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임종 간호 수업 날이었다. 학생들에게 임종을 가르치면서 간호과 실습 때 만난 죽은지 3일이 지나 발견된 대상자, 가족들의 죽음, 수많은 환자가 소환되었다. 학생들과 함께 수업하며 울다 그치다를 반복하며 수업은 활활 타오르는 불에 소나기를 뿌린 듯 무거움 그 자체였다. 그 때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수업 이후 다음엔 제대로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퇴근하는 길에 수업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고, 이불킥을 수십번, 아니 수백번은 날렸다.
지난주는 임종 수업을 하면서 35명. 그래도 비교적 젊은 중년의 여성들에게 임종 간호를 교육했다.
늦은 7시, 이미 학생들은 퇴근과 집안일로 지친 상태로 앉아 있었다.
언제쯤 수업을 끝내 줄까 하는 눈빛과 얼굴의 피곤함은 수업을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아직 죽음을 내 문제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수업을 대하는 태도로도 느껴졌다. 요양보호사 시험 두 달 정도 앞둔 학생들에겐 책과 문제집 하나 더 보는 것이 중요할지도 모른다.
일주일간 수업 스트레스 안고 책을 찾고, 자료를 모으고 집에 있는 동안 틈틈이 PPT를 수정하고 보완했다. 나에게 주어진 이틀의 수업 중 하루는 온전히 교과서가 아닌 나의 경험과 생각이 그들에게 전해져야 했다. 다양한 타인의 죽음 사례를 통해 죽음을 이해 시키야 한다.
1인 가구 증가, 가족의 부양의무 의식 약화, 고독사 증가, 100세 사회, 고령화 사회 등 암울한 노후가 그려지면 우울하기만 하다.
<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라는 책 내용 중
자신의 동생에게 2억을 빌려주고 오랫동안 받지 못하고 홀로 삶의 마지막 순간을 견디는 한 남자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수년 만에 의료진이 임종을 앞두고 가족을 만남이 성사되었는데 동생에게 한 말이
" 내 돈 2억 갚아라"였다.
극적인 형제 상봉을 기대했던 의료진의 상상과는 달리 첫 말이 " 내 돈 2억 갚아라"였고, 가족들 없이 쓸쓸히 죽어간 그의 마지막 말 , 유언이 되어버렸다.
그의 삶과, 형제의 자세한 상황은 알 수 없었지만 수족과도 같은 형제끼리 돈문제로 사이가 갈라진다. 병원에 근무하다 보면 생각하기 싫지만 흔하게 있는 상황이다. 돈 때문에 가족이 남보다 못한 존제가 된다. 학생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내 삶이 1주일 남았다면 나는 가족에게 어떤 말을 남기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5분, 10분.. 침묵이 흐르다 글을 한 자 한 자 쓰면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눈물을 흘렸다.
한 명씩 발표하면서 울컥하는 검정이 올라왔다.
" 내 남편으로 와줘서, 내 자식으로 와줘서 고마워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어
사랑해.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 못난 엄마 만나 고생했다..
대부분 표현 방식은 달랐지만 모든 내용은 4가지로 요약됐다.
고마워, 사랑해, 행복했다, 미안해.
죽음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는 것은 모두들 피하고 싶어 한다. 입에 올리고 생각하는 자체만으로도 무거운 감정이 들고 눈물이 난다. 죽기 전에 해 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작성, 죽기 전에 준비할 10가지, 죽기 전에 후회하는 5가지, 죽을 때 대상자의 신체적 정신적 변화 등을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갖었다.
간호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남에게 봉사하는 것이 익숙한 사람들이 많다.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삶을 살아가고 남을 먼저 챙기는 게 우선이었던 그들에게 마지막 당부를 했다.
"자신의 인생을 사세요.
나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세요..
내가 행복할 때 타인의 행복도 보입니다.
잘 죽기 위해 오늘 하루 감사하고 매일 이 순간,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세요.
오늘 하루 가장 행복하게 매일을 살아가고 기록하다 보면 아무것도 보잘것없던 내 인생도 의미로 채워집니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오시느라 많이 애썼고 고생하셨어요. 여러분의 합격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
그렇게 올해의 마지막 임종 수업을 마무리 했다.
80세의 남자 학생은 허리를 정중히 굽혀 머리를 숙이고는 감사 인사를 전했다.
" 80 동안 여러 수업을 들어 보았지만 인생의 전반을 돌아보고 죽음을 생각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수업을 하면서 부족한 점도 많고 나 스스로 100%로 만족은 하지 못하지만 매번 바뀌는 서른 명의 학생들에게 인생을 배우고 삶을 배워간다. 80넘은 할아버지의 진심이 묻어나는 감사 인사에 또 다른 나의 목표가 하나 생겼다.
더 많은 어른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멋진 삶을 마무리 할 수 있게 도와 주고 싶다. !!
내 목표가 내년엔 현실이 되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