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급, 「범증(范增)」
52. 홍문에서 옥결을 들다
我不殺劉劉殺我(아불살유유살아) 내가 유방 못 죽이면 유방이 날 죽이리니,
鴻門擧玦不全非(홍문거결부전비) 홍문에서 옥결 든 일 전부 어긋난 것 아니네.
當時但乏知人鑑(당시단핍지인감) 당시에 다만 사람 알아보는 지혜 부족하여
枉向剛強欲指揮(왕향강강욕지휘) 쓸데없이 강직함으로 지시하려 하였네.
김우급, 「범증(范增)」
[평설]
홍문연(鴻門宴)은 살기(殺氣) 넘치는 자리였다. 잔치 내내 죽이려는 자와 살려는 자가 보이지 않는 싸움을 계속했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언젠가 상대에게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다. 범증은 항우에게 자주 눈짓을 주면서 차고 있던 옥결(玉玦)을 세 번이나 들어 보였다. 결단을 재촉하는 의미였다. 그렇지만 항우는 유방을 끝내 죽이지 않았다.
범증은 항우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그래서 범증은 무조건 강하게 밀어붙여서 자신의 계획을 관철하려고만 했다. 유방을 왜 제거해야 하는지를 충분히 항우에게 설득했다면 어땠을까? 대개 항우가 범증을 충분히 써먹지 못하다가 진평의 반간계로 인해, 항우가 범증을 내친 사실만을 비판하곤 한다. 하지만 범증이 항우를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탓도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