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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빈 May 09. 2024

한식 세계화 현상이 아닌 뒷면을 봐야 하는 이유

세계 여행을 통해 느낀 국가별 한식 컬쳐 코드

아프리카에서 보양식으로 급부상한 라면     


구호 활동을 하는 지인으로 부터 들은 이야기다. 아프리카 빈민 지역에 다양한 구호물품을 보내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신라면이었다. 가볍고 유통 기한이 길고 조리가 편리하고 단 기간에 열량을 채워줄 음식은 라면만 한 게 없을테니까. 매콤한 라면의 국물 맛이 아프리카 로컬 입맛에도 꽤 잘 맞는다고 한다. 물품 지원을 아프리카인들이 고열량의 라면을 섭취하고 그 중에는 회복된 체력 탓인지 병세가 회복된 사람들도 여럿 생겼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의 라면이 아프리카 특정 지역에서는 일종의 보양식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우리의 간편식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보양식이 될 것을.     


이렇듯 모든 현상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컬쳐코드가 존재한다.     


케냐 홈쇼핑에도 소개된 한국의 신라


한국인이 되고 싶어하는 동남아시아     


동남아시아 한식 시장에 대한 개인적 느낌은 한국 그 자체라는 점이다. 한국인처럼 생기고 싶어 성형수술을 할 정도니 외식업도 어설픈 현지화 보다는 한국에서 통하는 그 자체를 소비하고 싶어하는 니즈가 강하다. 지극히 한국적인 포차감성을 녹여낸 곳부터 지금 당장 홍대 거리에 오픈해도 무방할 수준의 헌팅포차까지. 되고 싶은 대상을 워너비라고 한다. 이러한 니즈가 강하게 녹아든 동남아에서는 확실히 콘텐츠가 강한 브랜드가 인기를 얻는 듯 보인다. 마치 몇 년 전 SNS가 활성화됐던 한국의 초창기를 보는 듯 하다. 한국의 흐름을 따라간다면 동남아시아에서도 결국 거품이 걷히고 본질적인 접근의 사업모델이 살아남겠지.      

베트남 호치민에서 인기 있는 한국식 포차

남미의 덕후 문화와 한식의 방향     


중남미 여행 중 놀랐던 건 그동안 다녔던 국가 중 한류 문화에 의외로 열광적이었다는 점이다. 이미 이전에 일본 문화가 녹아든 듯 했고 실제로 다양한 일본 애니 굿즈를 길거리에서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코스프레 등 덕후 문화가 꽤 자연스러웠다. 파고드는 동양의 팬덤 소비가 남미에 스며든 듯 했다. 전 세계 케이팝 열풍의 시작 역시 남미로부터 였다는게 예사말은 아닌 듯 했다. 남미에서 한식의 소비는 어땠을까? 한국식 비비큐를 기대했던 것과 달리 남미에서의 한식은 덮밥, 면류 등 식사 판매가 주를 이뤘다. 대부분 젊은 층이었고 오리지널리티를 기대하기 보다는 한국이라는 이미지 그 자체의 소비를 가볍게 즐기는 듯 했다. 케이팝이 그러했다면 분명 한식의 방향도 남미를 통해 찾아보는 것도 꽤 논리적인 접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남미 아르헨티나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덕후 문화


뉴욕의 한식, 가벼워질 필요가 있다     


최근 뉴욕에 오픈한 한국식 기사식당이 화제다. 이전에는 냉동김밥 열풍이 각종 언론에 소개됐다. 실제로 한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현장에서 내가 느낀 것은 다소 과장된 부분이 없지 않았다. 냉동김밥은 스시를 이해하는 중산층 소비자들의 관심이었고 맨하탄 도심에서 소비되는 한식은 고급 다이닝을 겸비한 고깃집이 대부분이다. 힙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게 뉴욕이기도 하니깐. 한식 세계화를 논하려면 보다 일상적인 접근이 필요 하다는게 내 생각이다. 한식은 늘 일식과 비교된다. 일식이 인기 있는 이유는 특유의 가볍고 세련된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맨하탄의 오피스맨은 한국식 김밥보다는 스시롤을 소비한다. K-BBQ 기반의 한식은 가격을 포함해 여러모로 무겁게 느겨진다. 한식의 글로벌화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숙제는 한식 특유의 ‘무거운 이미지’ 탈피다. 패션도 꾸안꾸가 가장 멋스러운 것처럼.     

뉴욕에서 인기 있는 일본식 핸드롤 스시
뉴욕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국식 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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