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hnstory Nov 23. 2024

3만 2천보를 걸으며 생각한 것들

조직에 속하지 않으며 나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하여

금요일 오후,

강남에서 미팅이 있기도 했고 새벽 러닝을 스킵한 관계로 일찍 나와 양재천을 걸어보자 생각했다.



2019년도에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3개월간 양재천으로 걸어서 출퇴근을 한 적이 있었다. 식단도 칼같이 지켜가며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던 이후로, 이렇게 장시간(4시간 30분가량을) 걸은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워킹화나 러닝화를 신고 왔더라면 좀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일반 운동화를 신고 걸으니 집으로 돌아올 때쯤엔 발가락과 발바닥에 조금씩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속도를 조금 늦추고 몸에 전해지는 고통을 참고 즐기며 걷기를 멈추지 않았다. 22km 정도에 달하는 거리(측정하지 못했던 구간을 포함하면 24km 정도 되겠다)를 왕복으로 걸었다는 그 자체로 뿌듯하기도 했고 최근 어지러웠던 마음이 또 어느 정도 정비되었다.



지금 시각은 11월 22일 금요일 밤 10시 9분.

쌍화탕을 한잔 마셨다.

 

양재천은 이맘때 그늘진 구간이 꽤 있고 천변으로 바람이 약하지 않아 옷을 잘 입고 다녀야 하는데 이를 간과한 차림으로 나간 덕에 약간 으슬거렸다. 내일 새벽까지 큰 이상은 없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따뜻하게 한 병을 데워마셨다. 최근 자주 이런 느슨하게 생각하는 시간들을 갖고 있다. 급히 재촉한다고 내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분명해지는 것도 아니기에 장기간 한 가지 생각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느리고 꾸준하게 생각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렇게 오늘을 정리하며 한참을 걸으며 생각하고 메모해 둔 내용들을 정리해 본다.




쉬운 선택, 뻔한 선택의 굴레에서 한 번은 벗어나야 한다.

나를 찾고 나만의 색깔을 낼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해야 하고 때론 4시간씩 걸으며 간간이 느껴지는 통증에도 지금 나의 삶에 대한 고마움이 절로 나오는 하루를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껏 해왔던 가장 쉬웠던 선택지를 고르는 행동을 멈출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뻔한 선택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매일 그렇게 지내온 환경과 패턴에 최적화되어 있던 사고와 행동방식을 바꾸는 데에는 비용이 필요하다. 시간과 기회비용이다. 누구든 지금의 흐름을 유지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이 내게 최적화된 유일한 방식이라 여기고 있는 의식이 다른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스스로를 신뢰할 만한 정도의 큰 성과를 낸 경험이 없던 나로서는 이것이 가장 힘들었고 지금도 그렇다. 매 순간 '이게 될까?'의 연속이고 생각의 골이 깊어질수록 점차 수렁으로 빠져들며 적절한 타협의 지점에 편히 내 몸을 뉘이고 싶다는 간절함도 생긴다. 

적당히 살아가는 것이 단기간의 안락함을 제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다시 오지 않은 내 한 번뿐인 인생에 그것이 과연 최적의 선택이 될 수 있겠는가.



몰입할 대상을 스스로 정해야 한다.


내가 지속적으로 관심 갖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대상을 스스로 고심 끝에 그 대상을 선정해야 한다. 여기서의 핵심은 자유의지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어떻게 사는 삶이 좋은 것이다라는 표준을 갖고 있었다. 당연히 스스로 생각했을 리는 없고 그렇게 교육하셨던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학교 다닐 때부터 쉬지 않고 들었던 얘기, '월급쟁이가 최고다'는 상당시간 나를 괴롭게 했고 이런 근거 없는 이야기에 단 한 번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시절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은행을 퇴사하고도 지금까지 고민과 방황의 시간은 계속되고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점점 나다운 선택을 하고, 이성적인 판단보다 직감에 의존한 결정을 내리기도 하면서 모험을 하는 중이다. <<몰입>> 에서 황농문 교수가 언급한 대로 오늘 잘못 보낸 하루엔 내일이 있고, 아쉬운 올해 다음엔 내년이 찾아오지만, 잘못 쓰인 인생의 다음이란 없는 법이니 죽기 전 뼈저린 후회를 경험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내가 선택한 나만의 길을 걸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득원천의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가능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나온 시간들을 살펴보건대 난 명예욕, 사회에 대한 인정의 욕구가 강한 사람이었다. 지금은 아닌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들을 정리하면서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좀 더 명확해졌다. 새벽 3시든 4시든 갑작스레 떠오르는 아이디어들 덕분에 눈도 제대로 못 뜬 상태에서 글을 쓰거나 메모를 하기도 한다. 그만큼 그 길에 대한 열망이 커지고 있으며 보이지 않는 미래이겠으나 나의 시간을 투입해 볼 가치가 있음을 경험하는 중이다. 월급을 뛰어넘어 일급과 주급, 자문료 등 상시 대가를 지급받을 수 있는 노동의 영역은 방대하다. 빠르게 나의 전문성을 조직에 기대지 않고 만들어 갈 수 있음을 인정하고 더 늦기 전에 스스로 생각한 가치 있는 방향으로 뛰어들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는 그렇게 물었다. 이사님은 그냥 일이 쉬고 싶은 것 아니냐고. 아니면 일하기가 싫어졌다거나.

당연한 얘기일 수 있다. 근로의 형태를 자의로 선택하여 출발한 커리어가 아니었으므로 첫 단추부터 잘못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따뜻한 조직의 품 안에서 나는 5cm밖에 크지 못할 코이 물고기였다. 제한된 환경에서 제한된 일들만을 찾아보았으니 나의 생각과 경험적 지식은 해당 범주 안에서만 적용가능한 얘기들이었다.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책과 외부강연, 온라인 클래스 등에 참여하며 하나둘 알게 되었고 그 신세계를 온전히 경험하기 위해서는 내 기존의 마인드와 사고방식, 편협했던 생각의 방향 모두를 바꿔야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여유 있는 마음이었다. 


누구나 시간에 쫓기고 돈에 쪼들리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겠지만 이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모두 같지 않다. 실패라는 생각보다 유의미한 경험으로 평가하며 그 과정에서의 배움을 기록한다. 반드시 나에게 때가 온다는 생각으로 매일을 갈고닦는 과정으로 여기며 충실했을 때 마음의 여유는 찾아올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진심과 성실함은 그 과정에서도 좋은 기회들을 선사한다. 장기적으로 내가 향하고자 하는 곳을 가리키는 나침반의 미세한 떨림이 있더라도 대승적 차원에서 도움이 될만한 일들은 얼마든지 경험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숨만 쉬며 손가락만 까딱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이런 기회들은 생각만으로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나를 드러내고자 하는 실행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전에 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도구들도 사방에 널렸다. 나의 시간을 아껴주고 빠르게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생산성의 도구 또한 나에겐 아군이 될 수 있다. 명령어만 제대로 입력한다면 말이다. Garbage in, Garbage out!



누구에게든 도움이 되고 필요할 수 있는 이런 생각들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나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하여 새로운 커리어를 열어가는 포문이 되길 희망한다. 유한한 우리들의 삶이 지금부터라도 빛나는 인생의 서막을 열 수 있기를. 

이전 23화 표현할 필요 없는 표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