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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May 05. 2024

초한(楚漢)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50

김우급, 「한신(韓信)」

50. 여후의 손에 죽임을 당하다

劉項興亡在一投(유항흥망재일투)   유방과 항우의 흥망이 한 몸에 달렸으니

功名終豈愧召周(공명종기괴소주)   공명이 마침내 어찌 주공 단과 소공 석에 부끄럽겠나.

只憐當日無謙讓(지련당일무겸양)   다만 가련한 것은 당시에 겸손함 없이

兒女謀中喪大謀(아여모중상대모)   아녀자 꾀에 빠져 큰 계획 그르친 것이네.

김우급, 「한신(韓信)」     


[평설]

한신은 유방과 항우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그가 누구의 손을 들어주는지에 따라 천하를 차지하는 주인공의 얼굴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 주공 단(旦)과 소공 석(奭)은 주 문왕(周文王)의 아들로 성왕(成王)을 도와 훌륭한 정치를 구현한 사람들이다. 한신은 이 사람들보다 훌륭하면 더 훌륭했지 못할 것이 없던 인물이었다. 1, 2구에서는 한신의 공명에 대해 칭송하고 있다.

여후(呂后)가 소하(蕭何)의 계책에 따라 한신을 포박하여 장락궁(長樂宮)의 종실(宗室)에서 목을 베어 죽이고 삼족을 멸하였다. 한신은 죽으면서 “괴철의 계책을 쓰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다. 결국 이렇게 아녀자의 속임수에 넘어가다니, 천운(天運)이 아니겠는가?[吾悔不用蒯通之計, 乃爲兒女子所詐, 豈非天哉!]”라 하였다. 

한신은 여후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하지만 누구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한신은 죽으면서 자신의 죽음을 천운(天運)으로 돌렸다. 항우도 죽으면서 “하늘이 날 망하게 한 것이지, 싸움을 잘못한 탓이 아니다.[此天亡我 非戰之罪]”라 하였다. 이처럼 두 사람의 죽음이 묘하게 겹친다. 그들의 죽음은 본인이 자초한 것이 크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하늘을 탓했다. 어쩌면 그러한 태도가 그들의 운명을 망가뜨렸는지도 모른다. 하늘을 원망할 것인가? 나 자신을 원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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