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포옹을 나누며 생각하는 엄마의 단상
어두운 골목 사이, 세워둔 차를 찾는데 길이 헷갈린다. 조금 무섭고 외로운 길을 걸으며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애들은 자?"
평소보다 늦은 시간인데 아직 잠을 자지 않고 있다고 했다. 내가 집에 도착하는 것을 보고 잠이 들 요량이다. 겨우 차를 찾아 시동을 걸었다.
집에 도착하니 밤 열 시도 훌쩍 넘었다.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에 아이들이 '엄마' 외치며 뛰어나왔다. 하루동안 보지 못한 아이들을 품에 꼭 안았다.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오늘 저마다 있었던 사건을 보고했다.
"엄마! 나 오늘 축구하다가 배에 공을 맞았어. 진짜 아팠어."
약간은 엄살 섞인 투정이라 하더라도 그때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말을 건네야 한다. 아이는 엄마의 따뜻한 말로 놀란 마음까지도 치료받고 싶은 걸 테니까. 그 사이 둘째는 아빠를 부르며 엄마가 왔다는 소식을 전한다. 폴짝 뛰어오르며 안기는 다섯 살 아이에게 엄마가 왔다는 소식은 예상치 못하고 받은 과자 상자 같은가 보다. 남편도 나와 잠시 온 가족이 끌어안았다.
반기는 가족들과 포옹을 나누는 시간, 밖에서 이루는 성취와는 다른 안정감을 준다. 그럼에도 해야 할 일이 머리에 스친다. 이 순간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 나의 반응이 조금은 의외다. 아이들이 크면 온전히 누릴 수 없는, 최고의 순간이 아니던가.
아니다. 이런 나의 반응도 자연스러운 거다. 반갑고 함께 있어 좋은 것도 소중하지만, 나의 일을 사랑하고 책임감을 느끼는 나의 모습도 있다. 두 가지의 나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전해주는 소중한 사랑과 따뜻한 포옹을 나누는 돌봄이 포근해서 외려 머무르기 어색해하는 나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것 같지만 아이가 나에게 주는 사랑의 순간들이 나를 키운다. 사랑의 영양분이 차곡차곡 쌓여 참다운 열매를 꽃피우는 엄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