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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과 술이 모두 되는 콘셉트 정말 실현 가능할까?

레이어링을 통한 주점형 식사집 <주백> 브랜드 기획 사례

by 김원빈

불황이 확실하게 체감되는 2025년 상반기였다. 그럼에도 돌파구를 찾아 나아가야 한다. 보편적으로 소비가 위축됐을 때는 저가형 브랜드가 강세다. 그리고 국밥, 국수, 삼겹살 등 서민형 아이템이 눈에 띈다.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필수재 성격의 외식업은 방어선을 갖추고 고객의 경험적 소비에는 더욱 신중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어설픈 완성도로는 맥을 못추스리기 일쑤다. 반짝 했던 한우 오마카세보다 이모카세가 와닿는 요즘이다.


이제 사람을은 식당에 많은 의미를 찾기 보다 다양한 용도를 추구하기 시작한 듯 하다. 단순히 가격만으로 어필하는 1,900원 맥주집의 하향세와 달리 단단한 식사메뉴와 주류를 같이 겸비한 친숙한 한식주점이 눈에 띄는 이유다. 모두의 취향을 수렴하고, 만족스러운 식사와 주류 소비 그리고 모일 수 있는 공간의 제공(소셜라이징) 등 다목적 용도를 갖춘 대형 고깃집의 꾸준한 선전 역시 같은 맥락으로 바라볼 수 있다. 포장술이 아닌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진 지금이다.


식당의 용도 설계에대한 내용에 맞춰 배달의민족 강의에서 연이 닿아 의뢰해준 클라이언트의 프로젝트를 이번 글에 담아보려 한다. 프랜차이즈 순댓국 브랜드를 운영하시다 개인 매장으로 전환한 뒤 방향성을 잃은 상태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비단 이분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가 마주하는 일반적인 일일지도 모르겠다. 컨설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단순 브랜드 기획 뿐만 아니라 운영하는 점주의 본격적인 체질개선을 목적으로 한다. 이곳 역시 기존의 <순대만찬>이라는 식사전문 업종과 24시간 운영이라는 고질적인 피로도를 개선하고 효율적인 운영방식으로 개선이 필요했다. 순대국이라는 일상적 식사는 <순대만찬>이 위치해 있던 주거 항아리 상권에서 비교적 매출 등락이 적고 고정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낮은 객단가와 인근 신규 프랜차이즈 브랜드 출점으로 꾸준히 경쟁 위협이 생기는 요소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무기가 필요했다. 무엇보다 프랜차이즈에서 개인 브랜드로 넘어왔을때 전문성이 소멸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전략이 필수다.


<순대만찬>은 가장 먼저 24시간 영업을 멈추면서 짧아진 영업시간 내에서 매출을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그렇기 위해서는 식사 중심의 점심 매출과 달리 저녁은 요리와 주류 기반의 높은 객단가의 메뉴와 판매방식이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이곳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가파르게 오른 인건비와 식자재 상승 그리고 불황과 맞물려 주점형 식사 형태가 각광받는 이유다. 점심에는 밥을 팔고 저녁에는 술을 파는 방식. 모든 장사의 지향점같기도 한 형태. 말로는 쉬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성공 모델을 찾기 힘든건 그만큼 난이도가 있는 방식임을 의미한다. 주점형 식사집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브린댕 이전에 일종의 설계도가 중요한 이유다.

브랜드 리뉴얼 이전의 모습 구. <순대만찬>


01 리딩 아이템 설정과 중의적 상호 네이밍


주점형 식사집과 같이 용도를 다각화한 모델을 설계 하기 위해서는 리딩 아이템을 먼저 설정해야 한다. 순대국 전문점이었던 <순대만찬>과 달리 새롭게 선보이는 브랜드에서는 저녁 요리가 어우러지기 위해 보쌈 메뉴를 접목 시켰다. 그렇다면 이곳은 '보쌈을 파는 순대국 전문점'일까 이니면 '순대국을 파는 보쌈 전문점' 일까. 전자는 리딩 아이템이 순대국이 되고, 후자는 보쌈이 된다. 리딩 아이템은 식당을 보았을 때 고객이 떠올리는 첫번째 음식이다. <순대만찬>은 앞서 24시간 영업 중단과 저녁 매출 활성화라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했기에, 이에 부합하는 아이템인 보쌈을 리딩 아이템으로 설정한다. 기존의 순댓국을 찾는 고객을 구축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서브 아이템으로 순대국을 배치함으로서 보쌈을 보조하는 역할을 부여하게 되는데, 주인공이었던 순대국을 서브로 옮김으로서 고객의 전문성에 대한 기대치는 낮추면서 아울러 보쌈과 함께 묶여 만족감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수 있개 된다.


<주백> 브랜딩 / 파사드 기획안
<주백> 브랜딩 / 파사드 기획안
실제 리뉴얼된 <주백> 파사드


메인 아이템을 보쌈으로 정했으니 이에 걸맞는 네이밍이 필요하다. <순대만찬>과 같이 점심형 메뉴를 직접적으로 상호를 통해 노출하게 되면 저녁 고객을 끌어 당기기 어렵다. 따라서 나는 점심과 저녁을 아우를 수 있는 중의적 상호를 사용하는 편이다. '술과 밥' 이라는 직관적 의미를 담아 주백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주백보쌈 또는 주백순대국 두 메뉴에 붙어도 어색하지 않은 어감이 마음에 들었다. 브랜드 네이밍을 할 때 의미 외에도 나는 어감에 꽤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입으로 불렸을 때 자연스럽지 않으면 확실히 한 번 더 설명이 들어가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설명 작업은 곧 마케팅 비용으로 연결된다. 동네 장사라는 자영업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때로는 이러한 경제적인 상호가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주백> 브랜드 네이밍과 아이덴티티 구축



고객에게 첫번째로 노출 되는 간판에는 대표 메뉴인 순대국과 보쌈을 함께 표현했다. 점심과 저녁 모두 고객에게 직관적으로 노출될 수있게 유도하기 위함이다. SNS 마케팅의 역할이 점점 줄어들고 간판(파사드)의 시대가 오고 있다. 식당의 외관은 무엇을 파는가를 포함해 고객에게 가장 먼저 각인 되는 첫 인상이다. 주점형 식사집,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식당 파사드에도 두 가지 무드를 절묘하게 갖춘 일종의 코디에이션이 필요하다.


02 레이어(Layer)를 활용한 브랜딩과 경제적 공간 기획


새롭게 오픈하는 식당이 아닌 <주백>과 같이 기존의 메뉴를 살려 업종변경을 하는 경우 기존의 것을 활용해야 하는 조건부가 따른다. 나는 이걸 레이어(layer)를 활용한 브랜딩이라고 칭한다. 이미 순댓국 전문점(식사집)이라는 이미지가 존재한 상태에서 그 위에 술집이라는 형태를 쌓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시간이라는 재료가 필요하며 이레이어를 잘 활용하면 보다 효과적인 브랜딩이 가능해진다. 또 다른 예로 필자가 운영하는 <한강로칼국수보쌈> 이라는 브랜드 역시 초기 <한강로잔술센터> 라는 칼국수를 기반으로한 술집으로 시작했다. 이 후 백화점 특수상권 출점을 위해 식사 전문점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마지막 <한강로칼국수보쌈>이라는 주점형 칼국수집으로 완성한 케이스다. 칼국수집에서 점심과 저녁요리와 술 매출이 균형잡힐 수 있었던 것 역시 초기 주점을 기반으로한 레이어가 존재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술과 밥을 겸비한 식당을 새로 창업 하고자 할 때 야심찬 목표와 달리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러가지 메세지를 한 번에 전달하고자 하는 욕심때문인 경우다. 다양한 용도를 갖춘 식당 특히 주점형 식사집과 같은 형태가 특히 그러하다. 불황에 맞게 다양한 고객의 목적에 부합하는 식당 모델을 기획 하고자 하자면 이처럼 레이어를 시간 플랜에 맞게 차곡 차곡 쌓아가는 전략적 방향으로 시도해보는 것이 오히려 안정적일 수 있음을 기억하자.


(우) 현재의 <한강로칼국수보쌈> / (좌) 초기 술집 이미지의 <한강로칼국수>


<주백>은 기존의 식사집 이미지 위에 한식주점 이라는 레이어를 올리기 위한 메뉴들로 구성했다. 대표적으로 보쌈과 즉석으로 부쳐내는 전류를 필두로 이에 어울리는 무드 구현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술을 팔기 위해서는 메뉴 뿐만 아니라 공간 구현이 중요하다. 술은 분위기로 마신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같은 아이템일지라도 무드에 따라서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 외식업에서 일반적으로 식사집은 직관적 메세지로, 주점은 무드로 소구 되는 경우가 많다. 술집 장사에 비교적 젊은 대표들과 감각적인 사람들이 더 많이 뛰어드는 이유다. <주백> 역시 기존의 식사집 이미지를 탈피하고 한식주점풍 파사드를 구현에 초점을 맞췄다. 주점형 무드 구현을 위해 몇 가지 힌트를 나열하자면 외식 가로열 보다는 세로배열이 주점 이미지를 연상 시키고, 하얀 조명보다 노란빛 전구가 편안하게 술을 마시게 한다. 식사는 테이블간 간격에 민감해지지만, 포차는 복작복작한 분위기가 때로는 술을 더 당기게 한다. 현장에서 얻어진 이런 감각들이 더해지니 그리고자 하는 그림이 또렷해지고 큰 공사 없이 저렴하게 매장 구현이 가능해진다. 공간에 대한 감도를 높여야 하는 이유다. 공간은 돈을 바르는게 능사가 아닌 일관된 메세지와 자연스러움이 중요한 분야다. 마침내 <주백>은 미리 준비만 기획안대로 하루만에 공간 세팅이 완료됐다. 클라이언트도 만족하고 무엇보다 큰 비용을 투여 하지 않고 변화감이 주어졌을 때 기획자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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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불황형 아이템 '보쌈' 에 대한 특급 인사이트


<주백>에서 저녁 매출 활성화와 한식주점 이미지를 강화 하기 위해 리딩 아이템으로 보쌈을 도입했다. 보쌈은 특벌한 노하우 없이 초보자도 접근 가능한 난이도의 메뉴며 구이와 달리 수입육을 활용해 안정적인 원가 방어선을 구축할수 있는 경제적인 아이템이기도 하다. 한 상 크게 차려 나오는 보쌈이 주는 음식의 정서는 든든한 식사와 반주를 가능하게 해 경기가 불황일수록 각광받는 음식이다. 낮에는 점심 국밥 메뉴와 작은 접시로 접목해 객단가를 높일 수 있는 정식 메뉴로 기능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프랜차이즈 외에 아직 보쌈 전문점이라는 타이틀이 각 상권별로 부재한 것 역시 블루오션으로 느껴진다. 도처에 고깃집은 많지만 삼겹살 전문점 하면 떠오르는 곳이 잘 없는 이유와 상통하는 부분이다.


<주백>의 대표메뉴 보쌈이 포함된 한 상


<주백>에서는 주점의 이미지와 보쌈 전문점의 이미지를 갖추기 위해 몇가지 차별화 전략을 모색했다. 첫 번째는 '하얀보쌈' 의 구현이다. 보쌈을 포함해 일상적 한식은 고객이 사진만 봐도 이 곳이 맛을 기대할 수 있다. 일종의 학습과 경험치를 통한 인사이트다. 인스타그램 음식 사진에 흔히 달리는 댓글 중 '이 집은 찐이네' 라는 말들이 보이는 것 역시 모두 학습된 인사이트를 통해 직관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걸 증명한다. <주백>의 하얀보쌈 역시 사람들이 기대하는 찐맛집의 이미지를 갖추기 위함이었다.


프랜차이즈 보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점포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감성을 전달해야 했는데 프랜차이즈 보쌈은 품질을 균일화 하기 위해서 대개 진한색의 양념을 더해 보쌈을 삶는다. 그 결과 수육의 껍질 겉부분이 까맣게 물드는데, 배달 보쌈에서 이와 같은 형태를 많이 볼 수 있다. 이와 반대되도록 주백은 별도의 첨가물을 최소화 하여 마치 집에서 삶은 듯한 느낌의 하얀 보쌈을 만들었다. 하얀색의 보쌈은 원육을 강조하고, 갓 삶아야만 유지 가능하다는 메세지가 담긴 일종의 품질 지표였다. 그리고 대다수의 고객은 이러한 하얀 보쌈을 그리워 하고 있다고 예상했고 그 결과 하얀보쌈이라는 스위치는 확실히 고객의 반응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


수입 가브리살을 사용해 보쌈 한 상이라는 모둠 구성으로 비교적 높은 판매가로 구성해 고객의 만족도와 원가 안정성을 동시에 갖춘 경제적인 메뉴를 만들었다. 앞으로 삼겹살과 앞다릿살이 주를 이루었던 보쌈에도 구이처럼 부위별 맛을 즐기는 다양한 메뉴들이 선보여질 것이라 예측한다. 특히 특수부위를 활용한 보쌈은 메뉴를 차별화 하기에 좋은 키워드적 요소가 된다. 아직 이러한 노력이 보이는 브랜드가 보이지 않는걸 보니, 보쌈 시장은 여전히 시도해보기 좋은 아이템이지 않을까.


최근 SNS에서 인기를 끈 <만배아리랑> 보쌈 역시 하얀보쌈을 띄고있다


04 ‘주점형 식사집‘ 어쩌면 선수용 키워드일지 몰라


<주백>과 결을 같이 하는 주점형 식사집이 최근 다양하게 선보여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관점에서 창업자를 설득하기 위해 이만한 논리도 없는 듯 하다. 술집을 겸비한 뚝배기집, 칼국수집, 냉면집 등 저마다 어려운 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일 것이다. 그러다 문득 ‘언제부터 우리가 식사집에서 술을 마셨을까?‘생각이 스쳤다.


자사 브랜드 <한강로칼국수보쌈> 가맹 문의온 상담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기억에 남았던 말이 있다. 나는 브랜드를 소개하면서 '주점형 칼국수집' 임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상대방도 이에 동의해줄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비창업자는 주점형 칼국수집에 대한 이해 보다는 자신이 맛본 칼국수집 중 우리 브랜가 가장 나았다고 대답했다. 머리를 크게 한 방 맞은 느낌이 들었다. 고객은 칼국수 본질에 대한 관심을 보였는데 나는 주점형 칼국수집으로 말하는 상황이었다. 자아도취에 가득안 일방적인 소통이었다. 어쩌면 주점형 식사집과 같은 하이브리드형 콘셉트는 공급자 중심의 선수용 키워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술과 식사를 겸할 수 있는 식당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곳들은 대개 흘러온 세월을 통한 친숙함으로 가득찬 식당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시간이 만들어낸 과정을 간과하고 결과만 보고 판단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을 빼놓는 것. 외식 브랜드 기획에서 크게 범하는 실 수 중 하나다. 노포 식당이 마치 정답지인 마냥 무분별하게 벤치마킹 하는 형태가 대표적인 예다. 반주 하기 좋은 국밥집, 소주 한 병이 어색하지 않은 국숫집. 우리의 기억속에 존재하는 주점형 식사집들은 대부분 노포식당이 대부분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최근 나타나는 주점형 식사 모델은 어쩌면 과정을 생략하고 한 가지 사업 모델 안에서 여러 이득을 취하기 위한 사업주의 욕심이 그득한 브랜드가 되어 있지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반대로 생각하기는 늘 판단을 건강하게 해준다. 사업적 용도에 취한 주점형 식사 모델이 아닌 고객의 공감을 얻는 것이 우선이다. 근본적으로 주점형 식사 모델은 일상적 음식(아이템)을 기반으로 발전된 형태다. 다시 말해 새로움 보다는 아이템의 기본 속성 충족이 우선이다. 변주는 그 다음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비범함은 평범함을 동반한다. 평범함을 갖추고 시작하는 브랜드의 미덕을 깊게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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