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살이 3년 차 문득 나는 서울에 왜 살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연고도 없고 미쳐버린 물가인 이곳에 왜 살고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내가 먼저 답해보기로 했다.
#유행
유행의 근원지
지방에 살던 무렵 느꼈다. 패션, 맛집, 인테리어, 문화 등 온라인 문화가 극한으로 발달한 현시점에도 그 어느 것 하나 서울에서 내려오지 않은 게 하나 없다.
#번화가
'번화가'라는 단어가 무색해졌다.
지방에서의 번화가는 한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다. 그러나 서울에 올라온 뒤 ‘번화가’라는 단어의 의미가 무색해졌다. 발 길 닿는 그 모든 곳이 번화가였기에
#발전
발전이 없다.
지방의 도시들은 마치 깨진 유리잔처럼 주요 인력들이 유출되고 있다. 손으로 잠깐 막아보지만 그마저도 한순간뿐이다.
#시간
지방에서의 시간은 느리다.
언젠가 서울에 있던 삼촌이 지방에만 오면 “느려서 마음이 편하다”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서울에 살아보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절실히 느껴졌다. 살인적인 물가를 몸소 겪다 보니 덩달아 몸도 바삐 움직이게 되는 것을
#인프라
아이콘의 부재
서울에서는 당연하게만 누렸던 쿠팡의 로켓배송,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B마트가 지방에 내려가니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던 것처럼 아이콘이 사라져 있었다.
#한강
한강의 부재
서울에서는 한강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그 근처로 가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노력을 하게 된다.
#직업
아니오 혹은 예
내가 되고자 했던 직업은 아쉽게도 살던 곳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내게 주어진 선택권은 두 가지 다른 직업을 찾던가, 서울로 올라가서 택하던가.
#산책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번개로 사람을 만나는 '우트'라는 어플을 사용하여 사람들과 산책에서 좋은 경험을 느껴, 지방에 있는 친구에게 추천해 주었으나,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 지역이었다.
#기업문화
당연한 게 아니었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은행에 취직한 친구가 6개월 만에 관두었다. 너무나 궁금한 마음에 왜 그만두었는지 물어보았더니 친구가 한 말 “정강이를 차였다”라고 한다. 당연시 여기던 자유도가 높은 기업문화가 당연한 게 아니었다.
#집값
나에게 20이란?
신림에서 전세 1억짜리 4평 원룸에서 5,000만 원을 더해 망원으로 이사를 했다. 투룸이라는 부푼 꿈도 잠시, 또다시 4평이었다. 지방에서 취직했다는 친구의 집에 놀러 갔다. 24평을 1억 2,000에 구했다고 한다. 나는 언제 20이라는 숫자를 채울 수 있을까?
#로또
서울에 집
20살 때 로또 3등에 당첨된 적이 있다. 숫자 하나만 더 맞았으면... 아니 서울에 집이 있었다면...
#자동차
꿈을 꾼 적이 없다.
지방에서는 어째서인지 취직과 동시에 차를 산다. 서울에 온 나는 자동차를 꿈꿔 본 적이 없다.
#나이
같은 나이 다른 얼굴
90년대 tv에 나온 사람들과 현재의 동일한 나이의 사람을 비교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서울과 지방의 사람들도 나이가 똑같은데 다른 나이 같은 느낌을 받았다.
#연봉
1,000만 원 저렴한 사람
지방에서의 나는 1,000만 원이 더 저렴한 사람이었다. 캥거루족으로 1,000만 원 아끼기 아니면 서울에서 혼자 살며 1,000만 원 더 받는 사람.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