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홍(李惟弘), 「공명(孔明)」
23. 뽕나무만 부질없이 늙어 가네
三顧恩酬八陣圖(삼고은수팔진도) 삼고의 은혜를 팔진도로 갚았으니
君臣際會近唐虞(군신제회근당우) 명군과 충신 만남 요순 때와 가까웠네.
永安宮冷原星落(영안궁냉원성락) 영안궁 차가웁고 오장원에서 별 떨어지니
虛老黃桑八百株(허로황상팔백주) 누른 뽕나무 팔백 그루 늙어만 가는구나.
이유홍(李惟弘), 「공명(孔明)」
[평설]
유비가 제갈량을 영입하기 위해 세 번이나 초가집을 방문하였고, 제갈량은 팔진도(八陣圖)라는 진법을 만든 바 있다. 여기서는 제갈량이 팔진도를 만든 것을 유비의 삼고초려(三顧草廬)에 대한 보답으로 해석했다. 영안궁(永安宮)과 오장원(五丈原)은 유비와 제갈량이 세상을 떠난 곳이다. 제갈량이 임종할 때 후주(後主)에게 표(表)를 올리면서 “성도에 뽕나무 8백 그루가 있고 척박한 땅이나마 15경이 있으니, 자제들이 입고 먹는 데에는 절로 여유가 있을 것입니다.[成都有桑八百株 薄田十五頃 子弟衣食 自有餘饒]”라고 했으니, 여기에 뽕나무 8백 그루가 나온다. 제갈량은 세상을 떠났지만, 나무는 그대로 남아 있어서 제갈량의 부재를 증명하고 있다.