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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각성하게 하는 것들에 대하여

by Johnstory

책과 음악, 커피 그리고 새벽 조깅.



언젠가 한번 내게 남겨야 할 것들에 대해 써본 적이 있다. 사실 매일 새벽 모닝페이지를 쓸 때마다 내 삶의 우선순위 혹은 중요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순위가 바뀌거나 새로운 것들이 불쑥 나타나지는 않지만, 매일매일 나 스스로에 대해 정의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통해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낼 다짐을 하게 된다.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무엇을 피하고 있고 무엇을 기다리는지 명확히 알게 되면 피곤해질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서 나의 의지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 과정을 보다 풍성하게 도움 주는 도구는 단연 책과 음악이다.



투샷의 에스프레소와 함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숨죽이며 살고 있던 내 안의 긍정활동 DNA가 자유분방하게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음악도 잘 골라야 한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은 한번 꽂히게 된 음악을 지겹도록 반복해 듣는다. 뮤직비디오나 영상을 보게 되면 그 안에 담겨있는 메시지를 생각하고 예술성에 감탄한다. 이어폰으로 음악만 들을 때엔 가사를 듣고 희미하게 들려오는 악기가 무엇인지 추리해 본다. 최근에 이찬혁과 이무진의 노래를 자주 듣고 있다. 내겐 좋다는 느낌을 넘어선 걸작들이다. 아티스트라 부를 만하다는 생각은, 일면식 없는 누군가의 마음을 그들이 써 내려간 가사와 창작한 리듬에 의해 출렁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런 작품으로 눈과 귀가 호강한 뒤엔 무언가를 써야겠다는 마음이 폭발한다. 정체된 것 같은 일상에 어떤 역동적인 변화를 줘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좀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 그것은 움직임으로 귀결된다.

고요하게 자리를 지키며 살던 나를 더 멀리 그리고 빠르게 달리도록 만든다. 새벽의 일출과 한낮의 태양과 가을 하늘의 구름과 공기와 빛 모두가 나를 지지하는 자연의 선물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중요한 건 이 감정의 파도가 출렁일 때만 반응하는 간헐적 인간이 되어선 안 되겠다는 다짐이다.



그럼에도 메마르지 않은 나의 감정이 언제든 요동칠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다. 말라버린 후엔 내 섬세한 세포들을 되살리기는 쉽지 않은 일일테니 말이다. 나의 생각과 감각과 본능적으로 손끝에서 피어나는 정제되지 않은 글이 피어나는 경이로움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도 끝없이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다양한 감정의 그릇을 크게 하는 데엔 독서만 한 것이 없다.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리고 느낄 수 있다. 내가 인지하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해선, 아무리 그 감정선을 건드려도 그게 뭔지 알 길이 없다. 그래서 읽는다. 인지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선 한계가 명확한 나의 자신의 레퍼런스 외에 타인을 통한 간접 학습이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내가 알지 못했던 사실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순간, 나는 각성한다. 음악을 들으며 느끼는 떨림과는 또 다른 감정이다. 앎의 즐거움이라는 말로 그 감정의 전부를 설명할 순 없겠지만 분명한 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될 때의 즐거움은 감탄할 만한 수준이다. 카페에서 책을 읽다 한동안 벅차오르는 기쁜 감정으로 혼자 기뻐했던 일도 부지기수였다. 언제나 그런 마음이 드는 구절을 적어두고 생각도 덧붙인다. 다시 그 문장을 열어보지 않아도 그때의 느낌들은 여전히 내게 남아있다.



이런 감정들이 건강한 방식으로 자라고 표현될 수 있도록 돕는 유용한 도구는 새벽 조깅이다.

결코 빠르지 않게, 그렇지만 너무 느리지도 않은 '나만의 속도'로 목표하는 시간 혹은 거리만큼 쉬지 않고 달리는 거다. 평일에 7km 수준 주말엔 12~13km 정도 조깅을 한다. 꽤 쌀쌀해진 날씨지만 1시간 정도를 달리고 보면 온몸이 젖는다. 그리고 그때의 기분은 매일 새벽 눈 뜨자마자 나를 밖으로 나가게 만든다. 또한 달린 날과 그러지 않은 날의 전반적인 컨디션, 마음의 상태 등의 차이를 경험해 본 후 난 무조건 달린다. 올여름에도, 가을에도, 비가 내리는 날에도 난 밖에서 달렸다. 달리는 동안엔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나의 숨소리와 발의 리듬에만 집중한다. As slow as I can을 계속 되뇌며 무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몸이 풀리면 나도 모르게 속도가 붙는다. 그래서 나는 심박수만을 기준으로 삼고 달린다. 138 bpm 이 넘지 않도록 말이다. 남들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 빠르게 달리는 것보다 매일 꾸준히 나만의 속도로 달리는 것, '달렸다'는 행위 그 자체가 중요하다. 하루의 시작을 조깅으로 하는 데엔 그 이유가 있다. 신발을 신고 나가 처음 달리기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10분 정도가 정말 달리기 싫은 고비의 순간이지만, 그 순간만 지나면 거짓말처럼 심박수와 마음이 모두 안정된다. 그때부터는 길을 따라 그저 달리기만 하면 된다. 컨디션을 봐가며 좀 더 달려볼까 혹은 오늘은 좀 일찍 마무리할까 와 같은 생각들을 하기도 한다. 보통은 '조금만 더'라고 말하며 힘을 내본다. 무리하지 않는 조깅의 수준이지만 달리는 동안 각성하며 어제의 나를 이겨보려 한다. 아주 작은 차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들을때마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지극히 개인적 취향의 노래 몇 곡.


https://www.youtube.com/watch?v=pwGIatI28Ts



https://www.youtube.com/watch?v=Fb2vc5QjrN4


https://www.youtube.com/watch?v=Yr-u_sTT3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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