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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빈 Oct 10. 2021

코로나 1년 동안 5개 브랜드를 오픈한 미친놈

상권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 이유

2019년 3월. 대한민국에 코로나라는 어둠이 닥치기 시작했다. 아무런 준비도 없었던 상태에서 맞이하게 된 코로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 중인 나의 사업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코로나는 특히 나와 같은 고깃집, 술집 프랜차이즈에 치명타였다. 외식업은 디테일하게 업종과 업태로 세분화된다. 업종은 고깃집, 한식, 양식, 주점, 횟집 등 판매하는 카테고리에 대한 분류라면 업태는 단체 손님 접객형, 2 차형, 새벽 장사형 등과 같이 운영 방식에 따른 기준이다. 특히 고깃집의 경우 프랜차이즈는 대개 타깃을 오피스 상권 기반의 단체형으로 포지셔징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고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좋은 상권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A급 자리의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업종은 사실 고깃집을 포함해 손에 꼽힌다. 내가 운영 중이던 매장이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육시리> 직영점의 대부분은 네 자릿수의 높은 임대료를 내는 대형 매장이었고 단체형에 맞춰진 업태였던지라 코로나 상황에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외식업은 디테일하게 업종과 업태로 세분화된다.


그렇다면 코로나라고 고깃집이 다 안되었을까? 그건 또 아니었다. 거리두기로 인해 영업시간 제한으로 2 차형 주점 콘셉트의 매장들은 치명타를 전면으로 맞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 매장처럼 고깃집을 포함한 1 차집의 경우 단체형 외식 소비가 줄어든데 반해 개인의 외식 소비는 생각보다 건재되는 양상을 보였다.  재택근무와 회식 금지로 인해 오피스 상권 단체 외식이 줄어드니 개인별 외식이 고도화됐다. SNS 활성화와 맞물려 콘텐츠가 있는 맛집에 고객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회식 상권의 프랜차이즈 대형 고깃집은 곤두박질되었지만 상권별 흔히 맛집이라 불리는 유명 고깃집들은 SNS 붐을 이용해 오히려 코로나 때 매출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같은 삼겹살집이라도 업태에 따라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는 모습이 달라지는 걸 보면서 나는 외식 콘셉트 기획 시 보다 정교한 브랜드 포지셔닝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재택근무와 회식 금지로 인해 오피스 상권 단체 외식이 줄어드니 개인별 외식이 고도화됐다. SNS 활성화와 맞물려 콘텐츠가 있는 맛집에 고객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코로나 2차 유행 강펀치를 맞아 정신을 못 차리던 2020년 초여름 하염없이 서울 시내를 정처 없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코로나는 끝날 기미가 안보였고 정부의 거리두기는 점점 나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그동안 만들어진 브랜드를 상권에 맞게 입점시키는 형태의 외식 사업을 해왔다. 매장별 매출 역시 상권에 맞게 부응했다. 하지만 코로나라는 위기에 대응할 준비를 미처 하지 못했다. 모두가 그랬으리라. 모두가 오프라인 외식업은 몰락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인스타그램에서는 이를 비웃듯 매번 새로운 식당들이 생겨났다. 코로나가 만든 수도권 외식업의 큰 유행의 흐름 중 하나는 '작은 식당의 활약'이다. 저마다 콘텐츠로 무장해 코로나 속에서 새로운 외식 트렌드를 만들어 가는 걸 보면서 그 흐름에 끼지 못한 스스로에 대해 부족함을 느끼고 솔직히 밤마다 핸드폰 속에 나오는 다른 식당들의 유명세에 마음이 휘둘려 질투가 났다. 왜 나는 하지 못했을까. 질투심에 인스타 빨, 마케팅 빨로 장사를 하는구나 라고 그들을 속으로 낮춰 생각했다. 가장 슬펐던 점은 내가 하지 못했다고 다른 사람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스스로를 발겼했을 때다. 그야말로 내 마음속은 거친 파도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모두가 오프라인 외식업은 몰락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인스타그램에서는 이를 비웃듯 매번 새로운 식당들이 생겨났다.



이렇게 지내다가는 안 되겠다 싶었다. 끝날 때 끝나더라도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외식 컨설턴트 아니었던가. 전문가라고 자부했던 내가 무너지는 게 말이 되나 싶었다. 지금 이 기회를 극복하지 못하면 나는 코로나가 아닌 실력이 없어서 망한다는 생각으로 그동안의 해왔던 방식을 멈췄다.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기획형 식당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서울 시내의 상권을 뒤지기 시작했다. 영원할 거 같았던 명동, 홍대, 신촌, 이태원, 강남 상권이 코로나로 인해 몰락하는 것을 두 눈으로 생생히 목격했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상권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야 한다고 판단했다. 원래 같았으면 오프라인 기반으로 점포 사이트를 찾아겠지만 이번에는 방법을 달리해 온라인을 기점으로 위치를 골라내기 시작했다. 현재 SNS에서 회자되는 핫플레이스들이 어디로 포진되어 있는지를 보았다. 강남이 죽고 성수동이 탄생됐다. 그리고 한산했던 압구정이 다시 붐비기 시작했다. 홍대와 신촌이 죽고 연남동 상권이 살아났다. 그다음은 어딜까. 내 눈에 들어온 곳은 용산구였다. 이태원이 죽고 신용산부터 삼각지에 이르는 한강대로 상권에 기획형 식당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용산구에 주목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평소 친분이 있던 유명 유투버와의 사석에서 대화 때문이었다. 나는 그가 올린 유튜브 콘텐츠 중 가장 매장 반응이 좋았던 게 어떤 식당이냐고 질문하니 그는 용산구에 소재한 식당을 소개했을 때라고 대답했다. 해당 식당은 골목에 위치해있는 곳이었다. 지하철 역이랑 가깝지도 않고 찾아가기에 쉬운 편은 아니었기에 나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 되물었다. 그러자 유투버는 매장의 콘셉트도 콘셉트지만 용산구라는 상권의 특이점 때문이지 않을까 라고 말했다. 용산구에 소재한 식당을 유튜브에 소개할 때마다 유독 각기 다른 구, 경기권 지역에서 댓글이 달린다고 했다. 유투버는 여러 곳의 사람들이 만나서 모이기 좋은 장소지 않을까 대답했다. 머릿속에 번개가 번쩍 하고 지나갔다. 용산구 지역의 식당들은 골목골목 가려진 곳들이 많다. 즉 입지가 안 좋다는 의미. 하지만 집집마다 코로나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찾는 걸 보면 상권이 나쁘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었다. '아! 용산구의 작은 식당들처럼 입지는 불리하지만 마케팅을 수반하면 상권이 넓어질 수 있겠구나!'라고 전략이 그려졌다. 예전에는 입지에 목매는 장사를 했다면 지금은 오프라인, 온라인을 동시에 바라보며 상권의 크기를 바라보는 눈을 기르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에서 용산구는 서울 전 지역에서 찾아올 수 있는 넓은 상권의 요지였던 것이다.


지금은 오프라인, 온라인을 동시에 바라보며 상권의 크기를 바라보는 눈을 기르기 시작했다.


부동산 임대료는 대부분 입지를 기반으로 형성된 것이 많다. 점포가 클수록, 노출이 많이 될수록, 지하철 역에 가까울수록... 하지만 용산구에서는 굳이 크게 부동산에 지출하며 비싼 입지를 선택할 필요가 없었다. 불리한 입지는 SNS 마케팅을 통해 극복해 상권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점포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찾게 된 자리는 숙명여대 부근 청파동 골목에 위치한 오래된 건물이었다. 기존의 식당을 운영하던 점주가 임대료를 밀려 오랫동안 비어 있는 곳이라고 소개받았다. 일반 사람들이 볼 때 음침한 골목 분위기며, 노출이 없는 작은 골목에 위치한 입지며 사실 음식점을 하기에 적합할 거라고는 전혀 판단되지 않는 곳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나는 이 골목에 위치한 점포가 마음에 들었다. 골목이 갖는 특유의 운치와 빈티지함이 이를 잘 알리기만 한다면 서울 도심 내에서 유니크함으로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갔했다. 내가 예상했던 점포의 콘텐츠와 마케팅으로 고객을 끌어 상권을 넓힐 수 있는 곳이라는 최적의 위치였다. 코로나로 인해 앞으로 뒤로 갈 수도 없는 상황.  상권에 굴하지 않고 그야말로 기획력과 전략으로 실력승부를 할 수 있는 곳이라 판단했다. 진정으로 실력 승부. 이 정도도 성공 못 시키면 나는 실력이 부족해서였으리라 다짐하기로 했다

2020년 여름. 청파동의 어느 좁은 골목에서 숙대입구 상권 빌드업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25평 남짓의 점포를 보증금 2000만 원 임대료 100만 원 조건으로 5년 계약했다. 서울 용산구 한복판에 아직도 이런 임대조건의 점포가 남아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평소 같았음 한 달도 안 걸리던 프랜차이즈형 공사를 탈피, 공사 감리부터 소품 하나하나 모두 내 손길과 감성을 녹였다. 메뉴 개발에도 힘썼고 무엇보다 마케팅 채널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용산구 숙대입구 상권에서의 반응은 코로나가 무색할 정도로 빠르고 뜨거웠다. 서울은 서울이었다. 조용했던 골목들이 사람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기획과 전략이 겸비된 식당의 순기능이다. 트래픽을 유도하는 것. 그렇게 1호점  황지 살 전문점 <상록수>를 시작으로 스시와인바 <밤 피장>, 칼국수&보쌈 전문 <한강로 칼국수>, 대폿집 <청솔 숯불갈비> 그리고 마지막 미나리 삼겹살 주막 콘셉트의 <원동 미나리>까지. 총 5개의 매장을 자체 기획하고 오픈하는데 딱 1년이 걸렸다. 덕분에 루즈하고 불안에 휩싸였던 코로나 상황 속에서 좋은 에너지가 만들어졌다. 여전히 오피스 상권의 기존 매장들은 마이너스가 지속됐지만 새로운 해답을 찾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내가 기획한 브랜드들로 안 해 숙대입구 상권, 남영동이 더욱 이슈화가 되는 상황을 보면서 특정 지역의 상권 빌드업을 위한 전략들이 떠올랐다. 새로운 외식 사업의 방향성이 생긴 셈이다.


조용했던 골목들이 사람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기획과 전략이 겸비된 식당의 순기능이다. 트래픽을 유도하는 것.

왼쪽부터 <원동미나리>, <한강로칼국수>, <청솔숯불갈비>
왼쪽부터 <밤피장>, <상록수>

내가 숙대입구 상권에 주목하는 이유
(주)트렌드 빌더에서 기획한 숙대입구 영 맛집 로드. 여전히 현재 진형 중이다.


(1) 한강대로 라인, 용산구라는 최적의 접근성


4호선 숙대입구역 과 1호선 남영역이 관통하는 용산구 숙대입구 상권은 서울 전역의 대중교통이 관통하는 교통의 요지다. 여의도에서 넘어오는 원효대교가 연결되어 있고 특히 경기 남부와 서울, 경기 북부와 연결 지을 수 있어 보다 넓은 반경에서 사람들이 모이기 좋은 장소다. 평일에는 신용산~서울역 한강대로 라인의 크고 작은 오피스 라인이 받쳐주고 주말 및 공휴일에는 마케팅으로 통해 끌어지는 뜨내기 고객이 많다. 또한 한강대로 아래쪽 신용산, 용리단 길부터 시작해서 신흥 핫플레이스인 삼각지를 지나 숙대입구역 남영동까지 한강대로 라인의 상권 형성이 눈여겨 볼만하다. 여담이지만 숙대입구 상권은 내가 들어온 이후 다른 메이저 브랜드들의 진입이 생기고 있다.



(2) 직사각형의 반듯한 모양 남영동의 매력과 특수성


남영동은 지금은 철수한 용산 미군기지 옆에 위치해 있다. 흔히 말하는 여관바리촌이었고 여전히 그 흔적들이 유산처럼 남아있다. 서울의 근현대 역사가 깃들어 있는, 콘텐츠가 가득한 동네다. 또한 부대찌개, 스테이크 골목을 포함해 남영동 맛의 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이외 오래된 맛집, 술집들이 터줏대감처럼 묵직하게 자리 잡아 주고 있어 지금까지 큰 이슈는 없었지만 꾸준하게 외부 소비자들의 유입이 이어지고 있었다. 지도상으로  보면 기다란 직사각형 모양의 남영동이 인상적이다. 남영동을 길게 관통하는 메인 골목을 따라 현재 식당들이 포진되어 있고 여기에 젊은 감각의 기획형 브랜드들이 들어간다면 제2의 을지로, 익선동처럼  꿈꿀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서울 용산구 남영동 지역 지도상의 모습


(3)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차료와 용산구 재개발로 인한 상권 확대 가능성


용산구 숙대입구 상권의 장점은 서울 지역 대비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한 임차료다. 대부분의 건물이 낮고 최소 30년부터 70년까지 오래된 건물의 형태가 여전히 유산처럼 잔존해 있다. 건물이 오래되고 상가 형성을 위한 제반시설이 안된 곳들이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느껴진다. 물론 이를 활용하려면 초기 투자비용이 들겠지만 동네 자체가 빈티지한 매력이 물씬 나는 곳이라 이를 활용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브랜드를 포함애 최근 입점한 다른 매장들 역시 건물들이 갖는 컨디션을 크게 훼손하지 않고 빈티지함을 그대로 살리는 인테리어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숙대입구 역을 기점으로 왼쪽 갈월동 지역의 재개발 확정과, 미군기지였던 부지에는 정부가 공공주택과 공원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개발호재가 임차인인 나에게 직접적으로 수익을 가져다 주지는 않지만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상권의 확대로 이어지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4) 트렌드에 민감한 숙명여대 학생과 힙한 이태원, 후암동 지역의 버프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지속됐지만 이제 정부에서 위드 코로나를 발표하면서 숙대생들의 등교가 이뤄질 거 같다. 숙대생들의 등교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1차적으로는 유동인원이 많아지는 것.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의미는 20대의 숙명여대생은 SNS 마케팅을 이끄는 주축이라는 점이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안목을 갖춘 숙대생들이 포진되어 있기 때문에 웰-메이드 기획형 식당일 경우 충분히 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또한 이태원과 후암동이 가까이에 위치해 있고 힙한 문화를 이끄는 아티스트를 포함한 다양한 프리랜서 직업군들이 용산구에 거주하는 것 역시 상권을 형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첨언. 위에 소개된 다섯개의 매장에 관련한 자세한 브랜드 기획 및 전략 수립에 대해서는 별도 콘텐츠로 상세하게 풀어낼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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