있든 없든 달라지는 인구 변화에 어느동네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게 왜 문제가 되느냐고??

베드 타운으로 바뀌어 가는 주택가가 조용하고 한적해서 좋기만 할까? 

이렇게 머무를 곳이 없는 골목에선 골목의 사람들과 우리의 일상이 그저 흘러가 버린다. "고향"이라는 의미가 많이 생소한 시대를 살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람은 언제나 돌아가서 머무르며 쉬고 싶은 곳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게 우리의 생각이었다. 안정된 마을, 든든한 이웃이 있어 마음 놓고 아이들을 키우고, 추억을 쌓아가며, 언제나 믿는 구석이 되어줄 곳. 하지만, 점점 바뀌어 가는 골목의 모습은 평화로운 나의 집이 조금씩 나를 가두는 공간이 되어가는 느낌을 주었다. 굳이 나갈 이유가 없는, 나가기엔 불안한 골목. 



있을 것은 없고, 없을 것은 있는 골목에서 투덜대봐야 뭐가 달라지겠냐? 라고 던진 물음에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자고 말했다. 
자, 이 모든 요소 중 우리의 힘으로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뭘까? 





작가의 이전글 불편함을 느끼는이 vs 결핍을 가진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