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적 사고와 관점의 중요성 35평 월 매출 2억 고깃집 기획 사례
최근 외식 업계에서 부는 큰 변화 중 하나는 ‘F&B 기획자’ 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외식 컨설턴트, 푸드디렉터 등으로도 표현되는 것 같다. 외식 산업이 점점 전문화, 고도화 되는 현상에 나는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번 글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업의 방향이다. 나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나름 F&B 기획이라는 일을 10년 이상 해온 사람으로서 이번 글에서는 기획자 또는 외식 컨설턴트를 꿈꾸는 분들이 보다 앞으로의 일을 수월하게 잡아갈 수 있도록 내용을 담아 보려한다. 소위 말하는 ‘라떼는 말이야~’ 어쩔 수 없다. 시간과 경험만큼 정직하게 증명해주는 것은 없다. 앞서 경험한 선배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 만큼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은 없다. 시간은 돈이다.
2021년도 초여름. 코로나가 극심하던 시기 컨설팅 문의가 들어왔다. 강남 압구정 상권 일대 고깃집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요청이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상권 개발부터 아이템도출, 디자인, 인테리어 그리고 마케팅까지 A to Z 손길이 닿았기에 더욱 애착이 갔다. 나는 컨설팅 의뢰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클라이언트가 초보창업인지 또는 경력창업인지 가늠한다. 초보 창업이라면 외식업 이전에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전공 또는 어떤 공부를 하였는지. 경력창업이라면 어느 상권에서 어떤 형태의 점포를 운영했는지 상대방의 배경 정보를 최대한 수집한다. 사업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서 기획 될 브랜드의 방향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외부 브랜드 컨설팅시 나 스스로도 가장 경계하는 것이 바로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의 경우다. 멋부려 힘들게 브랜드를 기획했는데 사업주체가 이해를 못하거나 또는 소화하기 어려운 경우를 말한다. 외식업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 만큼 론칭 후 인큐베이팅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클라이언트는 기획자와 함께 브랜드를 키워나가야 하는 파트너지 단순 브랜드를 만들어 전달하는 갑을 관계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외식업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 만큼 론칭 후 인큐베이팅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클라이언트는 기획자와 함께 브랜드를 키워나가야 하는 파트너지 단순 브랜드를 만들어 전달하는 갑을 관계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클라이언트를 존칭생략 A로 칭하자. A에게 내가 콕 찝어 강남 압구정 상권에 고깃집 업종을 추천한 이유 역시 사업주 배경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됐다. A는 대전 상권에서 이미 다점포를 운영 중이며 외식업력도 탄탄했다. 이미 실력을 겸비한 클라이언트가 외부 컨설팅을 받는다고? 의아해 할수 있지만 실제로 내가 현업에서 느낀 점은 대부분의 컨설팅 클라이언트는 첫 창업보다는 이미 잘하고 있는 분들이 더 잘 하기위해 요청한 경우였다. 역시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이다. 배경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면 그 다음은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다.
단순 창업일 경우 1차적인 창업의 목표는 수익이겠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수익이 아닌 다른 요소로 움직여 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기업형 외식업이 아닌 이상 나는 이러한 창업 니즈를 ‘자아실현’ 이라고 말한다. 보이지 않지만 외식업에도 일종의 계급도가 존재한다. 계급을 나누는 기준이 아이템일수도, 점포가 자리잡은 위치일 수도 아니면 브랜드가 갖는 유명세 또는 창업 시 들어간 투자금 등이 될 수 있다. 내가 만나본 창업자들 대다수가 일정 수준 이상의 장사력을 넘어가면 그 다음은 자아실현으로 창업의 방향을 돌렸다. 첫창업을 시장의 니즈에 맞췄다면 먹고 살만해지니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장르를 하는 것이다. 반대로 첫 창업시 시장의 니즈를 무시하고 본인의 색이 짙을수록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첫 창업시 시장의 니즈를 무시하고 본인의 색이 짙을수록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프로젝트를 맡겨준 클라이언트에게 서울 진출은 상징적라 판단했다. 기존의 양식 베이스의 레스토랑을 운영했던 클라이언트 역시 코로나로 인한 타격을 크게 받았기에 상대적으로 외부 환경적 요인을 덜 받는 안정적인 아이템이 필요했다. 이번 컨설팅은 코로나로 위축된 매출에 새로운 물길을 터야하는 상황이었고 또한 클라이언트 개인적으로도 대전이 아닌 서울에서의 출사표와 자리매김이 중요했다. 망설이지 않고 고깃집을 추천했다. 세부적으로는 단체형 고깃집이 아닌 소고기를 베이스로한 복합 구이 전문점을 제안했다. 코로나로 인해 단체형 고깃집의 수요는 줄어든 반면에 오히려 가치소비 성향이 늘면서 소고기와 같이 고급육 구이에 대한 수요가 확대 되는 양상을 관찰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고깃집은 내돈 주고 먹는 것 vs 남이 사주는 것(법인카드) 으로 나뉜다. 실제로 내돈주고 먹을 때보다 남이 사줄 때는 구매 기준이 관대해진다. 특히 법인카드 사용시가 그러하다. 하지만 코로나로 법인카드 사용량이 제한되면서 개별적 고깃집 수요가 많아졌고 소비자는 이전 보다 많은 것을 따지게 된다. 그래서 나는 코로나 시기 고깃집의 콘셉트가 가장 고도화됐다고 생각한다.
나는 단번에 강남 압구정 상권을 추천했다. 압구정 상권이 몇 년 전부터 재기하면서 코로나 시기 라이징한 상권 중 하나인 압구정은 현재 거의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군계일학이라고 했던가. 수많은 콘셉추얼한 식당들이 도처에 있지만 막상 압구정 생활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먹을 곳이 없다’ 라는 말을 듣게 된다. 여기서 먹을 곳이라 하면 자주 방문할 수 있는 일상적인 식당을 의미한다. 필자도 강남 생활권 밀접해 있는데 매번 기획형 식당들이 즐비한 강남쪽에서는 피로감에 오히려 편안한 식당을 찾았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클리아언트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묵직한 브랜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단기간에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닌 롱텀으로 바라보자는 전략이었다.
컨설팅을 포함해 브랜드를 오픈하게 되면 현업 플레이어, 고객 등 수많은 사람들에게 평가를 받게 된다. 사실 식당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기준점이 모호하다고 생각한다. 단순 매출력으로만 바라볼 것인지 유명세, 또는 산업 기여도 등 다양한 관점으로 브랜드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외식업에서 갖는 인스타그램의 영향력 그리고 한국인의 빨리빨리 근성 때문인지 오픈을 하면 초반에 바로 줄을 세워야 좋은 가게라는 인식을 갖는 것 같다. 유명세라는 달콤한 유혹.
나는 그동안 대형 자본을 투입하여 만든 다양한 식당들의 화제성을 지켜봤다. 오픈 초기 분명 인정할 수 있는 기획력이 아니었음에도 줄을 서는 고객들을 보며 나 스스로의 판단이 틀렸나 생각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는 역시 채 일 년도 가지 않아 업종을 변경하거나 문을 닫는 곳들도 있었다. 외식 산업의 호흡이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 같다. 시장 선점도 중요하지만 사람도 그렇든 호흡이 빨라지면 과호흡이 오기 마련. 외식업도 제 호흡을 찾아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는 외식 브랜드를 바라볼 때 사계절을 지켜보자는 주의다. 야생과 같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일년 남짓 버틴다는 건 많은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현업자로서 또 컨설턴트로서 바라보는 관점이 확고해지니 치장하기에 바쁜 수 많은 브랜드들의 흥망을 보다 느긋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단시간이 아닌 롱텀으로 바라보자는 전략에 흔쾌히 응해준 클라이언트. 감사하게도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브랜드 기획 시 무조건 세상에 없던 것. 예쁘고 멋지고 튀는 기획을 해야한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물론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클라이언트 니즈에 따라 안정감있는 브랜딩을 원하는 분들도 만하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외식업은 예술 이전에 장사를 기본기로 다져야 한다.
앞서 새로운 것을 창작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 놓으라는 말에 대한 연장이다. 나는 컨설팅 상담 시 클라이언트의 니즈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갖는 장점 또는 장기 파악에 집중한다. A는 양식 베이스 외식업을 시작해 바쁜 주방에 익숙했고 무엇보다 한정식과 돼지국밥 전문점 브랜드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이후 A가 운영하는 식당의 음식, 콘텐츠를 파악하기 시작하니 새로운 브렌드에 활용할 수 있는 많은 요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중 한정식에서 사용한 반찬메뉴와 국밥을 꺼내어 고깃집에 접목 시켜보는 것을 추천했다. 고깃집과 같은 저녁형 장사에서 점심 매출 활성화는 숙명과도 같은 부분인데 오히려 점심 영업에 능숙한 A의 장점을 활용하자는 일종의 역발상이었다. 가장 먼저 맑은 돼지국밥 조리 노하우를 활용해 서울에서는 돼지가 아닌 소국밥으로 변형한 메뉴들을 기획했다. 고깃집에서 점심과 저녁을 균형있게 운영하려면 역시 최대 해결과제는 인건비다. 특히 국밥류는 점심 폭발력이 크기 때문에 많은 대기 인력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 인력을 그대로 저녁 까지 가져가려면 기본적인 매출이 받쳐줘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컨설팅 상담 시 클라이언트의 니즈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갖는 장점 또는 장기 파악에 집중한다.
메뉴 기획 시 필자는 준거가격을 민감하게 바라보는데 이왕 같은 조리법이라면 돼지가 아닌 소를 활용해 판매가를 높이자는 의도였다. 쉽게 말해 돼지베이스의 국밥은 만원을 넘기 힘들지만 소 베이스의 국밥은 만원을 넘겨도 소비자가 충분히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갈비탕과 같은 맑은 고깃국물 강력선호의 서울 입맛에 소국밥은 고객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었으며 비선호부위를 활용하기 때문에 갈비탕이 갖는 식자재 원가 부담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소형 매장일수록 전문성은 필수요소다. 30평대 소형 고깃집인 <도산뚝배기>에서는 소국밥을 가져감으로써 전문성을 가져갈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기획자 관점에서 매번 새로운걸 만든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창의적인게 떠오르지 않을땐 잠시 시선을 돌려 기존의 것들 중 장점을 찾아 극대화 시키는 연습을 해보면 전혀 다른 관점이 보일것이다. 상대방의 장점을 찾아내는 눈을 갖추는 는 것은 좋은 기획자가 되기 위한 필수 자질이다.
상대방의 장점을 찾아내는 눈을 갖추는 는 것은 좋은 기획자가 되기 위한 필수 자질이다.
메뉴가 탄탄하게 받춰주니 이제 콘텐츠를 만들 차례다. 나는 브랜드 기획 시 개인적으로 상호(브랜드네임)가 절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름 따라 간다고 했던가, 그래서 나는 브랜드 네이밍에 많은 힘을 쏟는다. 초기 의도처럼 이번 브랜드는 힙해서도 너무 화려해서도 안되며 3년, 5년 아니 10년이 지나서도 이름이 촌스럽지 않고 편안할 수 있는 이름에 방향을 두었다. 특히 점포 론칭 시점은 2021년도 여름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던 시기라 많은 저녁 식사, 모임형 고깃집들이 맥을 못추는 외부 요인을 감안하여 저녁이 아닌 점심부터 먼저 띄우는 전략으로 설계했다. 저녁보다 점심을 앞세워 문턱을 낮추자는 의도였다. 그래서 고깃집이지만 점심 식사형 콘셉트가 간접적으로 느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도산뚝배기> 라는 상호를 작명했다. ‘도산’ 은 식당이 위치한 도산대로에서 따온 이름이다. 대개 식당을 오픈할 때 해당 지역명을 선점하는 것을 매우 중요한 네이밍 전략 중 하나라 생각한다. 일종의 대명사처럼 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도산뚝배기의 ‘뚝배기’ 는 이곳 점심 주력 메뉴가 탕반 베이스의 뚝배기 메뉴임을 감안해 지었다. 상호를 통해 식당에서 판매하는 메뉴를 고객이 어느정도 연상할 수 있게 하는 것 역시 대중식당 브랜딩 시 기억해야할 부분이다.
혹자는 너무 국밥집 상호라서 오히려 고깃집 수요가 적어지면 어떡하냐는 우려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확신이 있었다. 오히려 점심형 상호로 고깃집 안착에 성공한다면 오래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고깃집을 기억할 때 상호 뿐만 아니라 공간이 주는 무드와 함께 기억한다. 이것은 브랜딩 시 네이밍부터 공간까지 연계된 일괄 작업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요즘은 SNS마케팅을 통해 충분히 콘셉트를 설명할 수 있는 채널이 확보되어 콘텐츠를 명확히 갖는다면 얼마든지 고객에게 설명할 수 있다.
국내 외식 산업은 특히 유행을 쫓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경기불황을 대변하는 듯 안정적 아이템 선호현상이 많아졌고 특히 돼지고기 시장이 포화상태다. 프랜차이즈를 넘어 개인 기획형 고깃집들까지 많아진 상황에서 돼지고깃집으로 승부수를 띄우기엔 많은 기회비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내가 도산뚝배기를 소고기 전문점으로 정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특히 강남 압구정 상권은 국내에서 몇 안되는 소고기 선호 상권이다. 흔히들 메뉴판 가격도 안보는 고객이 도처에 널려 있는 상황에서 높은 객단가의 메뉴를 가져가는 것은 당연한 전략이다. 특히 한우 소고기를 주력메뉴를 함으로써 '소고기' 라는 식자재를 공통분모로 함으로써 점심 소국밥과 자연스러운 콘셉트 연결점이 생겼다. 직접적인 키워드를 도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암묵적인 브랜드 연계점을 요소요소에 배치하는 것 역시 브랜딩 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무엇보다 저녁에 취급하는 한우는 점심 국밥에 사용하는 수입산 소고기 이미지를 상쇄하는 간접효과까지 갖는다.
직접적인 키워드를 도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암묵적인 브랜드 연계점을 요소요소에 배치하는 것 역시 브랜딩 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저녁 구이 메뉴는 참숯직화를 기본으로 소고기를 메인으로 하되 돼지고기까지 뒷받침해 전천후 식당이 되기 위해 구성했다. 강남 상권의 경우 끌어올 수 있는 모수가 많기 때문에 브랜드 색은 가져가되 많은 고객 방문 경우의 수를 채울수 있게 했다.
점심에 장기로 꺼내놓은 소국밥은 그대로 저녁에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소고기 베이스 육수라는 확실한 강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국밥 맑은 베이스이 국물은 다양한 요리로 활용하기 좋았다. 육수를 베이스로 저녁 찌개 메뉴를 잡았고, 동치미와 희석해 평양식 냉면을 만들어 고기 먹고 마무리 식사로 구성했다. 육향이 짙은 냉면 육수는 서서히 점심에도 좋은 반응을 얻게 됐다. 국물 문화가 짙은 한식 카테고리에서 업장에서 고유한 육수를 만들어 낼수 있는 건 큰 장점이다. 국밥집 또는 양념베이스의 갈비집 등과 같은 곳은 한번 고객의 입맛을 길들이면 그 고객은 쉽사리 이탈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본인 입에 맞는 곳을 무의식적으로 찾게 된다. 공산품 베이스 시스템화 되어가는 외식 시장 속에서 약간의 수고스러움으로 만들어내는 맛의 차이. 기본이자 본질적인 외식업 요소가 전략이 되는 시대가 돌아왔다.
국물 문화가 짙은 한식 카테고리에서 업장에서 고유한 육수를 만들어 낼수 있는 건 큰 장점이다. 국밥집 또는 양념베이스의 갈비집 등과 같은 곳은 한번 고객의 입맛을 길들이면 그 고객은 쉽사리 이탈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그니처 '깍둑등심'과 수입산 늑간을 활용한 '장대살'을 포함해 이곳 <도산뚝배기>에만 있는 컨텐츠가 있는 메뉴 기획과 디테일 놓치지 않았다. 앞서 다른 글에서 강조한 고깃집 브랜드 기획 전략 중 시그니처 비주얼을 만들기에 대한 일환이다. 같은 원육, 부위를 풀어내는 방법에 따라 고객에게 다르게 전달된다. 또한 식당만의 시그니처한 비주얼을 갖추면 향후 SNS 마케팅에 용이해진다. 보다 효율적으로 기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기와 어울리는 가니쉬(색감), 그릇(부피감), 담음새(배열) 등 다양하게 구현해보는 연습을 해보자.
컨설팅이란 기획자로서 클라이언트에게 믿음을 주고 설득하는 과정의 반복이라 말하고 싶다. 그 과정을 버텨내주는 것은 서로가 기다려주는 인내심의 자세일 것이다. 최근 기획이라는 화려함에 가려져 자칫 기획자 한명만의 공로로 프로젝트가 조명 받는 경우를 많이 봤다. 물론 새로운걸 만들어낸 기획자의 노력을 공감하는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느낀건 매 작업 그 뒤에는 기획자의 상상속에 그려진 그림을 믿고 기다려주는 클라이언트의 인내심이었다. 비록 프로젝트는 성공 시켰지만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놓치지는 않았는지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눈높이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는것 역시 기획자가 갖춰야 할 필수 요건이다.
비록 프로젝트는 성공 시켰지만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놓치지는 않았는지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가게를 오픈하고 나면 긴장감이 모든 곳을 감싼다. 성적표를 받는 순간. 첫술에 배부르면 분명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처음에 빵하고 터지지 않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외식업에서는 피보팅(pivoting)이 빠른 것 역시 중요한 성공 전략이 될수 있다. 피보팅이란 쉽게 말해 사업의 방향을 변경하는 것이다. 컨설턴트는 매 프로젝트시 혹시 모를 플랜B, 플랜C 등 다양한 상황적 변수에 대한 대안책을 준비해야 한다. <도산뚝배기>는 완성도 높은 상품을 갖췄으니 이제 브랜드화 하는 과정에 총력을 다해야 했다. 브랜드는 부가적인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불특정 다수에게 암묵적인 신뢰와 특정 이미지를 제공한다. 기획 초기 의도했던 강남 상권 타깃에 맞게 <도산뚝배기>만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이야기를 전달했다. 파사드 인테리어 디자인부터 SNS에 담겨지는 마케팅까지 모두 일관된 이미지를 구축하는 작업이다. 상품력과 완성도를 바탕으로 전문성이 만들어지고 여기에 시간과 역사가 더해지면 브랜드가 탄생된다. 아무리 자신 있는 분야랴도 초기에는 고객에게 '전문점'으로 인정받고 장기적으로 브랜드화 하려면 역시 시간이 필수 요소다. 컨설턴트가 사후 관리 관점의 장기적인 시각을 갖춰야 하는 이유다. 지속적인 마케팅 모니터링과 시간이 흐르는 동안 쌓여질 그곳만의 내공, 노하우 그리고 이야깃 거리도 꾸준히 만들어야 한다. 전문화는 곧 브랜딩의 초석임을 명심하자.
상품력과 완성도를 바탕으로 전문성이 만들어지고 여기에 시간과 역사가 더해지면 브랜드가 탄생된다.
<도산뚝배기> 역시 코로나라는 악재 속에서 오픈 했지만 지속적인 콘텐츠 노출과 전문화 그리고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 전달을 멈추지 않았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었는지 유명 TV프로그램에 방영되며 브랜드로서 굳건히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여기서 눈 여겨볼 점은 프로그램 내에서 다뤄진 내용의 대부분이 초기 브랜드 기획의 의도했던 요소 그대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모르지만 기획자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 아닐수 없다. 30평대 고깃집 월 매출 2억. 이 모든 결과물은 결코 컨설턴트인 나 혼자 만든게 아니며 클라이언트와의 상호 믿음과 지속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시 한 번 믿고 맡겨준 클라이언트에게 감사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