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나를 멈춰세웠는가
지난 2년간 물질적으로 부족함 없는 시간을 보냈다.
4인 가족 외벌이 가장으로서 주 7일을 메어있던 대가로 받은 나의 급여, 연봉을 더 이상 지속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11월 한 달은 안식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11월의 일상을 살펴보자면, 새벽에 일어나 명상을 하고 한 시간가량 조깅을 하고 들어온다. 샤워를 하고 아이들의 간단한 아침식사를 챙기고 설거지를 한다. 재활용쓰레기를 버리고 올라와 오전 9시가 지나면 청소기를 돌린다. 환기를 마치고 77인치 TV로 Spotify를 연결한다. 에스프레소 더블샷에 초콜릿 한 조각을 먹고 브런치에 글을 쓴다. 이후 독서를 하고 관련 내용들을 블로그에 정리해 둔다.
그날그날 아내와 함께 먹고 싶은 메뉴로 점심을 해결하고 커피를 한잔 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한다. 대부분 아이들의 교육문제, 앞으로 진학할 학교에 대한 생각, 우리들의 자산 증대와 관련된 활동들에 대한 얘기를 한다. 부쩍 실버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진 아내는 해당 방면으로 자격시험을 준비하고 싶다는 얘기도 했다. 난 그간의 직장생활에서 벗어나 이전과는 다른 삶의 계획하면서도 여전히 걱정되는 점들이 있기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다만 이전에 비해 내던져지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 보다 개인적인 프로젝트의 성공여부에 대한 걱정이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잘될 것이라는 근거는 내가 몰입해 있는 한 가지 생각 때문이며 관련된 아이디어들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튀어나오고 있다.
오후 시간을 보내고 3시경부터 두 아이의 픽업이 진행된다. 학원을 데려다 놓고 근처에서 나는 다시 책을 보거나 글을 쓴다. 리갈패드와 4B연필은 내게 가장 소중한 아이디어 도구들이다. 여기에 듬성듬성 정리하는 생각들과 직감들이 꽤 유용하게 작동하기 시작했다. 미미한 수준이나 블로그를 통해 광고수익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어떠한 외부의 강의나 도움 없이 혼자 빠르게 실행했던 지난 시간들이 고마웠다. 꾸준히 무언가를 관리하며 그것이 보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특히나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면 주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알 수 없다. 자만해서도 안되고 확신에 가득 찬 언행도 조심해야 한다. 다만 마음속으로는 선명한 나의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고, 이 선택은 자유의지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모하고 감정에 치우쳐서도 안되지만, 직감을 외면해서도 안된다. 이성과의 적절한 비율로 나의 길에 대한 생각을 집중하다 보면 현실적으로 해낼 수 있는 것들이 보인다. 문제는 실행이다. 누구나 좋아 보이는 것,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것을 빠르게 학습하여 미숙하나 일단 시작하는 이들이 있고, 주저하고 재보고 검색만 하다 멈추는 이들이 있다. 두 그룹 모두 동일하게 실패로 끝난다 하더라도 학습의 효과는 다르다. 역시 문제는 실행인 것이다. 일단 뭐라도 해봐야 그게 대한 배경지식이 쌓이고, 조금씩 들어갈수록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찾게 된다. 이 과정에서 좋은 스승을 만나기도 하고, 도움이 되는 책을 알게 되기도 한다.
학습에 굳이 많은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
근처 도서관을 활용하고 중요한 내용은 기록해 오면 된다. 최근에는 온라인 도서관에서 구독형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시중 모든 책들을 온라인으로 구비하고 있지는 않지만, 양서는 충분히 보유하고 있어 스스로의 기량을 높이는데 전혀 부족함은 없을 것이다.
또한 온라인 무료강의 또한 널려있고, 유튜브를 통해 여러 주제에 대해 기초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내가 원하는 방향과 그 길이 확고하다면 이전에 비해 수월하게 그것들을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인데, 대게 그것을 하지 않고 이렇다 저렇다 평가만 한다. 그리고 다시 어제의 삶으로 돌아간다. 내가 그러했고, 그런 흐름을 끊어내겠다 생각했다. 여전히 나의 길을 찾아가는 중이지만, 지금 이 순간 어렴풋하게 보이는 것들 가운데 당장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에 시간을 많이 쏟고 있다. 하면 할수록 속도도 붙고 재미가 커지고 더 깊은 지식을 학습하게 된다. 내가 ‘나’라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연봉 2억을 포기하고,
나를 찾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