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수학 귀신>
나는 학창 시절에 수학을 정말 잘했다. 수학 특유의 ‘딱 떨어지는’ 그것이 좋았다. 지금도 생각나는 건 수학 시험이 끝나고 친구와 수학 점수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그 친구는 1문제를 틀렸고 나는 틀린 문제가 없었다. 그때 그 친구가 나를 바라보는 경이로운 눈빛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런데, 그렇게 수학을 잘했으면 뭐 하냐는 거다. 나는 국문학 전공자로 수능 이후에는 수학 공부를 할 일이 없었다. <수학 귀신>을 다시 읽으면서 내 일종의 시그니처 포즈를 취해야만 했다. 나는 이해가 잘 가지 않거나 머릿속이 복잡할 때 이마와 앞머리 사이를 손톱으로 긁적이는 습관이 있다. 나는 그 습관을 반복해야만 했다. 현재의 나로서는 많이 어려운 책이었다.
그 어려움은 첫 챕터인 ‘첫 번째 밤’부터 시작되었다. ‘1x1=1’, ‘11x11=121’, ‘111x111=12321’ 식으로 일종의 규칙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1,111,111x1,111,111’부터 계산이 안 되었다. 책에서는 ‘계산기가 더 이상 작동이 안 되었다. 계산기는 ‘픽’ 소리를 내면서 청록색의 반죽으로 변하더니 서서히 녹아 버렸다.’(25p)라고 서술되었다. ‘11,111,111,111x11,111,111,111’ 역시 정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니 나처럼 꼼꼼히 책을 읽는 독자는 당연히 ‘11,111,111,111x11,111,111,111’의 정답이 궁금할 것이다. 그래서 계산기를 두드려 본 결과 ‘1.23456790E+20’이라는 난생처음 보는 이상한 결괏값을 얻었다. 이해가 되지 않아서 지인께 두 가지를 질문했다. “1.23456790E+20이 무슨 뜻인가요?” “1.23456790x10^20이에요. 123456790000000000000인데 보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보기 편하라고 그렇게 쓴 거예요.” “그런데 8은 어디로 갔나요?” “특정 구간부터 반올림한 것 같아요.”
물론 정확히 이해가 가지는 않았지만, 그분 덕분에 다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이해가 가면 이해가 가는 대로 이해가 안 가면 이해가 안 가는 대로 책을 읽어 나갔다.
‘수포자’(‘수학 포기자’를 줄여 이르는 말)라는 말이 있듯이 수학 자체가 쉬운 것도 아니고, 책도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작가가 정말 친절했고, 그의 깊은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독자가 흥미를 잃지 않도록 ‘수학적 내용을 문학적 장치와 교묘하게 결합시키고 있’(293p)으며, 더불어 중요한 단어는 글씨체를 바꿔서 서술했다. 삽입된 여러 가지 그림들도 흥미를 유발했다. 줄거리는 꿈에서 로베르트와 수학귀신이 수학을 통해 일종의 우정을 쌓아간다는 건데 그림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아마 책을 만들 때에 저자와 화가가 의견을 아주 자주 주고받았을 듯하다.
그리고 두 가지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일곱 번째 밤’의 ‘삼각형 숫자’와 관련된 것으로 삼각형 숫자 중 4의 배수만 색연필로 지우는 활동이었다. 나는 형광펜으로 표시했는데 특이한 무늬가 나왔다. 두 번째는 ‘열 번째 밤’의 ‘꼭지점’과 관련된 것으로 항상 ‘꼭지점의 수+면의 수-선의 수=2’임을 알게 하는 활동이었다.
참고로, <수학 귀신>은 초등 6학년 교과서에 수록되었고 교육청 어린이 권장도서로도 추천되었다. 이 사실이 이 책이 얼마나 좋은지 알려주는 객관적인 지표가 될 수도 있겠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수학적 지식, 이야기, 그림을 잘 섞어놓은 맛깔난 비빔밥 같은 책’이라는 한 마디로 지칭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