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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들여 글을 쓴다는 것은

마흔일곱 해의 글쓰기 예찬

by Davca

나답고 멋있는 삶을 사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입니다.



유일한 방법도 아니고 지극히 평범한 것에 속합니다. 그러나 글을 통해 나의 길을 계속해서 개척해 갈 수 있습니다. 내가 써야 하는 글이 있다는 것, 그것을 꾸준히 써 내려가는 것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매일 내가 쌓아가는 것, 그것이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기회가 됩니다. 오늘 내가 해야 하는 일에 몰입하고 집중하는 것이 나의 내일을 만드는 행위입니다.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두고 정성을 다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내일로 가는 유일한 다리임을 알고 있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행하되 무리하여 기대하지 말고, 그 행위가 갖고 있는 고귀함과 고유함에 눈을 돌리면 내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매일 성실하게 글을 쓰는 것이 비결이 될 수 있습니다. 나보다 글을 더 잘 쓰고 더 많은 책을 팔 수 있는 작가는 많습니다. 그러나 내가 쓰는 글은,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입니다. 누구도 따라 할 수 없습니다. 내 영감도, 감정도 100% 이해하며 쓸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나는 나대로 쉬지 않고 써나가야 합니다. 그 문장의 유려함을 계산하지 말고, 투박한 흙내음이 나는 나의 글을 써야 합니다. 그리하여 땅 속에서 갓 수확한 당근에서 나는 냄새와도 같은 글이 좋습니다. 그러나 이런 자연스러움에는 용기와 우직함이 필요합니다.



매 순간 내가 해야 하는 것에 집중하나 보니 내 마하루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아주 쉽게 알아차렸습니다. 나는 안된 것이 아니라, 나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쉬지 않고 썼던 글이 내게는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습니다. 또한 글들로 인해 나의 하루가 더 풍성해집니다. 하루에 일정량(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이 200자 원고지 20장을 쓰는 것과 같이)을 쓴다는 것은 매일 나를 수련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육상선수가 매일 트랙을 달리는 훈련을 하고 수영선수는 수영장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학생은 학업에 정진하며 14시간 이상을 공부합니다. 작가는 그럼 어때야 하겠습니까. 매일을 쓰고 지우고 또 쓰고 지우면서 그것을 끝없이 반복해 나가야 합니다. 삶이단 마당 위에 나의 글은, 매일의 훈련은 씨앗이 됩니다. 그러니 부디 매일 해나가는 고정 일정에 가장 중요한 것을 두고 하루도 쉬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것을 다 성취했다면 나머지 시간은 내게 여유를 주고 휴식을 허락하기 바랍니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요. 바로 읽고 쓸 수 있는 체력과 능력입니다. 매일 달리기와 독서, 글쓰기. 이 세 가지면 충분합니다. 그에 필요한 도구만 있으면 됩니다. 나머지는 거추장스럽습니다. 이렇게 삶을 단순화하다 보면 남은 중요한 것들은 더 빛을 냅니다. 어느 순간 내게 드러나는 것들은 바로 이런 가치를 지닌 중요한 것들입니다. 나는 어떤 상황이건, 기분이건, 씁니다. 기뻐도 슬퍼도 우울해도, 매일 씁니다. 오히려 그러한 감정의 파도가 글을 쓰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생각의 다양함이 펼쳐지는 것 또한 나의 글이 빚어지는 과정을 돕습니다. 행운입니다! 글 쓰는 이의 태도는 글에 베어나게 마련입니다. 글쓴이의 시선은 글에 생명을 불어넣기도, 앗아가기도 합니다. 작가는 살리는 글을 씀이 옳습니다. 누군가는 해하는 글은 진정한 글이 아닙니다. 말과 글에 힘이 있음을 알고 있다면, 글을 쓰는 것도 말과 마찬가지도 올바르게 행해야 합니다.



나는 내가 혼자서도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글을 썼습니다. 보잘것없다 여긴 글 한편 한 편의 누적은 큰 의미를 만들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나는 내가 쓰는 글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의미를 부여하며 용기를 갖게 해 주길 바랐습니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반드시 할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리고 이일을 아주 잘하게 된다면 나의 일과 나의 길이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펼쳐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말과 글로 자신의 삶과 일에 지친 이들을 위해 시간을 내고 대화를 하며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런 기회들이 점점 늘어납니다. 물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시간과 싸우려 들지 말고, 시간의 힘을 이용하려 애썼습니다. 시간은 평범한 이가 가진 가장 값진 자산이자 무기입니다. 차곡차곡 쌓아가면 많은 이들이 그만둘 때 나의 가치는 우상향 하게 됩니다. 나는 단족자로서 내가 그리던 편안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것만큼 내게, 작가에게 의미 있는 길이 또 무엇이겠습니까. 아무 걱정 없이 밖에 나가 달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말입니다. 이를 통해 세상에 나 자신 그대로 알려지는 것만큼 즐겁고 흥분되는 일도 없습니다. 태어나 얻게 된, 품게 된 소명이 그것이라면 나는 기꺼이 그리고 매우 충실하게 나의 과업을 수행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글은 삶에 대한 해석입니다. 이 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한 개인적 서술입니다. 그리하여 저마다 쓴 글은 개개인의 고유성이 충만하며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과 새로움을 줍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의 공감과, 전혀 다른 경험과 시각을 가진 이들이 읽음으로 인해 느끼는 새로움이 바로 그것입니다. 공감과 새로움은 창조적 감정입니다. 공감은 위로가 되고 힘이 됩니다. 내가 혼자가 아님을 알게 합니다. 새로움은 미지의 땅을 발견한 것과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앎의 즐거움이 되고 내가 살지 못한 생에 간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허락합니다. 글을 읽었을 뿐인데 새로운 세계를 유영하고 있습니다.

쓰고 있는 와중에 약한 눈발이 날립니다.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 눈다운 눈을 구경하지 못한 곳에 살고 있어 잠시나마 계절의 머무름을 느낄 수 있는 이 순간에 감사합니다. 폭설과 한파로 고통받는 지역에 있는 누군가는 전혀 다른 마음일 줄로 압니다. 눈이 필요한 이들에겐 잘 드러나지 않고 달갑지 않은 곳엔 쉬지 않고 퍼붓는 상황이 야속할 따름입니다. 자연의 힘은 내가 어지할 수 없는 초월적 존재의 위력이니 그저 지켜볼 따름입니다. 그러나 나의 글은 이런 상황에서도 자유롭게 춤을 춥니다. 나의 생각은 메어있지 않으며 내가 만든 우주 안에서 제한 없이 떠다닙니다. 그리고 더 이상 지평의 확장이 어렵다 생각되는 때가 오면, 다양한 책들을 읽으며 그만큼이나 더 다양한 관점들을 학습하여 깨우칩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선 쓸 수 없는 노릇이니, 더 잘 쓰고 많이 쓰기 위해서는 나를 더 들여다보고 내 밖의 것들을 더 읽어가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책을 빌리거나 읽기 위해 도서관까지 걸어갈 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한두 권의 도서반납을 위해 외곽의 길로 달리기도 하니 절로 운동이 됩니다. 설계하기 나름입니다. 만들어가기 나름입니다. 그러나 다급해하지 않습니다.



'시간을 들여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꾸준하게 씀과 동시에 기다리는 과정입니다. 조금합을 내려놓는 시절을 겪으며 글을 통해 성숙해집니다. 물이 끓어 계란을 삶아 내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내가 원하는 삶은 계란의 상태에 따라 들이는 시간이 달라집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미숙한 글이 이어지는 시간은 나아가는 데에 있어 필수적이니 고통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 시간들이 쌓여 나에게 흡족한 글이 완성됩니다. 마음을 쏟고 정성을 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의 합만큼 짧은 문장에도 힘이 실리게 됩니다. 그러나 글의 힘은 무언가를 꽉 쥐어짜는 힘이 아닌, 놓아주는 힘입니다. 자유와 여유를 선물하는 일입니다. 억지로 짜내지 않아도 글이 술술 써지는 날이 있다면, 그런 날은 더 없는 축복입니다. 한때 억지스러운 글을 쓸 바엔 펜을 놓아버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만 경험상 그것은 옳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마치 10개월을 열심히 달리고 체력을 한껏 올려놓은 누군가가 한겨울 60여 일간 달리기를 쉬게 되어 심장이 약해지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매일 조금이라도, 아니 기왕이면 자신에게 약속한 분량은 어떻게든 써두는 것이 맞습니다. 글에도 근육이 있습니다. 단련할수록 단단해지고 그것은 나를 지탱해 주는 힘이 됩니다. 글의 근육을 기억할수록 간단한 글을 쓰는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나는 지금 내 글의 근육을 키워가고 있다. 매일 조금씩 정해둔 분량을 채워가며 나를 일으켜 세워보자.' 이런 다짐은 나의 글을 더 빛나게 해 줄 것입니다.



시간을 들여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완성해 가는 과정입니다. 보이지 않던 내 안의 존재를 일깨우고 알아차리며 오감의 눈을 활짝 뜨이게 하는 것입니다. 삶은 풍요롭습니다. 예민해진 감각은 일상의 풍요로운 현상들을 놓치지 않습니다. 무엇이든 써보기 위해 관찰하는 일상은 경이로움의 연속입니다. 오랜 시간 알지 못했던 내 힘에 대해 발견하고 뜻하지 않은 순간에 진주와도 같은 문장이 탄생하고 또 어딘가에서 그런 글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관찰할수록 아픈 일들도 있지만 대게는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끝에 걸린 일들이기에 글을 쓰는 나는 풍요로움 일색입니다. 시간을 들여 쓰는 글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삶의 선물 같은 일상을 좀 더 많은 이들이 알게 되길, 올 한 해는 그렇게 풍성한 시간들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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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고 누군가를 돕는 글을 쓰려 애쓰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경험과 지식과 상상과 지혜의 조화가 늘 머무르는 마음을 위해 명상을 하고 독서를 하며 나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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