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패배자라 여기지 말자.
그렇다고 애써 패배자라 느껴지게 만든 숱한 기억들을 애써 좋은 경험이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할 필요도 없다. 단지 내 인생에서 피해 갈 수 없는, 한두 번쯤은 겪었어야 할 일들이 하필 지금 이때 내게 벌어진 것이라 여기는 편이 낫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쩔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며,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담대함이 필요하다. 비겁해 보이는 순간이라고 하더라도, 스스로 그렇게 느끼는 것 말고 다른 여지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 받아들임 뒤에 동요하지 않고 웃어 보임으로써 다시 새로운 한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언제나 내 주위에 감사한 이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들과의 인연 그리고 우리들의 진심이 모여 새로운 날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감사한 일이다. 어쩔 수 없는 일도 있고, 미치도록 고마운 때도 있다.
모든 것이 어우러져 있는 삶을 발견하게 되면, 영원에 대해 겸손해지고 짧은 순간들의 합에 대해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지금까지의 삶은 부조화라 여기던 모든 것들의 조화로 만들어진 인생이었다. 내 삶이 이어지고 있고 오늘의 등불을 밝힐 힘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생은 기회 그 자체이다. 더 엄청난 무언가를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가장 큰 기회가 '살아있음'이다. 삶은 그렇다.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고 읽을 수 있고 쓸 수 있다면, 설령 그 외의 것들이 자유롭지 않은 상태라 하더라도 살아있음은 내일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한다. 매일의 현실이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여러 순간의 부조화들이 뒤섞여 만들어지는 것은 우리 인생 전체의 조화로움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 자체로 아름답다. 그러니 부디 스스로를 피해자라 여기지 말자.
나만 이렇게 살고 있는 것처럼 생각할 필요가 없다. 보기에 좋아 보이는, 부러워할 만한 누군가의 인생도 가까이서 관찰해 보면 여러 부조화의 연속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순간도 멀리서 보면 반짝이는 조화 속에 피어나는 아름다움으로 탄생한다. 결국 우리의 인생 전체의 조망은 조화와 희극이라고 생각하면, 그다음을 기대하게 된다. 생각할 수 있고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의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모두 나의 선택으로 풀려간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오늘의 부조화 속에서 내일의 조화로움을 바라보자. 그리고 설계해 보자. 지금의 어색함과 불편함을 내일의 무기로 활용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강구해 보자.
거창하게 들릴 수 있는 정면돌파가 아니더라도 꾸준히 나아가면 된다. 피하지 말고 계속해서 걸어가자. 그냥 가면 된다. 스스로 끝내거나 멈추지 말고 한걸음 한걸음 내디뎌보자. 그러지 못했던 순간들이 내겐 가끔 아픈 기억으로 되살아나기도 한다. Stop(Quit) 대신 Stay 했더라면 지금의 나의 모습을 어떻게 달라졌을까. 부조화의 당연함을 인지할 수 있는 혜안이 있었다면 나는 좀 더 담대하게 내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뒤늦게 깨달은 인생의 교훈이 만인의 공통사항이라 한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알게 되어 긴 인생의 아주 짧은 단편들의 부조화로 마음 아파하거나 고통받는 일은 현저히 줄어들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