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불멸의 존재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노력해야 세상이 유익해지는지 알지 못했네.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에게 이승에서의 삶은 더 많은 선행을 베풀기에 턱없이 짧은 시간이란 사실을 몰랐어. (...)자선, 박애, 용서, 자비, 이런 것들이 내 사업이어야 했다고.”
찰스 디킨스가 쓴 <크리스마스 캐럴>에서 7년 전에 죽은 스크루지의 친구 말리가 유령이 되어 스크루지에게 말한다. 말리가 가장 후회한 건 생전 베푸는 삶을 살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일주일 내내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우리 교회에 다니는 한 자매였다. 요즘 남편의 출장이 잦아서 혼자 식사하는 날이 많은 자매에게 사과잼을 만들어 건넸다. “끼니 거르지 말고 간단하게라도 꼭 챙겨 먹어요.” 고맙다는 인사 후 자매는 예상치 못한 말을 이었다. “남편과 함께 UAE에 갈 수도 있어요. 너무 급히 진행된 일이라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어요.” 순간 눈물이 나는 걸 꾹 참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 부부가 우리 교회에 처음 온 날이 생각났다.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눈물 짓던 일이 떠올랐다. 그녀를 향한 사랑을 담은 작은 사과잼 한 병을 전한 덕에 그동안 함께 누린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할 수 있었다.
아마도 <크리스마스 캐럴>의 말리는 내가 사과잼을 건네고 받은 풍성한 감사를 누리지 못했을 거다. 그는 이생에서 삶을 끝내고 보니 다른 이를 돕는 것만큼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게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하나님은 이웃을 사랑하며 살라고 하셨다. 한없이 자기 중심적이어서 갈대처럼 흔들리는 인간이 어찌 한결같이 남에게 베풀고 살 수 있을까. 그건 하나님이 먼저 내게 베풀어주셨기 때문에 가능하다. 베푸는 삶은 하나님이 내게 값을 매기지 않고 주신 모든 환경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다. 그러니 내 돈, 시간, 재능, 에너지 그 어떤 것으로도 실천 가능한 베풂은 거저 받은 은혜를 기억하는 통로다.
이 땅에서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자매를 만났던 날처럼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것을 나누고 싶다. 그러다 보면 나의 남은 날은 하나님이 내게 허락하셨던 아름다운 관계와 추억에 대한 감사로 채워져 있지 않을까. 하나님이 내게 아무런 조건 없이 베푸신 사랑을 이 세상에 남기고 눈을 감는다면 참 행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